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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 Vacation | ② 펫시터…

  • 승인 2017-05-22 10: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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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②

꼭 돌아와 주세요

펫시터에게 맡겨진 푸딩이와 양은이?

휴가를 떠나기 전, 반려인 당신은 반려견을 어떻게 할지 고민에 빠질 것이다. 데리고 가고 싶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고, 애견 호텔을 알아보니 높은 가격이 부담스럽다. 그러다 한 번쯤 눈길이 가는 것은 펫시터 서비스. 여기, 휴가철에 펫시터의 손에 맡겨진 두 마리의 강아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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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갈색 푸들 푸딩이는 1박 2일 동안 여행을 떠난 가족과 떨어져 있게 됐다. 그렇지만 외롭거나 위험하지 않다. 이럴 때마다 푸딩이를 보살펴 준 현욱 씨의 품으로 가기 때문이다. 현욱 씨는 전문 회사에 소속된 펫시터로, 자신의 집으로 온 푸딩이를 자기 강아지처럼 돌봐준다. 현욱 씨의 반려견인 슈나우저 짱구도 오랜만에 놀러온 푸딩이와 살갑게 인사를 나눈다. 때론 친구처럼 뒹굴며 놀고, 어쩔 땐 듬직한 오빠처럼 푸딩이를 보호한다.

현욱 씨가 펫시터의 길로 들어선 건 짱구 때문이었다. 차멀미가 심한 짱구는 집안 어른이 돌아가신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애견 호텔 신세를 지게 됐다. 현욱씨가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짱구를 데리러 갔을 때, 짱구는 청소되지 않은 케이지 안에서 소변을 온몸에 묻히고 주저앉아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멈추지 않던 현욱 씨는 이후 접한 펫시터 정보를 보고 홀린 듯이 지원했다. 가족의 품을 떠나야 할 강아지는 늘어나고 있는데,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은 확실치 않은 상황. 어느 가족에서든 현욱 씨와 짱구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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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일찍 기상한 푸딩이. 아침 식사를 한 후 오전 9시부터 산책에 나선다. 현욱 씨 품에 올 때마다 걷는 산책 코스라 낯설지 않다. 익숙하게 들풀의 향을 맡고, 바위 사이에 체취를 묻힌다. 함께 걷는 짱구와 리드줄이 엉키지 않는 건 현욱 씨의 배려뿐만 아니라 동반 산책에 적응한 푸딩이의 기술 덕분이 기도 하다. 등교, 출근으로 사람이 빠져나간 한적한 아파트 단지를 걷고 나니 반려견을 위한 널찍한 공터가 나온다. 잔디가 높고 꽃이 만발해 뛰어놀기 좋은 곳이다. 푸딩이와 짱구는 현욱 씨의 보호 하에 마음껏 달릴 수 있었다.

귀가한 현욱 씨는 직접 만든 수제 간식을 먹이고, 아이들이 낮잠을 자는 시간에 돌봄 일지를 쓴다. 오후엔 공놀이, 터그 놀이, 노즈워크를 즐기며 반려인 가정에게 보낼 영상이나 사진을 남긴다. 틈틈이 가족과 소통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저 밥만 주고 잠만 재우는 것이 아니라, 숙련된 훈련사와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자질이 인정돼야 펫시터의 자격을 가질 수 있는 것이 근래 체계화된 돌봄 시스템이다. 푸딩이는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 후, 가족의 품에 다시 안기게 됐다. 몇 번이나 현욱 씨에게 푸딩이를 맡겼던 반려인은 이미 그와 단단히 신뢰가 쌓여 있었다. 아플 때마다 찾아가는 주치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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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재작년부터 유기견 임시 보호를 했던 영정 씨(가명)는 경제적 부담에 고민하던 중에 펫시터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내 집에서 프리랜서처럼 일할 수 있고, 이미 낯선 강아지를 돌보는 데엔 도가 튼 터라 자신에게 적격이라 생각했다. 얼마 전부터 속속 만들어진 전문 펫시터 업체에 등록해 볼까도 했지만 몇 가지 절차와 수수료에 시선을 돌렸다. 이미 애견 커뮤니티 등지에서 발을 넓혀놨기에 굳이 업체의 네트워크를 통하지 않고도 건수를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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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 씨의 예상은 맞았다. 여름이 되고 휴가철이 임박하자 영정 씨의 메일함은 강아지 위탁 요청으로 가득했다. 펫시터 업체를 이용하는 것보다 요금이 적었고, 사적 인맥을 통해 소개받은 경우엔 오히려 더 신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영정 씨는 섣불리 접촉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보호 중인 네 마리 강아지와 잘 지낼 수 있는지도 체크했고, 맡겨질 강아지가 건강 상 문제는 없는지 꼼꼼하게 따졌다. 행여 나중에 문제가 생겨 독박을 쓸지도 모른다는 주변의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반려 가족의 신원을 점검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때는 8월. 여행지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시기에 영정 씨는 포메라니안 양은이를 맞았다. 위탁 요청이 많아 다소 성급하게 수락한 건이었다. 양은이는 주말을 끼고 4박 5일간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는 가족의 강아지였다. 양은이를 맡기기 위해 네 가족 모두 영정 씨의 집을 찾아와 세심한 관리를 당부하는 통에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그만큼 사랑받고 자란 가정견일 테니 돌보는 기간엔 편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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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영정 씨의 예상은 빗나갔다. 하나부터 열까지. 양처럼 흰 털 때문에 이름이 붙은 양은이는 반려인 가족이 눈에서 멀어지자마자 새끼 염소처럼 팔딱팔딱 집안을 활보하고 다녔다. 집안에서 쉬고 있는 다른 강아지들 사이를 누비며 등에 올라타고 발을 물어댔다. 처음엔 포메라니안의 발랄한 특성 때문인가 싶었지만, 점점 예절 교육과 사회화에 실패한 강아지라는 의심이 짙어졌다.?

양은이는 반나절이 지나자 극심한 분리불안을 호소하며 끊임없이 울어대기 시작했고, 너무 울다 숨이 넘어가는 아이처럼 몸을 떨며 제 풀에 지치기도 했다. 잠시 잠잠하다싶으면 방구석에 오줌과 변을 흘려 놨다. 영정 씨는 자신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동원했지만 길길이 날뛰는 양은이를 다스릴 수 없었다. 결국 반려인 가족에게 양은이를 데리고 가달라고 전화했다. 하지만 받지 않았다. 곧바로 해외로 뜬 것이리라. 비상 연락망으로 받아 놓은 반려인 친척의 연락처로 전화했다. 그 역시 먹통이었다. 영정 씨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시간은 4주 뒤로 넘어간다. 양은이는 지금 영정 씨의 집에 없다. 반려인 가정에도 없다. 지난주 한 사설 보호소에 입소한 양은이는 영정 씨의 집에서와는 달리 쥐죽은 듯 조용하며 구석을 좋아하는 강아지가 됐다. 황당하게 버려진 자신의 상황을 인지한 것이라고, 아픈 마음으로 양은이를 보호소로 보낸 영정 씨는 생각했다. 양은이의 가족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해외로 갔다는 것도 믿을 수 없었다. 양은이는 초보 반려인 가정에서 무분별한 배려 아래 말썽쟁이로 크고 말았고, 이에 손쓸 도리가 없어진 반려인 가족은 그나마 ‘믿을 만한’, 그리고 ‘속이기 쉬운’ 개인 펫시터에게 그를 떠넘기고 간 것이다. 영정 씨는 개인적으로 벌인 펫시터 활동이 행여 법을 위반한 건 아닐까 두려워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친분이 있던 보호소 쪽에 양해를 구해 양은이를 맡겼다. 그리고 돌아서다 다시 멈칫, 멈춰 섰다. 유례없이 반려인 가족이 모두 찾아와 양은이를 맡기던 날, 그들의 눈빛이 물기로 반짝거린 이유가 여기 있었다.?

* 두번째 이야기는 취재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CREDIT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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