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며 만나다
시간조차 머물다 가는 라오스,
행복이 별 거 있나요
라오스의 개들은 그 나라 사람들과 많이 닮았다. 온순하고 친절하며 욕심이 없다. 아니, 그곳의 모든 생명체들이 둥글둥글 서로를 닮았다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여느 동남아 국가처럼 느닷없는 동물과의 마주침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렁찬 닭 울음소리로 시작하는 아침, 소 떼에 길이 막혀 한참을 기다리기도 하고, 식당에 앉으면 주변으로 옹기종기 개와 고양이들이 몰려든다. 아직 ‘반려동물’이라는 인식은 낮지만 한편으론 동물들이 늘 가까이 생활하는 자연스러운 생명으로서 존재한다. 서로를 인정하는 태도의 라오스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오늘도 마냥 평화롭기만 하다.
| 라오스 최남단, 4000개의 섬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의미의 씨판돈의 개들은 매일매일 비키니 누나들을 감상하고 낮잠 자는 것이 일이다. 40도를 웃도는 날씨지만 괜찮다. 다섯 걸음만 걸어가면 메콩 강이니까.
| 해질 무렵의 루앙프라방. 더운 하루를 식히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칸 강으로 달려왔다. 그 모습에 동네 개들도 신이 났다. 함께 물장구치며 노는 모습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았다.
| 동남아의 흔한 개.jpg. 주인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간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균형 감각이지만 여기선 특별한 축에도 못 끼는 기본 중의 기본.
| 본격적인 건기맞이 셀프 미용 당하는 누렁이. 가위질과 빗질은 귀찮고 싫지만 상대 마음 아니까 꾸욱 참아주는 중.
| 이런 순간이 가장 불편하다. 자꾸만 내 머릿속이 익숙한 가치를 들이대고 판단해버리는 것. 배를 채우기 위해 쓰레기와 풀을 먹는 개. 우리네 기준처럼 불행한 것일까? 이토록 자유스럽고 평화로운 바람 같은 너인데.
| 처음 머리를 쓰다듬어준 것이 첫 번째 실수. 결국 샐리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이 두 번째 실수. 손을 가져다대기도 전에 발라당을 해버리는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 결국 일주일이나 머무르고 말았으니까. 도로 하나가 전부인 작은 마을에 말야.
| 꼬물꼬물. 힘차게도 빤다. 조금이라도 더 빨겠다고 밀치고 난리다. 시끌벅적한 주위 환경에도 어미 개는 전혀 예민하지 않다. 꼬마가 다가온다. 손에 쥐고 있던 찹쌀밥을 엄마 몰래 어미 개에게 살짝 건넸다.
|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미지근한 맥주를 마셔야하는 작은 마을. 저녁시간이 되면 집 앞 곳곳에 모닥불이 피어나고 죽순을 구워 찰밥과 먹는다. 장화신은 고양이의 눈으로 한 입만을 호소하는 개들. 집에서나 여행에서나 개들 눈치 보며 먹기는 매한가지.
| “엄마, 잘 다녀오세요!” 아내를 일터에 데려다주는 다정한 남편과 엄마에게 인사하는 하얀 포메라니안. 왠지 모르게 빙그레 미소 짓게 되는 장면.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오늘도 지고 말았다.
| 졸졸졸. 넌 스님이 가는 곳은 어디든 따라갔어. 하지만 뒤에서 기다릴 뿐, 스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지. 스님이 물을 길어 법당으로 들어가자 똑똑한 넌 밖에서 기다렸어. 익숙한 모습으로. 오늘도 넌 그곳에 있겠지?
CREDIT
글 사진 박애진 (여행 작가)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