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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서막, 세상 어색한 삼인방

  • 승인 2018-02-12 15: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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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 & DOG

만남의 서막,

세상 어색한 삼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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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초기에는 까노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났었다. 평상시에 내 배 위로 올라와서 엎드리고는 했던 까노는 배가 점점 불러오자 올라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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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사건의 연속

결혼 후 처음 맞이하는 내 생일에 남편은 강아지를 선물하겠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나는 강아지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좋아하기보다 오히려 반대했었다. 그리고 며칠 후, 무엇에 홀렸던 것인지 내 옆에는 강아지가 있었다. 그 강아지는 지금 우리 가족의 일원인 회색 푸들 까노다. 6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이직을 준비하던 중 우리 부부에게 아기가 찾아왔다.

까노처럼 계획이 없던 터라 기쁘기보다는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예민한 까노가 아기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임신 초기에는 까노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났었다. 평상시에 내 배 위로 올라와서 엎드리고는 했던 까노는 배가 점점 불러오자 올라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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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기간 동안 주말이면 우리는 공원으로 갔다. 산책할 때마다 뛰어노는 걸 좋아하던 까노는 느린 내 걸음 속도에 발맞추어 걸었다. 우리 부부는 까노에게 더 많이 집중하기로 했다. 아기가 태어나도 너를 사랑하는 건 변함없다고,우리의 진심을 꼭 알아주길 바라며 자주 말해주었다. 출산 후 까노에게 잠시 소홀해지는 시간동안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봐 미리 병원을 찾아 건강검진도 받았다. 열 달 동안 남편과 나는 까노와 아이, 무엇보다 우리 모두를 위해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났다.

예상한대로 까노는 아기가 울면 놀라서 짖었다. 밤낮없이 아기와 까노는 각자 다른 이유에서 울고 짖었다. 새벽에 자다가 아기가 울면 나는 아기를 안고, 남편은 까노에게 간식을 주었다. 아기가 울면 까노가 간식을 먹는 시간이라고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킨 것이다. 똑똑한 까노는 이틀만에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도 짖지 않았다. 아기도 뱃속에서부터 강아지 짖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인지 생각보다 까노의 짖음에 놀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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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색한 삼인방

하지만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껌딱지였던 까노가 나에게 오지 않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아기를 안고 있으면 아무리 불러도 까노는 오지 않았다. 안방에서 아기에게 수유를 하고 있으면 문가에 앉아 나를 한없이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한동안 구석에 들어가 있다가 아기를 내려놓고 방을 나오면 까노는 그제야 나에게왔다.

항상 내 몸에 딱 달라 붙어있었던 까노는 자꾸 나와 멀리 떨어져 있거나 현관 앞에서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까노는 방구석에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어냈고, 새벽에 아기가 울면 그 자리를 피해 이불속으로 들어가 버리기 일쑤였다. 가끔 친정 부모님이 오시면 딱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까노가 보이는 행동에 대해 남편과 나는 강아지 우울증에 관한 지식을 섭렵하면서 공부도 했다.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퇴근 후 남편은 꼭 산책을 시켰지만 까노의 행동은 바뀔 줄을 몰랐다. 까노는 나와 아기, 이렇게 셋이 있는 시간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것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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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까노가 다시 변하다

까노를 보면 마음이 아려왔다. 하지만 남편과 나는 천천히 기다리기로 했다. 열 달 동안 마음의 준비를 했던 나도 변한 까노를 보면 적응 안 되고 이렇게 우울한데, 까노는 오죽할까. 이미 벌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인지 카노의 행동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까노는 종종 아기를 질투했다. 내가 아기를 토닥토닥하면 앞발로 내 손을 마구 긁으며 자신의 머리를 들이밀었다.

자신도 같이 쓰다듬어 달라는 거였다. 까노의 행동은 귀여웠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한 팔에는 아기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까노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철인이 되어갔다. 까노는 관심받기 위해 배변 패드에 쉬한 척하고, 나에게 와서 보상간식을 요구하기도 했다.

가끔 까노가 먼저 아기에게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레 냄새를 맡아보는 것이다. 하지만 아기가 팔이라도 한번 허우적거리면 놀라면서 다시 멀리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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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는 건 단 하나

아기와 강아지를 함께 키우면 아기의 정서발달에 좋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그 말은 아기 위주의 생각이지 강아지에게도 좋은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특히 우리처럼 강아지를 먼저 키우다가 아기가 태어난 경우는 더욱 그렇다. 나는 출산으로 까노를 힘들게 하는 거 같아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고 문가에서 멀뚱하게 나를 바라보던 그 얼굴이 가슴에 박혀있다. 불교에는 ‘동족선근설’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인즉, 부모와자식 간의 인연으로 만나려면 영겁의 세월의 인연으로 태어난다는 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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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말을 듣고 부모와 자식 간으로만나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까노는 개의 삶을 선택해서 우리 곁으로 온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까노의 우울한 표정과 기가 죽은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속상하고 미안했는데, 왜인지 저 이야기를 듣고 나서 힘이 났다. 까노가 우리를 빨리 만나기 위해 선택한 삶이니 내가 더 잘해주겠다고 또 다시 다짐했다.

아기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 가족이 얼마나 더 험로를 걸어야 할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절망은 이르다. 이 시간들을 지혜롭게 해쳐나가면 까노도 티 없이 맑은 얼굴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하나다. 까노가 일말의 후회 없이 우리와 꼭 행복했으면!

CREDIT

글·사진 주은희(Instagram / happyccano)

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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