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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사람들 | 더 사랑할 걸 그랬어…

  • 승인 2017-07-28 17: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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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 LOSS : 남겨진 사람들

더 사랑할 걸 그랬어 늙고 병든 강아지 망치에게?

2004년 8월 우리 집에 온 망치. 응급상황이 잦아 병원비와 약값 지출이 많았던 지난 1년간은 지친 식구들에게 이젠 눈을 감았으면 좋겠다는 핀잔도 많이 들었다. 그리고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여름, 망치와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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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시간, 뒤늦은 후회

좋은 반려인은 못 되었다. 아기 때엔 품에 안고 물고 빤 시절도 있었지만 점차 씻기는 것도 귀찮아 냄새 나는 채 방치한 날도 있었고, 바쁘다는 핑계로 좋아하던 산책을 거르고 집 안에 두기만 하던 시간도 많았다. 피부병을 한창 앓을 때는 다가오는 녀석을 밀어내기도 했다. 좀 더 신경 써 키웠더라면 건강한 노년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가쁘게 숨을 몰아 쉬는 녀석을 볼 때마다 게으르고 핑계 많던 지난 시간이 한심스럽게 느껴져 많이 자책했다.

엘리베이터에 내리면 현관문을 긁는 발톱 소리부터 들려온다. 식구 중 누구 하나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면 현관문 앞을 망부석처럼 지키고 있던 녀석이었다. 뒷다리를 질질 끌지언정 현관문 앞까지 마중을 나오는 건 언제나 변함 없었다. 흥분하면 발작을 일으키기에 집에 들어갈 때 일부러 아는 체를 하지 않는데, 녀석은 그 마음도 모르고 가족들을 맞이할 때마다 기쁘다고 흥분해 발작을 일으켰다. 참 바보 같다. 그런 녀석 때문에 툭하면 더 바보 같은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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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는 사이에

?

호흡이 힘들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망치와 같이 잠 못 이루며 지쳐가던 새벽, 녀석의 눈을 보고 물었다. “망치야‥ 망치야‥보내줄까?” 큰 눈을 자랑하는 시추답게 망치는 눈을 껌뻑이며 울고 있는 나를 보고 얘기했다. “성희야, 성희야…”, “우린 모두 언젠간 죽어. 다시 만날 테니 너무 슬퍼하지 마.” 힘을 내기로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자고 마음 먹었다. 집에 돌아오면 망치를 안고 산책을 나갔다. 몇 시간이고 망치를 안고 걷다 들어오는 게 그때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었다.

출장으로 5일간 집을 비울 일이 생겼다. 엄마는 다시 쌩쌩해진 녀석의 안부를 전하며 망치가 한 해를 더 넘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출장 마지막 날 새벽, 엄마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망치는 내가 없는 사이 하늘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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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의 마지막 인사

망치를 보낸 후, 녀석이 우리 집에 온 과정을 생각해봤다. 펫숍에서 돈을 주고 사온 강아지. 그때는 생명을 돈을 주고 산다는 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고, 강아지 공장에서 불법 번식으로 강아지들이 고통을 받는 것도 몰랐다. 개를 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개들을 구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극단의 현실을 잘 알지 못했다. 작고 귀엽던 강아지가 시간이 흐르면 늙고 병드는 것도 체감하기 전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 나는 지인들에게 끝까지 책임질 수 없으면 강아지를 키우면 안된다고 말한다.

망치는 떠나기 며칠 전, 밤이 되면 불빛이 새어 나오는 내 방으로 슬며시 들어왔다. 책상 옆에 와서 몸을 돌돌 말고 잠을청한 날이 잦았고 작은 인기척에도 반응하며 내가 움직이는 곳마다 시선을 보냈다. 조금이라도 나를 눈에 담아 두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지금에 와서 잊혀지지 않는 건 망치의 체온이다. 어느새 내 옆으로 와서는 자기 몸을 살포시 갖다 대는 망치. 나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조심히 몸을 기대고는 자신의 따뜻한 온기를 내게 전해줬는데… 나는 아직도, 망치를 잊지못하겠다.?

CREDIT

유성희

그림 지오니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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