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LIGHT
최고의 한 줄

매거진P는 한 해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머무는 무대는 달랐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았다. 인터뷰 중 깊은 울림을 전한 말들을 다시 모았다. 펜이 있다면 밑줄을 그으며 음미해 보자. 당신에게 최고의 한 줄은 무엇인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대표 | 영화감독 임순례
카라 하면 개식용 반대 운동을 빼놓기 어렵습니다. 다 똑같은 생명인데 왜 개식용만 문제냐는 의견은 어떻게 보시나요?
저희의 주장은 개식용만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에요. 사람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개식용 문제부터 인식하고 해결하는 것이 결국 동물복지 개선으로 이어지는 첫 걸음이라고 보는 거예요. 한 번에 모든 동물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는 없잖아요. 개식용의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모든 동물들의 보다 더 동물다운 삶, 동물과 사람의 올바른 관계까지 떠올리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도 제공하길 원하는 거죠. 개부터 ‘시작’을 하자는 뜻이에요.

반려동물 가구 디자이너 | 문승지
반려동물 가구를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스토리텔링이에요. 사람이 쓰는 소파에 강아지 집을 붙여 놓은 작품이 있어요. 이걸 만들었던 시기가 강아지를 목줄로 차에 매달고 도로를 질주한 ‘악마 에쿠스’ 사건이 크게 이슈가 됐던 때예요. 아직도 강아지가 반려의 대상이 아니라 소모품처럼 가볍게 인식되고 있는 거죠. 그때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소파에 강아지 집을 붙인다면 사람들은 분명 ‘정말 개팔자가 상팔자구나!’라며 황당해하겠지? 근데 전 오히려 그런 말들이 계속 나와 주길 바라요. 그 말처럼, 이젠 강아지들이 이 정도의 대우는 받아야 하는 시대라는 메시지를 세상에 던지고 싶어요.

209 영상연극단 단원 | 서다예
강아지 공장을 배경으로 한 연극 <후>의 기획 의도가 궁금합니다.
연극의 극본을 준비하며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게 들은 말이 아직도 충격으로 남아 있어요. 공장에 갇혀있던 강아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보니 짖을 때까지 달려 보기, 엄마 슬리퍼 옆에서 계속 걸어 보기 같이 너무 사소한 것들이래요. 인간도 다를 게 없어 보였어요. 권력과 부조리 속에서도 그게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고 살기 쉽잖아요. 연극을 보며 마땅히 저항하지 못하고 길들여지는 우리의 모습 또한 떠오르길 바라요.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은 좋은 우화가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해요.

아메바컬쳐 디자이너 | RD
시바견 ‘모두’는 RD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모두는 저와 모든 것을 함께하는 동반자예요. 성격과 취미가 잘 맞는 절친이기도 하고요. 일단 모두 때문에 변한 것들이 많아요. 모두를 위해 베란다가 넓은 이 집으로 이사를 했고, 혼자 훌쩍 떠났던 여행길엔 이제 모두를 꼭 데리고 나가게 됐어요. 신기하게 말도 참 잘 알아들어서 이리와, 올라와, 들어와는 따로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제 의도를 읽어내고 행동해요. 짐이 되지 않느냐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두는 데리고 다니기 편하죠. 기회가 된다면 모두랑 해외여행을 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강아지들이 비행기를 이용하는 절차가 무척 복잡해서 엄두도 못 내고 있지만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 이형주
식용견이 사라지기까지 밟아야 할 단계들이 많을 텐데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다음 과제는 무엇인가요?
동물복지와 관련한 발의를 하자고 하면 국회에선 개 농장을 거론하며 꺼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만 먹고 안 먹고의 문제가 아니라, 개 식용 문제 때문에 전반적인 동물 복지 수준을 올리는 데에도 제동이 걸리는 거죠. 그래서 어찌 보면 식용견 논쟁은 지엽적이에요. 왜 개만 안 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실제론 개 잘 안 먹거든요. 개라는 동물에 국한되지 않도록 이 문제를 더 큰 시야로, 그리고 다각도로 볼 수 있도록 논의를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진돗개 부부 금동이와 복실이 반려인 | 유태수
금동이 가족 이외에도 마을에 다른 개들이 많을 텐데요. 이 아이들의 환경을 알고 싶어요.
도시에서는 같은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게 최적화된 소형견과 동일체 교감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데 반해, 시골에서는 주로 실외견을 키우는 관계로 개는 개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시각이 강해요. 대부분의 시골 개를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고 주인 용돈벌이로 팔려가기도 하지요. 시골 개의 생활은 키우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극과 극의 모습으로 나타나요. 개를 진정으로 반려하는 사람들에겐 실외견이어도 자기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귀한 반려견이지요. 그런 사람들에게 시골에서의 반려생활은 도시인들은 느껴볼 수 없는, 자연 속에서 공감하는 기쁨의 연속이고요. 가끔 금동이와 선운산이나 갯벌바다로 나들이 나갈 때 목줄에 묶이거나 철장에 갇혀 있는 개들을 보면 괜히 미안해지고 짠한 마음이 들어요.

우리동물병원 생명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 | 김현주
동물병원 협동조합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저희도 무조건 값싼 병원을 추구하기 어려워요. 다만 조합원들이 모여 합당한 진료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질 좋으면서도 지나치지 않은 치료를 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비용만 놓고 보면 다른 동물병원과 비교해서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도 않아요. 당장 누구나 부담 없는 진료비가 실현된다면야 너무 좋겠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들이 있죠. 그래서 저희는 조합원이 소비자로서만 머물지 않고, 그들에게 재정 참여와 경영 참여를 열어두고 있어요.
협동조합은 이름 그대로 사람들이 함께 협동하며 살아간다는 의미예요. 내가 집을 비울 때 우리 집 강아지를 돌봐 줄 수 있는 이웃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서로가 서로를 돕고 의지하며 지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어 우리동물병원이 무언가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면 기쁠 거예요.
CREDIT
에디터 김기웅
사진 엄기태, 곽성경, 구현회
그림 이현진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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