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MAGAZINE
다시 만나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취재 중 만난 이야기들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래서 모든 이야기 끝에 완전한 의미의 마침표는 찍을 수 없었다. 반향이 컸던 사연들의 다음 챕터가 궁금해 연락을 취했고, 돌아오는 대답이 있었다.
가족이 되었어요, 실험견 비글 셜록이
여름 호에 잡지에 소개된 셜록이 아빠 이준혁입니다. 잡지 취재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고 해 전해 드립니다. 기대하지 않았으나 변한 것이 있고, 간절히 바랐지만 아직 변하지 않은 것들이 있습니다.
셜록이는 이제 우리들이 자기 가족이라는 걸 인지합니다. 낯선 사람이 오면 으르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제 아들, 그러니까 셜록이의 큰 형과 작은 형은 각각 중학생, 초등학생인데요. 어쩔 수 없이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오기 어렵게 됐습니다. 오게 되면 셜록이는 안전문이 설치된 방에 잠시 격리됩니다.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산책 시에 만나는 사람들이나 강아지에게는 온순합니다. 이제 셜록이에게 지켜야 할 가족이나 자기 영역이 확실히 생긴 모양입니다. 지난 추석에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시는 부모님 댁에 가 친척들에게 인사도 드렸습니다. 사촌 동생한테 안겨서 간식도 받아먹으며 잘 놀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온 가족이 공원 산책을 했는데 산책하다 단체 사진을 남겼습니다. 다시 보니 이제 셜록이가 어엿한 우리 가족이 된 것 같아 뭉클합니다.
실험용 비글이 태어나서 실험에 투입되기 전까지 받는 교육은 단순합니다. 일체의 사회화 교육을 무시하고 연구자들의 연구에 방해되지 않게 하려고 짖지 않는 교육과 물지 않는 교육만 받습니다. 셜록이가 저희 집에 온 지 이제 8개월쯤 되었지만 셜록이가 짖는 목소리를 들은 건 두 번이 고작입니다. 둘 다 처음 보는 수리 기사에게 짖었던 거고요. 다른 반려 가정은 강아지들이 짖는 게 고민이라는데, 저희는 너무 안 짖어서 문제랍니다. 짖지 않는 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언젠간 우렁찬 비글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겠지요?
지난 9월 셜록이를 데리고 셜록이를 구조한 비글구조네트워크 쉼터를 방문했는데요. 아직 쉼터에는 작년 구조된 소원이와 사랑이, 그리고 금년 구조된 휴고, 링고, 폴라, 붕붕이가 남아 있었어요. 특히 소원이와 사랑이는 두 번째 겨울을 쉼터에서 맞이하게 되는데요. 모쪼록 이 아이들이 추운 겨울 따뜻한 가정에서 지낼 수 있도록 관심 부탁드립니다.
?함께 일하며 사는 문화 공간, 로컬스티치의 2호점
로컬스티치는 1호점과 가까운 곳에 2호점을 열었습니다. 지난 인터뷰에서도 말씀드렸듯 2호점 또한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해 문화 향유와 업무가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스티치는 1, 2호점을 오가며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로컬스티치는 반려견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현재 시바견 보리가 영상디자이너 강애진 씨와 매일 출퇴근하고 있고요, 문화콘텐츠 마케팅팀 ‘아담스페이스’의 대표님의 반려견 아담도 가끔 놀러옵니다. 스티치와 강아지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로컬스티치 전체를 활보합니다. 강아지 친구들을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만나다보니, 아이들의 사회화 훈련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인디 워커스데이'는 한 달에 한 번,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랜서와 아티스트들이 한 공간에 모여 함께 일하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인데요. 이번에 저희 공간에서 반려견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시간을 공유하며 진행되었습니다. 반려견 키우는 프리랜서 분들이 항상 강아지를 집에 두고 나와서 일했는데, 이번 기회에 집에 키우는 반려견을 데리고 나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본 것입니다. 행사엔 네 마리의 강아지들이 왔어요. 옥상정원에서 강아지들이 뛰놀고 프리랜서 분들은 각자 자유롭게 흩어져서 일을 했습니다. 다들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서 좋은데…… 일이 잘 안 돼"라는 웃픈(?)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CREDIT
에디터 김기웅
사진 엄기태, 이준혁, 로컬스티치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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