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SAIC BROTHERS
짧은 다리가 닮았다
짧은 다리와 기구한 사연이 닮았다. 학대견 달봉이와 유기견 바치, 파양견 콩이 얘기다. 각각의 사연은 서글프지만 함께 모이자 영롱해진다. 모자이크 조각이 모여 반짝이는 타일을 이룬 것처럼. 16살 큰형부터 3살 막내까지, 모자이크 형제의 세 지붕 한 가족 이야기.
모자이크 하나, 87cm 끈에 묶여 14년을 산 달봉이
달봉이는 올해 16살 노견이다. 모자이크 삼형제 중 첫째인 이녀석은 14년 동안 고물상 뒷마당에 묶여만 살았다. 2년 전 사연을 알고 주인 허락 하에 일주일에 세 번씩이라도 바치와 함께 산책을 시켰다.
그러던 작년 여름, 고물상이 이사 가면서 달봉이를 버리고 갔다. 감사하게도, 주인 대신 물과 사료를 챙겨주며 달봉이를 보살피던 옆집 배터리 사장님이 새 주인이 되어 주셨다. 여름엔 뙤약볕, 겨울에는 비와 눈을 맨몸으로 맞던 달봉이. 이제는 난로와 에어컨 옆에서 사계절을 보낸다. 1일 2 산책은 기본이고, 콩과 바치와 함께 근교 여행도 종종 나가며 산다. 요즘엔 산책하면서 두 동생을 먼저 챙길 만큼 우애가 돈독해졌다.
모자이크 둘, 버려진 소파 아래 웅크리고 있던 바치
경북대학교 골목 버려진 소파 아래서 바치를 처음 만났다. 구정물 뚝뚝 흘리며 슬픈 눈을 하고 있던 녀석. 퀴퀴한 냄새와 꾀죄죄한 모습이 유기 생활을 꽤 오래 한 듯 보였다. 3개월을 사무실과 직원들 집을 오가며 지냈는데, 불안하고 힘들어 보였다. ‘도대체 얘가 무슨 죄가 있길래...’ 더는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 집으로 데리고 왔다.
생애 처음 동물 가족이었다. 엄마는 딱 3일 반대하고, 아빠는 적극 찬성했다. 우리 집에도 아들 하나 생겼다고 엄청 좋아하셨다. 그날이 2014년 6월 1일. 진짜 식구가 된 날이다.바치 생일이기도 하다. 지금? 바치 없는 일상은 생각할 수도 없다. 없어선 안 될 존재다. 가족 서열 1위로 4년째 사랑받으며 살고 있다.?
모자이크 셋, 주인이 두 번 바뀌고 또 버려진 콩이
반려인 원화 씨가 콩이를 처음 만난 것은 2015년 11월 3일. 먼 친척 집 딸이 강아지를 ‘사달라고’ 엄청 졸랐단다. 막상 데려오니, 산책이다 배변훈련이다 감당이 안 되니까 일주일 만에 파양을 해버렸다. 그런 콩이를 이웃 주민이 입양했는데 그 집에서도 똑같은 이유로 버릴 예정이라는 거다. 우연히 미용실에서 그 이야기를 듣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원화 씨가 키우겠다고 나섰다.
콩이는 그 다음 날 봉고차에 혼자 실려 왔다. 처음에는 큰 차만 보면 기겁을 했다. 시간이 흐르며 다행히 상처도 조금씩 아무는지, 불안 증세가 많이 줄었다. 생후 두 달짜리 생명을 건네받았는데 손바닥만 하더라. 콩만큼 작다고 이름을 ‘콩’으로 지었다. 동물 가족은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다. 겪고 보니 자식 키우는 일이랑 똑같다. 기술과 노련함보다는 노력과 사랑이 중요하다는 사실. 이제 콩이는 이름이 민망할 만큼 훌쩍 커버려 올해로 벌써 3살이다.?
한데 모여 모자이크 브라더스?
365일 중 360일은 만나다 보니, 확실히 서로를 닮아간다. 1년 전까지는 달봉이를 샘내던 바치도 이제는 먼저 달려가 장난을 걸곤 한다. 2년 전만 해도 데면데면하던 콩과 바치는 이제 동네 견주들 사이에서 ‘콩바치’로 불리는 의형제가 되었다. 달봉이 삼촌과 바치의 반려인인 나는 안부를 물으며 연락할만큼 편해졌다. 콩이 이모와는 늦은 밤 술잔을 기울일 만큼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참, 동물은 소유가 아니라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존재라는 가치도 배웠다.
그러다 보니 동물을 사고파는 행위가 얼마나 잔인하고 잘못된 문화인지 저절로 알게 되었다. 간디는 말했다. 그 나라 위대함과 도덕성은 동물을 대하는 방법에서 알 수 있다고. 새해는 ‘나’부터 동물생명 인식을 바꾸고 우리나라 위대함을 높이는데 앞장서고 싶다. 페이지를 응시할 그대, #말은 바로 하자#분양 말고#입양 온라인 캠페인 동참을 기대한다.?
CREDIT
글 이미나
사진 이미란
에디터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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