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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키와 바다 | 2화 캬키는 어른, 바…

  • 승인 2017-03-22 10: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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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키와 바다

2화 캬키는 어른, 바다는 강아지

하루는 바다가 낮잠을 자고 있는 틈을 타서 잠시 슈퍼를 다녀왔는데 돌아와 보니 거실에 있던 캬키가 보이지 않았다. 방을 들여다 보니 캬키는 바다 옆에서 같이 잠들어 있었다.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든든했다. 이렇게 둘의 관계에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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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분주한 아침


바다는 아침 7시쯤 일어나 어김없이 ‘까아-’라고 소리치며 거실에서 자고 있는 캬키를 부른다.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캬키는 꿀잠 중. 우리가 나누는 아침 인사는 짧고 간결하다. 다가온 봄의 따뜻한 햇살 때문인지 바다는 산책을 하면서 엄마 품에서 잠이 들곤 한다. 체중이 부쩍 늘어난 바다를 계속 안고 있기엔 허리에 무리가 가기도 하고 아직은 공기가 차가워서 캬키가 용변을 마치면 바로 집으로 들어간다.

바다를 눕히고 캬키의 발을 씻기고 나면 캬키는 개운한지 온 방을 뛰어다닌다. 바닥에 캬키 발톱이 부딪히는 소리는 꽤나 크기 때문에 바다의 달콤한 낮잠을 깨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얼른 달려가 벌떡 일어난 바다를 다시 토닥이면 다시 잠을 청하거나 더 이상 잠들지 않겠다고 엉엉 울기도 한다. 그럴 때면 캬키가 얄밉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렇게 낮잠은 짧게 끝나고 엄마는 매우 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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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위한 규칙


바다는 태어난 지 백일이 지나자 캬키의 움직임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뒤집기를 시작하면서 곁에 앉아 있는 캬키의 꼬리를 처음으로 만지고 팔다리를 파닥거리며 돌고래 소리를 내며 웃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러나 캬키가 순한 걸 알고 계시는 어르신들조차 여전히 둘의 관계를 늘 우려한다. 나또한 안심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항상 둘을 주시하고 있다. 돌 전까지는 서로의 공간을 구분해 생활했고, 바다에게는 캬키에게 직접 간식을 주는 스킨십을 통해 반려견에 대한 예절을 가르쳐 주었다. 동시에 캬키에게는 바다가 소중한 존재임을 틈날 때마다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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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얌전해지는 캬키. 심지어 집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낮에는 매트에서 잠만 잔다. 그런 캬키를 바라볼 때면 괜히 미안해져서 인형을 던져주지만 반응은 시원찮다. 바다가 후다닥 달려가 덥석 안으면 캬키는 으르렁거리며 화를 낸다. 아직까지는 서열에 대한 개념이 없는 바다이기에 캬키에게 거침없이 행동할 때마다 단호하게 주의를 주고 있다.

캬키도 어렸을 때 동네 형(다른 시바이누)에게 까불어 자주 혼난 적 있다. 그래도 요즘은 캬키는 성숙한 어른 같고, 움직임이 커져가는 바다는 귀여운 강아지 같다. 자식도 ‘하나보단 둘’이라고 둘의 이런 모습을 바라볼 때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절로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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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관계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표현은 ‘고마워’, ‘사랑해’, ‘미안해’가 아닐까. 그래서 바다에게도 캬키를 통해 제일 먼저 이 표현을 알려주었다. 요즘 개구쟁이로 변신한 바다는 캬키의 귀나 꼬리를 잡아당기거나 팔을 휘두르곤 하는데 이에 맞서 캬키가 화를 내면 “미안해!”라며 잽싸게 캬키를 안아주며 토닥인다.

바다는 점점 캬키에 대한 애착이 강해지고 있는데 그래서일까? 아직까지 다른 아이들처럼 애착 인형이 없다. 내 시선에서 사라진 둘이 조용할 때 몰래 가보면 바다는 캬키를 인형처럼 부둥켜안고 있다. 캬키 역시 평소 무심한 듯하지만, 바다에게 배를 만져달라고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바다에게 너무나 착한 캬키라서 고맙고, 조금 외로워 보였던 캬키를 무척이나 사랑해주는 바다가 참 고맙다. 바다야, 캬키야. 오늘도 더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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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사진 김현주 | 프리랜서 디자이너(@zoooukh)

편집 장수연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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