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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 온 편지, 농장 구조견 루나…

  • 승인 2017-07-21 15: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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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생 2막

바다 건너 온 편지

농장 구조견 루나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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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이름 : 루나(Luna)

견종 : 진도 믹스

주거지 : 버지니아


소중한 나의 가족, 루나는요

안녕하세요. 저는 2015년 1월 HSI에서 폐쇄시킨 첫 번째 농장에서 구조된 23마리의 개 중 한 마리인 루나를 입양한 사람입니다. 제가 아주 어릴 때(아마 80년대겠죠?) 한국에 간 적이 있었어요. 당시 전 거리를 걷다 케이지에 있던 개들을 봤죠. 그 때만 해도 그 개들이 펫숍에서 판매하는 개인 줄 알았어요. 저는 케이지 사이로 손을 넣고 그 개들을 쓰다듬었고, 개들도 제 손가락을 핥아 주었었죠.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와서야 그 개들이 왜 그곳에 있었는지를 알았어요. 그때의 전 너무 어려서 그 아이들을 도울 수가 없었어요.

그 때의 기억 때문에 꼭 루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구조된 아이를 입양하고 싶었어요. 지금 전 ‘개식용’이라는 이슈에 대해 그 때보다 더 많이 알고 있고,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성인이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 루나를 입양하기로 결심했어요.

루나는 처음엔 이렇게 활달하지 않았어요. 우리집에 처음 왔을 때, 루나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었어요. 정말 말 그대로 아무런 삶이 없는 아이였어요. 그런데 이 아이는 정말 모든 걸 빠르게 습득하더군요. 저와 함께 하는 법을 터득했고, 제가 하는 말들과 단어를 빠르게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수영하는 법, 놀고 뛰는 법도 배웠죠. 루나와 저의 또 다른 반려견(시리우스), 이렇게 우리 셋은 하이킹, 카약 타기, 카누 타기부터 함께 뒤뜰에서 놀기까지 정말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고 있어요.

이제 루나는 저에게 큰 기쁨을 주는 제 삶의 소중한 일부이자 저의 소중한 가족이에요. 그만큼 루나도 저를 반려자로 여겨주는 것 같아요. 왜냐면 요즘은 집을 지키려는 듯 순찰도 하고, 낯선 사람이 오면 저에게 알려주기도 하거든요. 루나가 저에게 주는 행복은 그 어떤 것으로도 환산이 안 되죠.

루나는 자동차나 비디오게임 혹은 옷가지들처럼 물건이 아닌 감정을 가진 하나의 생명이에요. 제가 집에 오면 행복해 하는, 살아 있고 수많은 감정을 가진 그런 존재요. 안 좋은 하루를 보낸 날 루나가 저를 반겨주면 금방 안 좋은 기억이 없어져요. 루나에게 생겼을지 모를 그 참혹한 죽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아이가 새 삶에 적응하고 점점 사는 법을 배우는 걸 보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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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를 살려주신 모든 분들께

사람들에게 개를 식용으로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저는 항상 몇 가지를 덧붙여 이야기해요. 그 첫째는 모든 한국인이 개식용을 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리고 만약 제가 저의 음식이 될 동물을 산다면 전 절대 이 구조된 개들이 살던 그런 농장에서는 사지 않을 것 같다는 거예요. 오물과 배설물에 뒤덮힌 채로 여러 질병에 노출되어 있으며, 영양실조의 상태로 살아가는 그런 동물을 말이죠. 네, 이건 정말 잔인해요. 그 뿐만 아니라 비위생적이고 더 퍼져나가서는 안 되는 산업이죠.

저는 HSI와 CFAF의 구조대 여러분에게 감사해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농장주에게도 감사해요. 한 때 수 천 마리의 개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람이겠지만, 그 분이 농장을 폐쇄하겠다는 결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또 다른 수많은 개들이 그 농장에서 죽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듯 내 발 밑에서 쌔근쌔근 잠이 든 저의 소중한 루나도 없었겠죠.

그래서 전 구조팀에서 다시 농장을 방문한다고 했을 때 농장주 분에게 제 말을 전달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그 분에게 당신은 용감하고 훌륭한 사람이고, 지구 건너편에 있는 한 사람이 당신이 수년간 생업으로 의지하던 영업을 포기한 것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고 말이죠. 만약 그 분이 지금의 루나를 본다면, 그 분도 아마 본인이 좋은 선택을 했다고 느끼실 것 같아요. 개라는 동물은 인간에게 한 끼 식사보다 훨씬 더 값진 존재랍니다. 저의 보물 루나가 매일 그 증거가 되고 있듯이 말이에요.?


CREDIT

데이비드

사진 HSI 제공

에디터 김나연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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