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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의무 : 반드시 산책하라

  • 승인 2017-05-30 09: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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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I IN NEWYORK

뉴욕의 의무 : 반드시 산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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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인간과의 바람직한 관계란 무엇일까? 반려동물 포토그래퍼로서 지내온 몇 년 간 나는 이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해왔고, 뉴욕에 거주하며 이 곳의 펫 피플들을 통해 사람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배우게 되었다.

뉴욕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좋은 반려 문화들을 굉장히 많이 갖고 있는 도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의무 산책’이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제도가 있는데, 뉴욕에 사는 반려인들이라면 모두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는 제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기적으로 산책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시간상 직접 산책을 시키기 못하는 반려인들은 ‘도그 워커’라는 산책 전문인을 고용하기도 한다. 그들은 적게는 한 마리에서 많게는 네다섯 마리의 개들을 데리고 이곳저곳 산책을 다닌다. 특히 내가 사는 맨하탄에서는 주말이면 도그 워커를 안 보고 길을 걸어 다니기란 거의 불가능할 정도 로 그 수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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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길거리에서 그들을 마주칠 때면 한국에 두고 온 몽이, 몽실이, 짱구 가 생각난다. 한국에서 대형견 세 마리를 데리고 길거리를 활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유난히 이곳의 전문적인 도그 워커들을 눈여겨보게 되는 것 같다. 아마 여기까지 읽으면서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 할수도 있을 것 같다. “산책을 굳이 의무화하는 건 좀 심한 것 같은데, 꼭 필요한 제도일까요?”

안타깝게도 나는 한낱 사진가에 불과해 주기적인 산책이 반려동물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반대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는 너무나 당연한 제도라 생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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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반려동물 문화에 힘을 보태고자 하는 소박한 바람으로 매일 받아 보는 뉴스레터들이 있는데 몇 달 전부터는 일부러 조금씩 멀리 하기 시작했다. 참혹한 학대 사건들에 대한 정보 공유가 너무 자주 이루어져, 마음이 아파 도저히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런 사건들이 왜 이토록 자주 일어나는지. 제대로 된 정신으로는 도저히 매일 읽어나갈 자신이 없어 도망치듯 그것들로부터 벗어나고 나니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학대자들을 찾아내고 처벌하는 문제 이전에, 반려견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부터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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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기 직전, 도그 워커처럼 한참 붐이 일었던 것이 있다. 다름 아닌 ‘고양이 키우기’인데, 보아하니 이는 이제 유행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좋은 현상만은 아니다.

갑자기 늘어난 집사들 중에는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고양이를 데려온 사람도 있지만, 귀엽다는 단순한 이유로 아무 준비도 없이 그들을 집으로 들인 사람들도 수없이 많았다. 후자의 인간들에게 무참히 버려진 고양이들은 길거리에서 위태로운 생존을 시작해야만 했고, 나는 이 ‘사건’이 반려동물을 대하는 가장 이기적인 내면을 단번에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뉴욕 펫 피플들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나는 또다른 어떤 것을 느꼈다. 반려동물을 하나의 객체로 바라보고 이성적인 자세로 대하기. 우리에겐 없는 그것을 그들은 아주 잘하고 있었다. 그들은 반려동물을 집에 가면 반겨주고 외로울 때 옆에 있어주는 존재가 아니라, 자 신과 건강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는 또 다른 생명체로 여기는 것 같다. 이 둘은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결과적으론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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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단지 귀여운 존재로 바라보는 입장에서 의무 산책 제도는 필요도, 쓸모도 없는 제도다. 나는 그냥 귀여워만 해주면 되며, 그들은 산책을 시켜주든 말든 항상 나를 향해 꼬리를 흔들어주는 아주 귀여운 존재니까.

반면 반려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정하는 자세라면 의무 산책 제도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가 된다. 사람이 밖에 나가 길을 걷고 마음껏 땅과 하늘을 올려볼 수 있는 것처럼, 동물도 하나의 객체로서 그럴 권리가 분명히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뉴욕 사람들의 이러한 마인드가 반려동물 의무 산책이라는 제도를 가능하게 했고, 도그 워커라는 직업을 만들었고,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이 그 제도를 따르게 했다.

나는 이 제도가 부럽지는 않다. 다만 사람들의 마인드는 우리가 본받을 만한 면이 있다고 분명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마인드를 본받는 것이 앞서 언급한, 반려동물에 행해지는 학대를 줄이는 데엔 분명히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이 믿음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사진을 찍고 있다. 언젠간 그 힘을 직접 느낄 수 있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CREDIT

글ㆍ사진 박모리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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