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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키와 바다 | 3화 사랑하는 만큼 고…

  • 승인 2017-06-05 10: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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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키와 바다

3화 사랑하는 만큼 고민이 찾아온다

뜻밖의 인연을 맺게 된 캬키와의 삶. 행복과 비례하는 만큼의 고민과 과제가 주어졌다. 부모가 되었다는 책임감을 바다가 태어나기 전부터 느끼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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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는 부족한 무언가

나와 남편은 10년을 넘게 연애하는 동안 대중교통과 자전거만으로도 이동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캬키와 함께 이동하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필요했기에 결혼 후에나 사려고 했던 자동차 구입 계획을 앞당겨야 했다.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삶은 많은 제약이 따랐고, 여행을 갈 때는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동반 출입이 가능한 장소를 알아보게 되었고, 외출 시엔 이른 귀가가 필수였다.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나는 캬키의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약속이 있는 날만 제외하고는 24시간 늘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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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독립적인 성격 때문일까? 캬키는 나의 옆자리에 앉아 있기보다는 늘 거리를 둔다. 외출 후 몇 분 동안만 얼굴과 몸을 비비며 반기거나 바다와 함께 놀이를 하며 간식을 먹을 때 빼고는 말이다.

캬키가 처음 왔을 때에는 이태원에서 작은 숍을 운영 했는데 그 곳에 출퇴근하며 매일같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온 캬키였다. 그러나 지금은 바다가 태어나고 이사도 몇 차례 하며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바다와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면 거리를 두고 있는 캬키가 왠지 마음에 걸렸다. 사실 캬키의 행동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우리의 행동이 달라졌으니 캬키에게 마음의 변화가 생기진 않았을까. 혹시 우울해하고 있지는 않을까. 지금도 그렇게 누워있는 캬키를 보면 마음이 짠하다. 고민은 참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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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없는 털과의 전쟁

캬키는 16kg의 중형견이자 단모에 이중모인 시바견이다. 시바견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털 빠짐 키워드가 따라다닐 정도로 털이 잘 빠지는 품종이다. 날이 따뜻해지니 어김없이 털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캬키의 털 빠짐은 365일 변함없지만, 털갈이 시기에는 더 심해진다. 집 몇 군데에 털을 청소하기 위한 도구를 구비해 수시로 바닥을 밀고 털을 떼어낸다.

그 덕분에 바다가 좋아하는 물건 중의 하나가 돌돌이(먼지 클리너)와 밀대가 됐다. 인위적인 방법으로 털을 제거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브러싱을 해주고 있지만, 털 빠짐의 가장 좋은 해결책은 열심히 청소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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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키우는 사람 중엔 털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우리 부부, 특히 남편은 평소에도 청소를 즐기고 먼지나 바닥의 청결에 예민한 편이었기 때문에 캬키의 털은 큰 과제가 되었다.

캬키와 함께한 날부터 주말에 바닥에 누워서 편하게 쉬거나 영화를 시청하는 바닥 생활이 없어졌고, 집에서 양말을 신고 다니는 일이 거의 없어졌으며, 옷이나 침구를 고를 때에는 캬키의 털을 고려하게 되었다. 옷을 세탁하기 전에는 옷에 붙은 털부터 제거하는 습관도 생겼다. 캬키와 바다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뒹굴며 노는데 그 후에 옷에 붙은 털을 몇 번이고 제거해줘야 한다. 살림이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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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키워도 괜찮아요

4월은 캬키와 바다를 데리고 2주간 부모님 댁에서 함께 지냈다. 그 곳에 가려면 4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자동차 안은 캬키의 털로 초토화다. 미세먼지가 심해진 요즘은 창문을 열기 힘 들어서 조만간 자동차에도 공기청정기를 들여야 할 것 같다.

반려견 복실이(시츄)와 16년 동안 함께해 온 부모님도 캬키를 좋아하고 예뻐하긴 하지만, 그의 털 때문에 아직도 우리가 캬키와 함께 지내는 것에 대해서 늘 반대한다. 바다가 태어난 후엔 혹여 캬키의 털이 바다에게 해가 될까 노심초사해 한다.

어르신들이 이렇게 걱정하니 바다가 신생아일 때에는 나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관련 서적도 읽고 동물병원 의사선생님께 조언도 들었지만, 강아지의 털이 사람에게 해가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래서 몇 번이고 부모님을 설득해 보았지만, 이를 받아들이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런 일에 부딪히게 될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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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가족은 하나다

바다가 태어나기 전에는 캬키와 하루에 한두 시간 산책은 기본이었는데, 요즘은 캬키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든 탓일까. 캬키의 체중이 조금 늘었고 여러모로 불편한 상황과 안타까운 마음이 이어진다. 고민하던 남편은 만약 더 좋은 환경의 주인이 생긴다면 캬키를 그 곳에 보내는 건 어떨까, 라는 말을 가끔 하곤 한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화가 나고 속상하지만, 그게 더 나은 일은 아닐까 나 또한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차 결심한다. 캬키가 죽는 날까지 가족은 단 하나라는 것!

자의보다 타의로 캬키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가끔 곤란한 일을 겪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조금만 더 부지런해지면 되지 않겠는가. 힘들 때엔 관계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조금 더 유연하게 행동하면 되지 않나. 캬키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난 후 좋은 추억도 쌓였고 지금은 바다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지금처럼 캬키와 바다가 함께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CREDIT

글·사진 김현주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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