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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놓지 않는 끈에 대한 단상

  • 승인 2017-12-12 12: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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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I IN NEW YORK

누구도 놓지 않는 끈에 대한 단상

얼마 전 한 연예인의 개에 물린 사람이 죽은 사고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에 앞서 고민이 많았다. 아직 종결되지 않은 그 혼란에 무게를 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난 근본적인 이유로 개가 목줄을 했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아 뉴욕의 목줄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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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한 사람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우리는 반려동물의 목줄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얻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절로 떠오르는 날이다. 뉴욕의 거리를 활보하는 수없이 많은 반려동물들 중 목줄을 하지 않은 동물을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힘들다. 이처럼 모든 반려인들이 목줄을 이용하는 이유는 뉴욕시에서 정해놓은 규칙 때문인데, 이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산책시킬 때에는 목줄을 필수적으로 하되 그 길이가 6피트(약 180cm)가 넘지 않아야 한다.

주제에서 조금 벗어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곳 경찰이 갖고 있는 힘이 크고 시민들의 준법 정신이 강해 이런 사소한 규칙도 그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만약 이곳에서 규칙을 무시한 채 목줄 없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다닌다면 경찰에게 바로 발각되어 그에 맞는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거리에 침을 뱉고 담배꽁초를 버리면 범칙금을 내듯이, 일반적이고 합리적으로 말이다. 법이라도 사람들의 인식이 받쳐주지 않으면 잡음을 내기 마련이다. 이 번거로운 규칙을 불평 없이 잘 따르는 시민 의식은 우리가 한 번쯤 눈여겨 볼 가치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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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을 통해 목줄 문화뿐 아니라 불도그라는 견종 또한 때 아닌 논쟁에 휩싸였다. 불도그를 키워본 경험이 없는 나는 그 종에 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기엔 자격미달이지만, 이곳의 불도그에 관한 이야기를 짧게나마 소개할 수는 있다.

뉴욕에 살다 보면 여기에 얼마나 많은 종류의 개들이 사는지 그 다양함에 놀라움을 느낄 때가 많다. 어제 세 마리의 말티즈를봣고 오늘 두 마리의 레트리버를 만났다면 내일은 네 마리의 비글과 마주칠 것이다. 이외에도 품종을 아리기 어려운 다양한 종류의 개들을 길거리에서 마주치게 된다. 그 중 유난히 자주 보는 품종이 있는데, 바로 불도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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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사람들의 불도그 사랑은 아직 내겐 신기한 문화 중 하나인데, “불도그가 왜 그렇게 많아요?”라고 묻는 독자분이 계시다면 솔직히 답은 나도 모른다. 아마도 독특하고 개성이 뚜렷한 걸 선호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만 할 뿐이다. 반려동물 사진 작가이기 앞서 이곳 거리를 매일 걷는 행인으로서 고백하자면 솔직히 나는 불도그가 조금 무섭다.

종종 킥보드를 타고 길거리를 지날 때면 불도그들만이 괜한 경계심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들을 맘 편히 촬영까지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반려인들의 배려가 투철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개가 사납다면 조금 더 줄을 짧게 잡아 산책하고, 개가 다른 사람에게 경계심을 보인다면 개를 달램과 동시에 사람에겐 재차 미안하다 사과한다. 복잡한 도시지만 평온한 공존이 가능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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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말티즈 한 마리를 키웠는데, 목줄 없이도 날 졸졸 쫓아다니게끔 훈련시키려 애를 썼던 기억이 있다. 목줄 없이 주인을 따르는 것을 훈련이랍시고 나는 얼마나 많은 행인에게 불편과 불안을 안겨줬는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거리에서 자유로운 강아지들을 만나 난처함을 겪어봤을 것이다. 이 ‘위험한’ 문화를 이제는 고쳐야 할 때다. 어린 시절의 나의 과거를 반성한다.

그러나 혹시 나와 같은 경험이 있는 독자 분들이라면 괜한 죄책감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반려동물 문화가 잘 자리 잡기 위해 겪어야 하는 시행착오 중 하나이니, 확실히 인정하고 고치면 된다. 목줄은 반려동물을 묶어놓는 답답하고 귀찮은 끈이 아니라 반려인들의 책임이자 타인에 대한 배려임을 깨닫고, 모두의 안전이 그 가는 끈 한 줄에 달려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뉴욕 거리 위 강아지와 시민들의 화목은 채 2미터가 되지 않는 그 짧은 줄에서 시작된다. 실천의 효과는 법과 정신보다 강하다.

CREDIT

글·사진 박모리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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