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코리빙 스페이스, 로컬스티치

  • 승인 2017-06-05 10:11:05
  •  
  • 댓글 0


지금은 근무 중

같이 살고 같이 키운다

코리빙 스페이스, 로컬스티치

공유의 가치를 집대성한 복합 문화 공간 '로컬스티치'. 이 곳의 사람들은 공간을 함께 쓰며, 일하고, 산다. 그리고 그들 틈엔 어엿한 공동체의 일원인 강아지 스티치가 있다.



57e99602e9bb966509c86b90bc01bed3_1496624


‘같이’의 가치

나눔카, 에어비앤비, 위키피디아… 몇 년 전부터 모락모락 달궈지던 ‘공유’ 문화는 이제 말 그대로 대세가 됐다. 도깨비처럼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질 줄 알았는데 말이다. 공유를 아껴 쓰기 위한 아이디어라 여기는 건 낡은 생각이다. 함께 쓰고 같이 함에 나타나는 시너지가 공유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까사갈라, 청년일자리허브, 카우앤독, 디캠프는 근래 생겨난 코워킹(Coworking) 스페이스 중 하나다. ‘로컬스티치’는 여기에 코리빙(Co-living)을 더했다. 한국에선 보기 드문 형식이다. 개념이 와닿지 않는다면 김수민 대표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입주한 사람들이 공간을 공유하며 일하는 중단기 주거 형태예요. 거주하면서 일할 수도 있고, 출퇴근하면서 공간을 쓸 수도 있어요.” ?

57e99602e9bb966509c86b90bc01bed3_1496624

57e99602e9bb966509c86b90bc01bed3_1496624

아침에 방문한 ‘로컬스티치? 옥상의 공동 부엌에는 막 잠에서 깬 입주자들이 브런치를 만들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10시가 지나자 출근하는 사람들도 속속 부엌에 도착해 자연스런 대화를 이어갔다. 허울없이 지내는 모습에 한 팀이 아닌가 싶었지만, 활력을 얻은 후 각자 배정된 공간으로 들어가 개인 업무를 시작하는 개별 입주자들이었다.

'로컬스티치'엔 주로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프리랜서, 단기 프로젝트 작업자들이 짧게는 3개월에서 1년까지 지내다 간다. 이 독특한 업무 공간의 수요는 얼마나 될까? 입주 페이지를 오픈하자마자 만실이 됐고, 현재도 그렇다. 변화된 사회 속에 새롭게 생겨난 니즈를 간파한 것이다.

57e99602e9bb966509c86b90bc01bed3_1496624

커뮤니티 매니저, 스티치

한가로운 야외 부엌을 요리조리 비집고 다니는 강아지가 보였다. 이름은 스티치. 여기 사는 모두가 그의 반려인이다. 공동 주거에 공동 육아까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 여기 살던 셰프 분이 망원 시장의 코카 녀석이 애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고 왔어요. 상의 후에 새끼 중 한 마리를 입양하게 된 거죠. 장소 특성상 매일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자라다 보니 위아래가 없이 컸어요.” 김 대표의 너스레처럼 스티치는 처음 본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 반가움을 전했다. 아직 한 살이 안 된 믹스견 인데 덩치가 상당하고, 갈색 빛을 띠는 드문 눈동자는 뒤따라가 눈을 마주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57e99602e9bb966509c86b90bc01bed3_1496630

오픈형 코워킹 스페이스엔 ‘커뮤니티 매니저’란 직책이 있다. 구성원들 간 커뮤니케이션의 가교 역을 하면서 어색함을 없애고 파티 등 이벤트를 주도하는 사람이다. 규모가 큰 곳에선 정식으로 페이를 받고 일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이다. “저희는 규모가 작아 따로 커뮤니티 매니저를 두기 어려운데요. 스티치가 그 대신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죠.”

스티치는 ‘로컬스티치? 의 마스코트에 그치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 내 관계망을 탄탄히 유지시키는 ‘매니저? 역을 맡고 있었다. 엄연한 일원이자 근로자인 셈이다. 일단 포지션은 확실한데, 생활하는 데 문제는 없을까? 공동 육아는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김수민 대표에게 스티치와의 생활에 대해 조금 더 캐물어봤다.

인터뷰 / 김수민 로컬디자인무브먼트 대표



57e99602e9bb966509c86b90bc01bed3_1496624

강아지가 있다고 했을 때 난처해하는 입주자가 있었을 법한데요.

없었어요. 강아지가 살고 있다고 입주 전에 확실히 말씀 드리거든요. 입주자들의 근무 조건이자 거주 조건으로 포함되어 있는 거죠.(웃음)

공동 육아는 잘 이뤄지고 있나요?

좋은 점도 있고 어려운 점도 있죠. 내부 직원들이 기본 적인 케어는 도맡아 하는데요. 거주하는 분들도 자율적으로 목욕이나 미용을 도와주세요. 개인 비용이 들어가는데도요. 그래서 반려 규칙을 엄격히 세워놓지는 않았어요. 다만 입주할 분들에게 반려 경험까지 묻지는 않기 때문에 거의 다 초보 반려인이거든요. 그래서 대소변 문제부터 하나하나, 인터넷 동영상까지 찾아보면서 배워가고 있어요. 저희는 이곳에서 거주하다 나간 분들까지 네트워크로 엮여 있고 싶은데, 그런 분들도 종종 와서 스티치를 돌보다 가요.

57e99602e9bb966509c86b90bc01bed3_1496624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한 체계인데 강아지와 함께 사는 데 어려운 점은 없어요?

저희보다 스티치가 힘들 거예요. 이 곳이 공간 설계부터 강아지를 염두에 두고 지어진 게 아니라, 인테리어까지 마무리된 후 식구로 들어왔으니까 불편한 점이 있겠죠. 2호점을 준비하고 있는데, 거기선 처음부터 강아지를 위한 환경과 인테리어를 고려할 계획이에요.


언뜻 보기엔 강아지가 살 환경으로 썩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스티치가 들어오고 전문가들에게 상담을 좀 받았어요. 기본적으로 건물은 사람 편의를 목적으로 설계되기 마련이니까, 잘 보이지 않아도 강아지에게 부족한 점이 있을 것 같았거든요. 일단 집에서 키우는 것보다 입으 로 장난할 거리가 너무 없다고 하더라고요. 보시다시피 디자인을 심플하게 처리해서 사람이 없을 땐 재미를 별로 못 느낄 거예요. 또 카펫이 깔린 곳이 많아서 배변할 곳을 헷갈려 해요. 애먼 데 배변 실수를 하면 뒤처리도 쉽지 않고요.

57e99602e9bb966509c86b90bc01bed3_1496624

57e99602e9bb966509c86b90bc01bed3_1496624

사람들은 어때요? 모두 스티치와의 생활에 만족하나요?

강아지가 있다는 걸 알고 들어오니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모두 강아지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 공간에 들어오는 건 싫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긴 하죠. 그럴 땐 자기 방의 문을 닫아 놓기로 암묵적인 약속 이 되어 있어요. 건물 내 사적 공간 중에 스티치가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절반 정도예요. 최소한의 룰이 있어야 서로가 쾌적하게 지낼 수 있더라고요.

다른 강아지 반려인들도 입주 가능한가요?

물론이죠. 최근까지 ‘베이컨’이라고 강아지 용품을 큐레이션해주는 스타트업 직원들이 거주했어요. 한 삼 개 월 정도 준비하다 나갔는데, 강아지 세 마리를 데리고 와서 스티치랑 같이 살았죠. 그땐 갑자기 강아지가 네 마리로 늘어나니까 공간이 좀 좁긴 했어요. 다행히 스티치와는 금세 친해져서 잘 지냈는데, 사람들만큼이나 강아지도 새 친구를 만날 때 적응의 문제가 있다고 해요. 더구나 여기는 같이 살아야 하는 공간이니까요. 앞으로 이 곳에 거주하는 강아지들이 늘어나서 강아지들의 커뮤니티가 생기면 그때는 사람들이 커뮤니티 매니저가 되어줘야겠죠.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위해 스티치가 해주는 것처럼요.

57e99602e9bb966509c86b90bc01bed3_1496624

CREDIT

에디터 김기웅

사진 엄기태

자료협조 로컬스티치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