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작은 개를 만드는 저녁
강아지를 키워 본 사람은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말을 깊이 이해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만든다. 반짝이는 눈부터 털의 결까지 완벽히 내 개를 닮은 양모 니들펠트 강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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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 같은 양모 사이로
스산한 바람을 뒤로하고 녹색 문을 열었다. 노란 불빛에 낮게 음악이 흐르는, 아늑한 공간이 나타난다. 하얀 벽과 밝은 색의 원목 사이로 솜사탕 같은 양모가 눈에 띈다. 산뜻한 얼굴로 커피를 권하는 ‘마이펫돌’ 미즈성 대표 어깨 뒤로 타닥타닥 발소리가 들려온다. 눈을 돌려보니 강아지 두 마리가 널찍한 공방 안을 거닐고 있다.
촉촉한 갈색 눈에 실크 같은 털을 지닌 쏘세(9), 누나와 커플 옷을 입고 온 패셔너블한 리찌(4)는 수강생들의 반려견이자 오늘 클래스의 모델이다. 공방은 언제든 반려동물에게 열려 있다. 실제로 강아지의 얼굴을 보면서 창작하면 결과물도 더욱 근사하다. 사정상 반려동물을 데려 오지 못한다면 휴대전화에 저장해 둔 사진을 보며 작업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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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만드는 것 모두 너
먼저 양모를 고르고 넓게 편다. 무엇이든 기초 작업이 중요하다. 구름 같은 양모 위로 설렘과 가벼운 흥분이 떠다닌다. 눈앞의 강아지를 본떠 만드는 몽글몽글하고 작은 미니어처를 만드는 날이다. 춥고 침침한 날씨에 가라앉았던 기분도 사뿐 떠오른다. 누나가 만든 옷을 입고 차분하게 앉아있는 리찌도, 당차게 엄마를 지켜주는 쏘세도 몇 시간 뒤면 자신과 꼭 닮은 조그만 인형을 갖게 된다.
개 닮은 인형을 만들면서 개 이야기를 하고, 개 사진을 본다. 애정이란 그런 것이다. 일생 도무지 지겨워지지가 않는 것. 매일 이야기와 추억을 구름처럼 쌓아가는 것. 오늘의 화제는 리찌의 슬개골 탈구 수술이었다. 이들은 바지런하게 손을 놀리며, 입으로는 수술 정보를 공유했다. 걱정 어린 눈길이 리찌에게 오간다. 금방 나을 것이라는 덕담도 잊지 않는다. 눈과 코를 붙이니 어느덧 폭신한 털 뭉치가 강아지 얼굴 모양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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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접점
얼굴 윤곽이 히고 이제 눈두덩이와 이마 같은 디테일을 잡을 차례다. 니들펠트는 바늘로 양모를 찔러가며 모양을 잡는 공예다. 바늘에 돌기가 있어 별도의 접착제 없이 많이 찌를수록 깔끔하게 고정된다. 관계도, 공예도 품을 들일수록 공고해지는 법. 열중한 얼굴들 위로 오른 홍조가 해당화처럼 곱다.
어느새 노을도 몸을 감추고 어둠이 짙다. 리찌 언니가 부스스 몸을 일으킨다. 리찌에게 한 입, 쏘세 한 입 간식을 준다. 물도 잊지 않는다. 공방 안에서는 내 개, 네 개가 없다. 우리가 돌보는 개만 있다. 반려견이 이들의 다정한 접점이 되어주었다. 간식을 보는 둥 마는 둥 리찌 뒤를 쫓는 쏘세를 보며 사람들이 웃는다. 굳은 어깨도, 바늘에 찔린 손도 아이들을 보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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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도 높은 시간의 결과물
니들펠트는 색 조합도 중요하다. 슈나우저는 흰색과 회색, 검은색 양모를 그라데이션처럼 잘
배합해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 견종이 가진 특징이 드러난다. 따로 니들로 모양을 잡아둔 귀를 콕콕 잘 찔러서 고정시켜주면 완성이 성큼 다가온다. 믹스견인 쏘세는 특징을 잡기 어려워 엄마가 애를 먹는다. 고전하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다. 말티즈 리찌의 누나는 마무리에 박차를 가한다. 양갈래 헤어스타일까지 똑같이 만들겠다며 손이 분주하다.
밀도 높은 세 시간이 훌쩍 지났다. 들쭉날쭉한 터럭을 가위로 정리하고 나니 금방이라도 짖을 것 같이 생생한 강
아지의 얼굴이다. 다들 흡족한 얼굴로 작품과 강아지를 번갈아 쳐다본다. 모델보다 창작자들이 신난 모습이다. 여기저기 웃음이 흩어진다. 친밀한 겨울 밤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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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은혜
사진 레이나?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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