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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개농장인데요 강아지 구조 좀 해 …

  • 승인 2017-07-20 14: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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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개농장인데요

강아지 구조 좀 해 주세요?

부부가 연락을 취한 곳은 개농장 폐쇄와 전업을 지원하는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이었다. 그들은 HSI에게 농장 폐쇄와 강아지 구조를 요청했다. 부부는 농장의 주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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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도, 악마도 아닌

부부는 처음에는 개가 좋아 개를 키웠다고 했다. 유기되어 떠돌아다니는 소형견 아이들도 한두 마리씩 데려온 게 세어보니 스무 마리쯤 됐다.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새끼를 손으로 받기도 했다. 그러다 몇 만원이라도 받으면 좋으니 팔았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오십 마리쯤 되는 개들이 있었다. 태어나고 팔려나가는 개들을 보며 부부는 그렇게 늙어갔다. 어느 날에서야 평생 먹어왔던 개고기를 더 이상 입에 댈 수 없게 됐고,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고서야 ‘이제는 못 보내겠다’고 생각했다.

부부가 연락을 취한 곳은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umane Society International, HSI)이었다. 부부의 딸이 ‘개농장 폐쇄와 전업을 지원한다더라’며 연락처를 구해온 것이다. 그렇게 부부와 연락이 닿은 것이 한창 여섯 번째 개농장 폐쇄를 진행하고 있던 김나라 매니저였다. 그렇게 나라 씨는 부부와, 그리고 부부의 개농장과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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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개농장이 실외의 뜬장에 개를 가둬놓고 키우는 반면 부부의 개들은 동굴을 닮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지내고 있었다. 다만 바닥에 톱밥이 깔려 있었고 톱밥은 개들의 오물을 모두 흡수해 눈이 시릴 정도로 끔찍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으며, 환기가 전혀 되지 않고 있었다. 사료 대신 짬밥을 먹고 마실 물 없이 지내는 처지는 여느 개농장의 개들과 비슷하긴 했다. 다만 부부는 연탄난로로 난방을 해 주고 있었다.

나라 씨는 부부에게 HSI에 대해 설명했다. 정부기관이나 회사가 아니라 시민단체고, 농장은 폐쇄 이후 동물을 이용해 수익을 내는 사업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며, 강아지들은 미국으로 입양을 가게 된다. 부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와 그 분들이 강아지를 생각하는 개념의 접근도가 달랐던 거예요. 정말 참혹하고 지옥 같은 환경이었지만, 그래도 난방을 해 주시고, 아픈 애를 집에 데려와서 보살피셨던 건 그래도 개들에 대해 연민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죠. 본인들도 무척 힘들게 사세요. 그러면서 무척 평범하고 순박하고, 한편으로는 순수하기도 하고요.” 나라 씨는 그들을 두고 무조건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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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폐쇄에 돌입하다

농장 폐쇄 작업은 곧 시작되었다. 우선 구조팀이 와서 아이들에게 광견병 접종 주사를 맞히며 어떤 아이들이 있는지 목록을 작성했다. 주사를 맞히고도 한 달 후에나 비행기를 탈 수 있었기에, 그 동안엔 농장에 더 머물러 있어야 했다. 국내에는 개들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이 없을뿐더러 방역상의 문제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폐쇄된 환경에서 지낸 아이들에게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는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었다.

주사를 맞추며 세어 본 개들은 총 56마리였다. 온갖 개들이 다 있었다. 그 중에는 털이 엄청 엉켜서 식빵 같은 몰골을 한 조그만 강아지도 있었다. 뛰어다니는 모습이 마치 걸레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캐멜론이라 이름 붙인 그 개는 HSI 구조대원들을 따라다니며 엄청나게 짖어댔다. 사나운걸까 싶었지만 막상 품에 안긴 강아지는 얌전했다. 캐맬론의 목에는 녹아내린 짖음 방지기가 채워져 있었고, 털과 잔뜩 엉겨 붙어 있었다. 구조대원들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짖음 방지기를 풀어주고 나서야 캐맬론은 목적을 달성했다는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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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해방시키며

아픈 마음으로 농장에 두고 온 개들은 한 달 뒤에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개들을 켄넬에 싣고 나와 트럭에 태우고, 공항으로 가고, 비행기에 타고, 미국에 도착해 약속된 보호소로 보내지는 일련의 과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개들을 보낸 부부는 전업 지원을 받지 않고 소일거리를 하며 살겠다고 선언했다. 고물을 모아서 고치는 일도 하고, 낚시도 하면서. 나라 씨와 연락하는 부부는 한층 얼굴색이 좋아졌다. 얼굴이 왜 이렇게 좋아졌냐는 나라 씨의 말에 부부는 “개를 안 키워서 괜찮나봐”라고 대답했다.

개들은 대부분 입양을 갔다. 물을 마시는 법을 몰라 물을 마시는 방법을 반려인과 함께 찾는 개도 있고, 새 가족에게 마음을 못 열어 내내 켄넬에만 있다가 다른 동물 친구들과 친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천천히 거실로 나오게 된 개도 있다. 임신한 채로 미국으로 왔다가 출산을 한 후 천천히 입양수속을 밟고 있는 개도, 선글라스를 끼고 잔디밭에 누워 애교를 부리게 된 개도 있다. 어둡고 좁은 곳이 세상의 전부였던 개들은 새 땅에서 새로운 삶에 적응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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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씨는 개들이 행복한 삶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게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없는 게 안타깝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포화 상태인 한국의 보호소 사정이 나아지고, 일반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대형견에 대한 인식이 좀 더 자리를 잡게 된다면 그 때는 방향성을 좀 달리 할 수 있지 않을까, 농장의 아이들이 한국으로 입양 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더불어 식용견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반려견이었던 아이들도, 반려견이 될 수 있는 아이들도 농장에서 식탁으로 가게 된다는 걸 사람들이 이해한다면 기회는 좀 더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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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김나연

사진 HSI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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