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IDE
금동이와 복실이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잿빛으로 물든 노을 아래 광활한 갯벌을 힘껏 달리는 강아지들이 한국에 있다. 반려인의 입을 빌려 진돗개 부부 금동이와 복실이의 시원한 러브스토리를 전한다.?
금동이 부부를 소개합니다
저는 아직 주말 귀촌 도시 직장인입니다. 지금 금동이가 사는 곳은 제가 태어나서 중학교 시절까지 소를 몰며 풀 먹이고 꼴을 베던 초동이었지요. 고등학교 때 도시(전주)로 홀로 유학와 대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상경해 직장 생활을 시작하였어요. 이후 서울에서 결혼도 하고 아들과 딸 둘을 낳으며 아주 일반적인 시골 출신 도시 직장인으로 생활하던 중 5년 전, 다니던 직장 따라 금동이 사는 시골 고향집과 멀지 않은 군산이라는 도시로 이사를 왔지요. 이때부터 주말 귀촌을 시작하며 진돗개 금동이를 입양해 지금도 주말친구로 함께 지내고 있어요. 은퇴 후엔 완전 귀촌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준비하며 틈틈이 전답에 아로니아를 식재하여 왔어요. 규모가 제법 커져 올해부터 아내가 전자상거래와 지인을 통해 조금씩 파는 연습을 하고 있답니다.
지금 금동이가 살고 있는 집은 10년 전 부친께서 돌아가신 후 홀로 계신 모친을 위하여 동네 안쪽에 있던 집을 헐어버리고 동네 앞 언덕 위에 있던 밭에 목조로 새로 지은 곳이지요. 그 때는 은퇴 후 서울 쪽에서 계속 살 계획으로 귀촌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상황이 바뀌어 귀촌을 준비하고 있어요.
금동이는 2012년 8월 10일생, 복실이는 2012년 11월 14일생, 장금이는 2014년 1월 29일 생입니다. 지방도시 군산으로 이사 와서 귀촌을 시작할 때 입양한 금동이가 외로워 보여 눈이 오던 2012년 12월 겨울에 복실이를 입양하였지요. 복실이는 다음해 8월 첫 출산을 하였는데 나름대로 좋아 보이는 환경의 반려인에게 보냈어요. 어린 나이에 새끼를 낳아 기르던 복실이가 안쓰럽고 미안하여 새끼를 낳지 못하게 다음 발정기엔 금동이와 격리시켰지요. 그런데 뭐가 잘못되었는지 새끼를 한 마리를 더 낳았어요. 이 강아지를 장금이라고 이름을 짓고, 금동이 복순이와 가족으로 3년 8개월을 함께 살아왔습니다
오직 나와 강아지만의 풍경
금동이 가족은 나이가 연로해서 활동이 불편하신 할머니와 함께 있다보니 그 환경에 맞춰 살 수밖에 없어요. 진돗개는 주인아닌 이방인을 경계하는 습성이 강해서 시골에서는 보통 목줄에 끈을 묶어 키우거나 철장 안에 넣은 채 키워요. 금동이도 입양 온 후 잠시 동안 목줄에 묶여 살다가 울타리를 만들고서 목줄을 풀었지요. 점점 커가면서 울타리를 뛰어넘고 다니는 바람에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과 동네 어르신들이 불편해하여 집 뒤뜰에 구역을 분리해 창고 겸 개집을 만들어 줬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데크를 설치한 일명 ‘하늘정원’을 만들어서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게 하고 있어요.
밤에는 하늘정원 아래 넓은 개집에서 밤을 지내고, 낮에는 하늘정원과 뒤뜰에서 집 울타리 밖을 구경하며 하루를 보낸답니다. 그러다가 주말이 되면 마당도 개방해 주고, 갯벌과 바다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합니다. 금동이 가족이 가장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건 하늘정원에서 내려다보이던 집 밖으로 나들이 가는 것이지요. 주인이 자전거를 만지면 밖으로 나들이 가는 것을 알고 방방 뛰는 모습이 아주 귀여워요. 그 다음으로 할머니가 내어온 간식(주로 돼지 등뼈, 쪽 갈비) 먹는 것과 주말에 온주인의 손 마사지 받는 것을 좋아라 합니다.
금동이 가족은 목줄 없이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는데 가끔 울타리 넘어서 몰래 집밖으로 나가 동네 개들과 싸운다든지, 농작물을 밟는다든지, 다른 가축(닭)을 잡는다든지 하는 말썽이 일어나기도 해요. 옛날에는 없던 자동차가 많아져 사고의 위험도 늘어났어요. 그래서 요즘 시골은 대부분 개들에게 목줄을 채우거나 개들을 철장에 가두어 키우는 환경으로 변했어요. 옛날에 사람과 함께 살던 시골 개들은 낮에는 무리지어 서열을 정하고 함께 뛰어 놀며 지내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오곤 했는데, 세상인심이 개인주의로 변하다보니 요즘 시골 개들은 도시에 사는 개들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지고 사회성도 점점 사라지는 중이에요. 다행히 금동이 가족에게는 사람들과 농작물, 다른 가축이 없는 넓은 갯벌 바다가 있지요. 그곳에서 목줄 없이 물새와 갈매기를 쫓아 뛰면서 자유를 만끽해요.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보면 그 순간만큼은 세상 근심걱정 다 사라지는 행복을 느끼지요.
금동이 가족이 살고 있는 동네는 선운산 뒤쪽 바닷가 동네인데 청정한 산과 바다가 있어 살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에요. 나뭇잎 없는 계절에 개들과 함께하는 선운산 나들이는 누구나 누리지 못하는 힐링 여행이고, 개들과 떠나는 갯벌 바다 자전거 하이킹은 금동이 가족과 저만의 운동이자 힐링 방법이지요. 주변에 오염원이 없어 청정한 고창 갯벌은 생물들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람사르 보호 습지로 지정된 곳으로, 계절과 물때와 해가 있는 장소에 따라서 수없이 많은 모습의 풍경으로 바뀝니다. 그 멋진 풍경 속에서 개들은 갈매기와 물새 몰이를, 주인은 조개나 굴을 캐는데 그 장면은 혼자 카메라에 함께 담을 수 없어 나 혼자의 행복으로 간직하고 있어요.
시골에서 강아지를 키우기란
시골에서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도시에서의 생활과는 전혀 다른 것 같아요. 도시에서는 아파트 등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게 최적화된 소형견과 동일체 교감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데 반해, 시골에서는 주로 실외견을 키우는 관계로 개는 개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시각이 강하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시골 개를 둘러싼 환경은 아주 열악해요. 가끔은 주인 용돈벌이로 팔려가기도 하고요. 그래서 시골 개와 함께 하는 반려생활은 사람에 따라 극과 극의 모습이 나타나요. 개를 진정으로 반려하는 사람들에겐 실외견이어도 자기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귀한 반려견이지요. 그런 사람들에게 시골에서의 반려생활은 도시인들은 느껴볼 수 없는, 자연 속에서 공감하는 기쁨의 연속이고요.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의 아파트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그런 사람 중 상당수는 시골이나 도시의 단독주택에서 개들과 함께 살았던 추억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시골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던 개와 함께하던 추억은 낭만으로 기억되지요. 그러나 시대는 변해서 시골에서 사는 개에게 옛날 추억에 있던 자유와 낭만은 없어요. 여름 땡볕에서 짧은 줄에 묶여있거나, 1평도 안 되는 철장 안에 갇혀서 주인이 먹다 남은 밥을 먹거나, 예방 접종 한 번 못하고 여름에 억센 모기에 물려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거나, 다 커서 복날 때 주인 용돈 벌이로 개장수에게 팔려가는 것이 현실이랍니다. 가끔 금동이와 선운산이나 갯벌바다 나들이 나갈 때에 목줄에 묶이거나 철장에 갇혀서 살아가는 개들을 보면 괜히 미안해지고 짠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요.
한번은 장금이가 집 나가서 대문 없는 집 땡볕 아래 목줄에 묶여 사는 개와 싸웠는데 그 집 주인 하는 말이 줄에 묶어 키우지 않고 다시 한 번 나오면 자기 집 주변에 쥐약을 놓겠다고 언성을 높이더군요. 그리고 비밀인데요. 복실이 첫배 새끼 중 한 마리를 옆 동네 아는 친척형님이 잘 키우겠다고 하시길래 믿고 보냈는데요. 6개월 후 가봤더니 개가 보이지 않았어요. 개는 어딨냐 물어보았더니 할머니 몸이 편찮아서 개소주 해드렸다네요. 그래서 앞으로는 절대 복실이가 새끼 낳지 못하게, 일 년에 두 번씩 격리하는 난리를 치르고 있답니다.
CREDIT
글 유태수
사진 구현회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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