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동네 어귀 봉전무네 놀러오세요
카페봉자
익숙한 동네를 산책하다가, 혹은 낯선 길을 걷다가 마주친 가게에 망설임 없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기쁨. 특히 강아지를 데리고 나선 외출에서 이런 기쁨들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하루를 완성시켜 준다. 좁은 골목길 어귀에 숨어있는 ‘카페봉자’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덤덤하게 반기며 언제나 느긋하게 그 곳에 있다.
문 밖에서부터 즐거워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카페봉자’는 주택가에 위치해 있다. 주의를 기울이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강아지가 있는 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아담한 사이즈의 카페지만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두 명 중 한 명 꼴로 카페 앞에 멈추어 선다. 어머나. 우와. 반응은 제각각인데 공통점을 꼽자면 모두가 하나같이 가게 안의 웰시코기 두 마리에게 눈길을 거두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곳의 마스코트 ‘봉자’와 ‘미자’. 이름조차 유쾌한 이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거나 늘어져 잠을 자거나 그도 아니면 무언가 맛있는 걸 먹고 있다.
갑자기 봉자가 문 밖에 지나가는 행인에게 드루와 드루와, 눈빛 공격을 보내는 사이, 미자는 멀쩡히 제 갈 길 잘 가고 있는 그를 향해 점프하며 우렁차게 짖었다. 아무도 뭐라 할 수 없다. 무어라 핀잔이라도 주려고 하면 특유의 짧은 다리를 전면에 내세워 “귀, 귀여워!”를 내뱉게 만드니. 그렇게 홀린 듯이 카페 안으로 들어선 그대. 이번에야말로 도망갈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영업 실적을 올리기 위한 코기들의 본격적인 어필이 시작될 테니.
기세 등등 코기의 등장
‘박 사장’이라고 불리는 ‘카페봉자’의 주인 상하 씨는 친구의 반려견과 함께 지내며 웰시코기가 가진 특유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애교 많은 성격, 앙증맞은 몸매, 미소 짓고 있는 듯한 얼굴 표정까지. 새삼 반했다고나 할까, 눈이 번쩍 뜨였다고나 할까. 원래부터 강아지를 좋아하긴 했지만 함께 지내면서 몸소 피부로 느낀 웰시코기의 사랑스러움은 상하 씨가 봉자와 미자를 입양하는 데 그 몫을 톡톡히 했다. 친구가 미국으로 떠나면서 강아지를 데려가자 허전함을 이기지 못하고 웰시코기 한 마리를 반려견으로 맞이한 것이다.
자, 이것이 그 이름도 유명한 봉자의 등장이다. 그 후에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한껏 멋 낸 영어 이름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다소 촌스럽긴 해도 정감이 가는 ‘봉자’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봉자는 온갖 예쁨이란 예쁨은 다 받아먹고 포동하게 살이 올랐다. 상하 씨는 봉자에게 친구가 생기면 더 활동적인 움직임(혹은 다이어트)을 보여주지 않을까하는 기대와 함께 미자를 데려왔다. 카페의 매출을 올리는데 두 마리는 환상의 콤비다. 특히 봉자는 팬들 사이에서 전설의 ‘봉전무’라 불리는데, 단골손님이 카페 문턱을 넘어 들어올 때마다 착착 달라붙어 애교를 피우는 영업스킬에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매너견, 매너인만 출입가능!
‘카페봉자’는 오픈한지 햇수로 5년이 된다. 반려견 동반가능 카페인 만큼 동네의 강아지들은 물론, SNS로 소식을 접하고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도 적지 않다. 주말이 되면 발 디딜 틈 없이 방문객들로 시끌벅적해지는데, 강아지들이 스트레스를 받을까 싶어 인적이 드문 조용한 장소에 카페를 연 의도가 무색해질 정도다.
카페 내부는 나뭇결이 살아 있는 차분한 인테리어와 함께 여느 반려견 사랑에 푹 빠진 이들이 그렇듯 구석구석 봉자와 미자의 사진으로 꾸며져 있다. 카페 한편에는 반려동물 관련 서적들이 갖춰져 있고, 타일바닥에는 방금 전까지 미자가 물고 놀던 장난감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봉자가 종종 올라가 낮잠을 즐기는 테이블, 기분 좋은 커피향기에 적당한 채광까지. 출입문에 당당하게 붙어있는 ‘매너견, 매너인만 출입이 가능하다’는 문구는 어느 누구도 마음 상하는 일 없이 사람과 강아지가 자연스럽게, 그리고 평범하게 오고 갈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다.
카페 봉자는 지금부터
“조용히 개 키우면서 용돈이나 벌려고 시작한 건데 장사가 너무 잘 됐어요. 순전히 봉자와 미자 덕분이죠. 그런 만큼 다른 강아지들과도 이 이익을 나누고 싶어요.” 상하 씨는 수익금의 일부를 웰시코기 동호회를 통해 유기견 단체에 전달하거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견한 사연이 있는 강아지들에게 직접 후원하고 있다. 앞으로는 조금 더 크고 쾌적한 환경에서 반려견 유치원이나 놀이터도 운영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 역시 동물을 아끼는 마음이 반영된 결과다. 어디든지 반려견을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가게들이 많아지고, 그것이 당연해졌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평일의 늦은 오후, 문을 열고 들어서는 손님에게 밝게 인사하는 성하 씨 발밑으로 미자가 친구 강아지와 함께 정신없이 뛰어간다. 봉자는 카페 구석의 테이블 위에 떡하니 누워 깊은 잠에 빠져있다. 여느 때와 같은 일상, 평범함이 더 아름다운 봉자 네였다.
카페봉자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 14길 45
평일, 일요일 12:00~22:00
CREDIT
글 장수연
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