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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사람들 | 사랑만 남기고 떠난 …

  • 승인 2017-03-14 09: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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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 LOSS : 남겨진 사람들

사랑만 남기고 떠난 장미


장미야, 안녕 언니야. 그곳은 따뜻한지, 가끔씩은 가족 생각도 하는지, 서운한 일은 다 잊었는지, 너무나 궁금한 게 많네. 하얀 털을 나팔바지처럼 예쁘게 펼쳐놓고 대자로 뻗어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던 너의 모습이 잊혀지질 않아.

다른 강아지들에 비해 애교도 별로 없고 시크했지만, 가족들 옆에 꼭 붙어서 체온을 느끼려고 하던 네 모습이 너무 많이 생각나고 그리워. 한 뼘 반도 채 안되던 작은 우리 장미가 처음으로 중성화 수술이란 것도 하고, 항문낭 수술도 하고… 잘 버텨 주고 회복해 줬을 때 언니는 너무 미안하고 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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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네가 나이를 먹고, 털에 윤기도 조금씩 없어져 가고, 코끝이 조금씩 갈라지고… 심장이 약해 그렇게 좋아하던 산책도 오래하지 못하게 됐지. 자다가 비명을 지르면서 침대에 소변을 보더니 짧은 시간 동안 몸이 굳기도 했어. 하루에 두 번 먹기 싫어하는 약을 억지로 먹이고, 혹여 심장 약으로 인해 신장에 무리가 갈까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병원 원장님께서 장미는 항상 비상이니 늘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셨어.

그러던 어느 날 가족들이 걱정하는 걸 알았는지 갑자기 가족들이 주는 간식과 사료를 너무 맛있게 먹더라. 그게 우리 장미의 마지막 식사였다는 걸 언니는 왜 몰랐을까? 그날 저녁 장미를 줬던 언니 친구가 너의 혈통서를 보내 줬어. 그제서야 네 나이와 생일을 제대로 알게 되었지. 언니는 장미가 언니 동생이기에 그런 걸 몰라도 상관 없다 생각했거든.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장미가 언니한테 하늘 나라로 가기 전에 알려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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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요즘 인터넷으로 다른 강아지들 보며 장미를 잊기도 하고, 회상하기도 해. 장미가 있을 땐 몰랐는데 없고 나니 느끼는 것도 많아지고, 기부단체를 통해 못다 준 사랑을 베풀고 있어. 지금 넌 하늘나라에서 예쁜 천사가 되어 우리를 보고 있겠지?

장미야, 언니가 많이 많이 사랑했어. 지금도 너무 많이 사랑해. 언니가 항상 우스갯소리로 하던 말 기억나? 다음 생에는 꼭 엄마 아빠의 사람 딸로 태어나서 오빠랑 셋이 남부럽지 않은 남매가 되자. 먼 훗날. 따뜻한 하늘나라에서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다시 만나. 잘 지내고 있어.

사랑한다.

은경이 언니가

* 반려동물의 죽음에 관한 사연을 받고 있습니다. edit@petzzi.com로 보내 주세요.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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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성은경

그림 지오니

편집 김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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