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
죄송하지만 먹었습니다
여기 과거의 몇 순간 강아지를 먹은 사람들이 있다. 물론 지금은 강아지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애견인들이다. 용기 있게 흑역사를 자백한 이들의 경위서를 훔쳐보자.
Ⅰ. 개인 정보
1. 피고인 성명(성, 이름) : 찰스 킴 Charles Kim
2. 생년월일 : 1990년 6월 23일
3. 발생 기간 :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 발생 장소: 경기도 성남, 자택 인근 시장 골목
Ⅱ. 죄목 및 세부 사항
5. 상세 경위 : 본인은 보양식으로 보신탕이 으뜸이라는 친구들의 말에 설득당하여, 비밀리에 동네 음식점을 찾아 매년 삼복 하루의 한 끼씩 섭취하였음. 저녁 장을 보러 나온 모친에게 발각됨.
6. 사후 조치
① 2015년 반려견 입양, 식용견과 애완견은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반성함.
② 올해부터는 여전히 보신탕집을 방문하는 친구들을 회유하고 있음.
7. 담당자 의견 : 반성의 진위는 파악하기 어려웠으나, 두 번째 조치의 적극성을 인정해 훈방 조치
Ⅰ. 개인 정보
1. 피고인 성명(성, 이름) : 황현정
2. 생년월일 : 1978년 2월 12일
3. 발생 기간 : 2000년대 초, 부모님 생신
4. 발생 장소: 본가
Ⅱ. 죄목 및 세부 사항
5. 상세 경위 : 본인은 기력이 쇠하신 부모님께 동네 한의원의 강권을 이기지 못하고 개소주를 달여 드렸음. 여러 한약재가 들어가며 동물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제품이라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음. 선물로 드린 액즙을 몇 봉 나눠 마셨음.
6. 사후 조치
① 개 식용의 실체를 알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전업하여 활동하고 있음.
② 최근 조카가 달여 온 개소주를 전량 폐기함.
7. 담당자 의견 : 개소주는 여전히 한의학상 민간요법으로 횡행하는 방법이라 쉽게 재단하기 어려운 문제임. 허나 오래 전 일어난 일이며 이후의 조치를 높게 쳐 방면 조치.
Ⅰ. 개인 정보
1. 피고인 성명(성, 이름) : 정연미
2. 생년월일 : 기록 누락
3. 발생 기간 : 27살 여름
4. 발생 장소: 경기도 외곽, 영업부 회식 차 들른 식당
Ⅱ. 죄목 및 세부 사항
5. 상세 경위 : 폭우로 인한 차량 정체로 가장 마지막에 회식 장소 도착. 막내 사원이었던 본인은 이미 탕과 수육으로 가득 차려진 식탁에 황급히 앉았고, 어느 선배가 소고기 배 안쪽 살이라 연하다고 챙겨준 고기를 무심코 먹음. 다음날 상무에게 ‘원래 개고기 잘 먹냐’는 물음을 들음
6. 사후 조치
① 채식주의자로 살기 위해 노력 중
② 식용 동물의 복지 개선을 위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 중
7. 담당자 의견 : 작성자는 신념과 의지에 반해 개고기를 섭취하였기에 이로 인한 처벌은 부당하다고 사료됨.
CREDIT
에디터 김기웅
사진 곽성경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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