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③
사랑을 잃고 기다리네휴가지의 개들?
여름의 길목에서 슬슬 눈에 밟히는 이들이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축 처져서는 그늘을 찾는 개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은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개들이다.?
휴가지에 버려진, 성산이
강릉에는 휴가철에 버려지는 개가 많다고 한다. 바다로 놀러왔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가족들만 돌아가고 개는 돌아가지 못한 것이다. 가족이 떠났을 도로 한 쪽에서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명을 달리한 개들도 꽤 된다. 어느 개들은 보호소로 이동해 주인을 찾는다는 공고문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성산이도 그런 개들 중 하나였다. 길거리를 떠돌며 살았던 개가 아니라, 틀림없이 누군가의 손에서 키워졌을 아이. 성산이는 보호소에서 가족을 기다렸으나 가족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성산이가 지내던 보호소도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좁은 공간에 유기견들이 계속 밀려 들어왔다. 성산이도 새로 들어온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안락사를 기다려야 했다. 서울에 위치한 팅커벨 프로젝트에서 그런 성산이를 다시 구조해서 센터로 데려왔다. 성산이는 센터에서 가장 오래 지낸 개가 됐다. 그 말은 성산이가 입양을 가지 못했다는 말이기도 했다.?
사람에게 친근감을 표현하고 다른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던 성산이. 성산이는 입 주변을 만지는 것만큼은 유난히 질색했다. 알 수 없는 과거의 어떤 지점에서 생긴 트라우마의 영향일것이다. 어쩌면, 하고 생각한다. 차라리 과거에 성산이를 아프게 했던 사람이 성산이를 버린 것이라면 성산이도 그 사람을 더 빨리 잊어버렸을 수도 있겠노라고. 그래도, 라고도 생각한다. 성산이가 안락사를 당하지 않고 친구들의 입양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노라고.?
유기견을 만드는 사람은 개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애매하게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충동적인 순간의 호감으로 어린 강아지를 데려와서는 간도 쓸개도 다 빼줄 것처럼 굴다가, 귀찮아지면, 싫증이 나면, 돈이 좀 많이 들면 한 순간에 뒤돌아버리는 사람. 휴가철이라거나 휴가지에 갔다거나 하는 것은 어느 계기였을 뿐 그는 언제든 개를 버릴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미숙하고 철없는 사랑이 낳은 것은 휴가지에 남겨진 성산이와 같은 길 잃은 개들이라는 사실에도 그다지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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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한복판에서, 양주 쉼터?
찜통 같은 더위가 보호소를 덮치고 아지랑이는 풍경을 일그러뜨린다. 올해도 힘든 계절을 맞이한 양주 쉼터. 하지만 따가운 햇볕 아래 개들을 돌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절망의 기색은 없다. 이 여름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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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쉼터는 학대견뿐만 아니라 유기견도 구조하고 있다. 보호소에 날아드는 가슴 아픈 사연은 계절을 가리지 않지만 휴가철에는 조금 더 많은 생명이 쉼터를 찾아온다. 귀찮아서, 버거워서, 때로는 자유를 준다는 명분으로 낯선 곳에 버려지는 강아지들은 갑작스러운 이별통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족을 찾아 길거리를 헤맨다.?
“원래 저희 쉼터엔 CCTV가 없었는데 이번에 설치했어요. 이앞에 개를 버리고 가는 사람이 정말 많거든요. 사시사철 일어나는 일이지만 아무래도 휴가철에 심한 면이 있죠. 휴가지에서 떠돌다 구조되는 아이들도 늘어나고요. 여러모로 여름은 유기견이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에요.”?
이영숙 소장은 여름철 유기견의 증가가 비단 휴가 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예쁜 모습만 보고 입양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책임감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 본다고. 죄책감 없이 개를 버리러 오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 마다 화가 나고 어떻게든 마음을 돌려보려 애쓴다. 하지만 적반하장으로 이게 당신의 일이 아니냐며 따져 묻는 사람들에겐 한숨이 나온다. 그런 이에게 돌아갈 개의 운명이란 빤하기 때문이다. 여름은 개들에게 혹독한 계절. 하지만 여름보다 잔인한 건 한 사람들의 가벼운 사랑이다.?
그녀는 유기견 감소를 위해선 무엇보다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가 우선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를 위한 인식 개선 운동 등도 기획해 보려 한다며 결심을 내비쳤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 선 양주 쉼터의 현실은 여전히 힘들고 개들은 버려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어김없이 온정과 도움의 손길을 뻗는 사람들이 있어 이 계절은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CREDIT
에디터 김나연
사진 박설화 박민성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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