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 & DOG
괜찮아 가족이잖아,
함께 자라는 도니와 쭈니
부부. 28년 동안 살던 고향을 벗어나 부산으로 시집을 오게됐다. 바다가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망망한 바다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다. 해안 도시 부산에서 사는 일은 그래서 그저 신날 줄만 알았다. 그러나 가족도, 친구도 없는 타지에서의 생활엔 점점 외로움이 들이닥쳤다. 적적한 마음은 해소되지 않고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그러던 중 한 애견 숍을 지나가는데 독특하게 생긴 강아지 한 마리에게 시선을 뺏기고 말았다. 첫눈에 반했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도니라는 이름이 생긴 강아지는 나의 외로움을 충분히 채워주는 귀여운 아이였다. 반려견을 한 번도 키워보지 않은 신랑은 처음엔 반대했지만 도니의 매력적인 얼굴은 모두에게 강력한 어필이 됐다. 결국 우리 부부와 도니는 4년 동안 지지고 볶으며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다.
그러다 신랑의 이직으로 우리 가족은 거제도라는 낯선 섬에 정착하게 됐다.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건 상상하기 힘든 혼란이다. 그래도 도니에겐 자연에 더 가까운 거제도의 삶이 조금 더 나은 환경이었다. 나는 도니와 섬 곳곳을 여행하며 더욱 돈독해졌고, 정신없던 시간도 그렇게 차츰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우리 가족에겐 경사가 찾아 왔다.
결혼 4년 만에 직장을 그만 두면서 우리는 아이를 계획했다. 그리고 이듬해 아이를 낳았다. 거제도에 터전을 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탄생한 우리 부부의 2세, 쭈니. 모두가 축복해주며 박수를 보냈지만 내 안엔 작은 걱정이 자라나고 있었다. 4년 동안 우리 부부의 사랑을 오롯이 독차지한 도니는 괜찮을까? 아마 도니보다 더 많은 배려와 관심을 쭈니에게 쏟을 수밖에 없을 텐데.
쭈니가 태어나자 주위 사람들도 아기와 강아지가 함께 사는 걸 염려하기 시작했다. 특히 잉글리시 불독은 털이 많이 빠지기로 유명하다. 덕분에 나는 매일 빨래를 서너 번 하고 틈만 나면 집을 쓸고 닦는 버릇이 생겼다. 쭈니가 자라면서 내 손이 필요한 곳이 더욱 늘어나겠지만 나는 도니와 쭈니가 서로를 받아들여 준다면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우리가 잘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한편으로는 도니가 쭈니를 질투하진 않을까 걱정이 컸다. 쭈니가 4개월까진 잠을 많이 자서 아기가 자는 시간엔 도니와 함께했다. 조금은 의무적으로 말이다. 어쩌면 도니는 쉬고 싶었는지도 모르는데, 신생아 때는 아기가 잘 때 엄마도 함께 자야 한다고 하던데, 도니와 쭈니 모두의 마음을 불안하지 않게 충족시켜 주고 싶었다. 그 무렵 나는 힘들지만 힘들지 않은 시간들을 보냈다.
쭈니가 5개월이 지나 뒤집고 기기 시작하면서 잠도 줄고 활동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비슷한 눈높이의 가족인 도니에게 관심을 가졌다. 다만 도니는 25kg이나 나가는 아이라 둘을 한시도 시선에서 뗄 수 없었다. 내가 관여할수 없을 때는 둘을 다른 공간에 두었고, 하루에 몇 번씩 서로 냄새도 맡고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별도로 줬다. 점점 둘은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는데, 그것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관계가 아니라 가족들의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나는 안다.
쭈니가 7개월경 보행기를 타면서 또 다른 고민이 찾아왔다. 보행기를 탄 쭈니가 도니에겐 다소 위협적으로 보인 모양이었다. 쭈니는 집을 마음껏 활보했고, 도니는 보행기만 보이면 숨어버리곤 한다. 예상치 못한 난관이었다. 그런 도니가 짠했지만 아이의 발달을 막을 도리는 없었다. 대신 쭈니가 접근할 수 없고 도니가 안심하는 공간 몇 군데를 찾아주었다.
이제 곧 돌을 맞이하는 쭈니가 걷기 시작하면 더 큰 시련이 우리를 찾아오겠지만 우리는 그 또한 잘 넘어설 것이다. 가정의 문제는 언제나 불현듯 찾아온다. 그러나 그것을 넘으며 한 뼘 더 성장한다. 서로를 이해하며 닮아가는 모습으로 말이다.
도니와 쭈니가 하루하루 더 가까워지고 건강하게 성장한다면 나는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리고 아기와 함께 지내는 반려견에 대한, 특히 중대형견들에게 대한 세상의 시선이 따뜻해지기를 소망한다.
CREDIT
글 사진 강나리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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