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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와 디자이너 부부의 포근한 하루

  • 승인 2017-06-12 11: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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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WITH DOGS

토리와 디자이너 부부의 포근한 하루

세신·선희 씨의 집에 들어서면 근사한 동화 속에 빠져든 듯한 착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어릴 적 읽었던 예쁜 물건들이 진열된 공주님 방 같기도 하고, 어딘가의 만화영화에 등장했던 보물창고 같기도 하고. 요목조목 구경하는 재미에 폭 빠져들어 구역별로 탐색을 하다가 저 멀찍이서 까만 눈동자를 끔벅이며 쳐다보는 토리와 눈이 마주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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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저기 구경거리 가득한

귀여워라! 그 한 마디가 신호탄이었는지 토리는 헐레벌떡 빠르게 선희 씨 품에 안겨 들었다. 엄마, 이 사람들 누구야? 전력을 다해 선희 씨에게 찰싹 붙여 있으면서도 낯선 사람을 당당하게 쳐다보는 표정에서 온 가족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자란 티가 났다. ‘밤토리’라는 숨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토리는 부부가 결혼 후 데려온 자랑스러운 ‘첫째 딸’이다.

집 구경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건 뭐예요?”, “어디서 구할 수 있어요?” 감탄사에 가까운 질문들이 줄줄이 터져 나온다. 아동복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선희 씨는 아이들의 옷을 상상할 때의 그 아기자기하고 보드라운 감성을 집에도 고스란히 녹여냈다. 화이트톤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실내 곳곳엔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크고 작은 소품들이 조잘조잘 떠들고 있다.

크고 작은 캐릭터 인형들, 선인장 화분, 클래식한 캔들 워머, 부부의 사진이 담긴 액자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소품들이지만 색감, 소재, 디자인을 꼼꼼히 고르고 추려낸 것들이라 당연히 그 존재 의미가 다르다. 인터폰을 가리기 위해 붙여놓은 작은 엽서 한 장에도 집을 아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건 필시 그냥 생긴 것이 아닐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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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아름다운 집이란

“무엇보다도 따뜻하고 포근한 집, 밝은 집을 만들고 싶었어요. 좋아하는 소품들로만 가득한 그런 공간이 되길 바랐지요.” 맨 처음 부부가 이 장소를 발견했을 당시, 작고 오래된 빌라는 많이 어둡고 낡아 있었다. 당연히 부부가 원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는 다소의 시간과 수고를 필요로 했다.

전체적인 구조를 변경하고 새로 실내 디자인을 짜는 과정이 이어졌다. 불편했던 동선과 부족한 수납공간, 빛 바랜 벽지들이 가장 먼저 변화했다. 현관에는 중문을 달아 찬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동시에 인테리어 효과를 얻었으며, 조리하기에 불편한 일자 싱크대에 가벽을 달아 기역자로 리모델링하니 훨씬 넓은 공간을 얻을 수 있었다. 미묘한 크기였던 두 개의 화장실 역시 한 곳만 남기고 공간을 터서 활용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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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서 선희 씨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단연 부엌의 냉장고다. 집의 구조를 바꾼 덕분에 제 있을 곳을 찾아 자리한 냉장고는 바로 옆에 놓여있는 커피머신과 세트처럼 똑같은 민트색이다.

실내에 형광등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도 주목해 보자. 염원하던 포근하고 편안한 집을 위해 부부는 따뜻한 노란빛을 띠는 LED 전구를 매립 시공하는 중요한 미션을 수행했다. 덕분에 이제 곧 찾아올 아기를 위해 안방에 갖춰 놓은 아기침대는 따가운 형광등 불빛 대신 고운 입자들에 둘러싸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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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를 재활용해 만든 토리의 공간

“토리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자기 침대예요. 신혼 집에서 쓰던 좌식 소파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해서 만든 건데요. 푹신푹신하고 보드라워서 토리가 자주 이용하죠. 토리가 조용한 곳을 좋아해서 드레스룸 안 쪽에 마련해줬고요.” 오롯이 토리의 개인 공간인 침대 위엔 곰돌이 담요와 평소 좋아하는 장난감들이 놓여 있었다. 부부가 외출하거나 다른 일로 바쁠 때면 토리는 투정부리는 일 없이 기특하게도 침대 담요 속에 얼굴을 파묻고 잠이 든다고.

언젠가는 작업실 겸 카페를 열고 싶다는 선희 씨는 그래서인지 작은 소품들로 집을 단장하면서 늘 그 너머의 꿈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혹시라도 앞으로 집 외에 포근한 공간을 하나 더 가질 수 있게 된다면, 하고 조금 더 예쁜 물건들에 욕심을 내보는 것이다. 그렇게 부부의 보금자리에는 아직도 포근함이 채워지고 있는 중이다.

CREDIT

에디터 장수연

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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