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네 사진관
뷰파인더에 새기는 주문?
?물 스미듯 자연스러웠던 존재, 강아지
아주 까마득하게 어린 시절부터 내 주위에는 강아지가 존재했다. 첫 기억의 언저리에도 개가 있었으니 말 다했지. 어린 내게 강아지는 키울까 말까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엄마나 아빠처럼 가족 그 자체였다. 자연스럽게 물 스미듯 가족의 일원이었기에 커서도 응당 반려견을 키우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독립의 기준이 반려견일 정도로. ‘오롯이 혼자 강아지를 키울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과 자질이 생기면 독립을 하자!’ 그리고 그 생각은 이내 현실이 되었다.
2년여의 카페 운영, 그리고 2017년 12월 31일
반려견을 단순히 키우는데서 그치지 않았다. 꿈을 조금 더 크게 갖고 싶었다. ‘반려견을 키우는 공간을 카페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리고 이 생각도 이내 현실이 되었다. 포부는 야심차기만 했다. 시바네 카페라는 이름을 내걸고 2년간 참 바쁘게 살았다. 돌이켜보니 강아지가 엉뚱한 곳에 영역표시를 하거나 신발을 물어뜯는 일도, 심지어 강아지에게 물려보는 일도 있었다. 그래도 강아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모였기에 큰일 없이 지냈지만, 결국 여러 이유로 2017년 12월 31일 마지막 영업을 끝내야 했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2년간 카페를 운영하며 경사도 많았다. 나도 혼자가 아닌 한 가정의 아빠가 되었고, 우리 복이와 탱이도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세 아이의 아빠 엄마가 되었다. 또 한 가지, 우연히 필름사진 작업을 해보게 되었다. 나는 그 차분한 세계에 즉시 매료되고 말았다. 좋은 기회를 얻어 필름 사진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졌다. 또다시 스멀스멀 영감이 떠오른다. 시바네 카페에 이은 시즌 2, ‘시바네 흑백 사진관’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더 힘내고 싶다. 반려견은 내 원동력이자 뮤즈다.?
반려, 키우고 지내는 것 이상의 의미
문득 사전에서 반려(伴侶)라는 단어를 찾아본다. 생각이나 행동을 함께 하는 짝이나 동무를 의미한단다. 내게 반려란 키우고 같이 지내는 것 이상의 의미다. 너의 슬픔을 내가, 나의 슬픔을 네가 나눠 가지는 것, 기쁨을 함께하며 배가시키는 것, 감정을 교류하는 것. 삶의 가장 소중한 가치가 된 셈이다. 우울한가? 사랑하는 이의 사진을 보라. 마법처럼 기운이 날 테니. 사진 찍을 때 주문을 건다. 행복해라, 행복해져라. 부디 많은 이들에게 효험을 발휘하길.
CREDIT
?글·사진 임인혁 ??
에디터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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