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키와 바다
4화 거제도로 떠난 동반 여행?
여름이 되면서 캬키와 바다는 눈을 뜨자마자 산책을 나가고 있다. 늘 같은 공원에서 시작되는 산책이지만, 같은 공간에서 다른 즐거움을 찾는 캬키와 바다를 지켜보는 순간 이 하루 중에 제일 큰 행복이다. 최근에는 바다의 활동이 점점 많아져, 캬키와 함께 거제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의 절반은 준비
캬키를 만난 후 여행을 가기 전에 많은 고민이 생겼다. 캬키와 함께 할 수 있는 곳은 어딜까? 어디서 묵을 수 있을까? 그곳에 캬키와 들어갈 수 있을까? 식사하는 동안 캬키는 어떡하지? 캬키와의 여행에는 늘 제약이 따랐다. 하지만 관광지보다 자연을 더 선호하는 남편과 나는 큰 스트레스 없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바다가 태어나면서부터는 반려견과 아기가 함께할 수 있는 여행지를 찾게 되었고 그에 따른 숙박과 먹거리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여행을 하게 되면 늘 캬키의 멀미가 걱정이다. 가족들은 시댁이나 친정은 집에서 다섯 시간쯤 소요되는 곳에 있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은 익숙하다. 하지만 거제도까지 일곱 시간이나 소요되기 때문에 중간에 부모님을 찾아뵙고 다음날 다시 거제도로 향했다. 5년 동안 계속되는 캬키의 멀미. 심하게 차를 거부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동하는 동안 절대 누워있지 않고 헥헥거린다. 자동차를 자주 타지 않는 반면 한 번 이동하면 장시간 차를 타서 그런 것 같다.?
캬키가 어렸을 때는 무릎에 턱을 괴게 하거나 꼭 안아줘서 안정을 찾게 했다. 그러면 헥헥거림을 덜 하곤 했는데 요즘은 그럴 수가 없어졌다. 아직 바다도 카시트에 장시간 앉아있는 습관이 들어있지 않아서 안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캬키는 나의 발 밑에서, 바다는 나의 무릎에서, 우리는 시트 하나면 충분하다.
이동 중에는 한두 시간에 한 번씩 쉬었다 가는데, 캬키는 차에서 내릴 때면 마치 해방된 듯이 미친 듯이 뛰쳐나가 용변을 본다. 멀미를 해결하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는 해봤는데 아직까지는 차도는 없다. 캬키를 위탁소에 맡기기는 싫고, 친구들에게 부탁하기는 미안하고, 무엇보다 캬키와도 함께 여행하고 싶어서 이렇게 해서라도 다 함께 이동하지만- 이럴 때면 캬키에게 미안하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바다도 그런 캬키가 안쓰러운지 꼭 껴안아 주거나 쓰다듬어 주곤 한다.
있다 없으니까, 더욱 그리운
해가 지날수록 애견 동반이 가능한 숙박업체가 늘어나고 있어서 참 반갑다. 하지만 기존 숙소보다 더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가격과 조건이 괜찮은 숙소를 찾기 위해서는 발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이번에도 갑작스레 떠난 여행이었지만, 운 좋게 만족스런 숙소를 찾아서 아주 편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거제도를 처음으로 방문했는데 대부분 명소의 숙소에서 애견 동반이 가능했다.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은 단편적인 순간들이 떠오른다. 잔디밭 위나 수풀이 무성한 곳에서는 진드기를 조심하며 다녔다. 반짝이는 해금강을 보며 캬키도 바다도 예쁘게 빛이 났다.집 앞 공원으로 나가도 공공장소였기에 리드줄을 항시 착용하고 다녀야 했던 캬키는 숙소 해변에서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듯 리드줄 없이 신나게 뛰었다. 바다도 덩달아 신이나 춤을 추었다.
거제도에 다녀온 후, 지금은 바다와 함께 3주간의 미국 여행을 즐기고 있다. 해외인지라 어쩔 수 없이 캬키는 시댁에서 머무르게 됐다. 바다는 태어난 후 처음으로 캬키와 오랫동안 떨어져 있게 되었기에, 혹시 캬키를 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캬키 인형과 목걸이를 만들어서 가져왔다. 22개월인 바다는 아직 캬키가 보고 싶다고 울거나 찾지는 않지만, 미국의 많은 강아지들을 보며 너무나 좋아했다. 인사하고, 만지고, 심지어 “캬키!” 라고 소리를 지른다. 잠자리에 들때면 캬키 인형을 꼭 껴안고 잠든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캬키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나 또한, 캬키가 너무 그리운 밤이다.
CREDIT
글 사진 김현주 (@badakaki)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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