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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을 선물한 도래 이야기

  • 승인 2017-02-07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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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여행하며 만나다 :

오늘과 내일을 선물한

도래 이야기

도래를 만나기 전 세상은 암흑이었다. 과거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한 채 점점 늪으로 빠져들었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이제 그만 아프라고, 행복해지라고 천사가 내려왔다. 도래는 삶에 의미를 부여해 주었고 살아갈 희망을 주었다. 2017년 정유년을 행복으로 물들일 해피 바이러스 도래를 만나러 제천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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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행복해질 시간

저수지를 따라 솔숲과 잔디가 어우러져 있어 반려견과 산책하기 최고인 제천 의림지. 저 멀리 신나게 달려오는 도래와 리드줄에 끌려 날다시피 오는 수민 씨가 보였다. 뭐 그리 끌려 다니냐는 내 핀잔에 조용히 줄을 건넨다. 잡는 순간 도래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몸이 ‘C’자로 휘어지면서 관성의 법칙을 거스르는 경험을 했다.

수민 씨는 대형견 클래스에 놀란 나를 보고 깔깔댔다. 24살 청춘 특유의 생기 넘치는 웃음이다. 지금의 모습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수민 씨는 2년 전까지 웃지 못했다. 여러 번 자살 기도를 할 만큼 우울증이 심각했다. 손목 위 상처가 아물기도 전 또 다시 생채기를 냈다. 거듭된 봉합으로 흉터가 뒤틀리고 더 이상 당겨서 꿰맬 살도 없었다. 반려동물이 우울증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말을 듣고 동생이 도래를 데리고 왔다. 생후 8주 젖 냄새 폴폴 나는 꼬물이였다.

“처음 보자마자 저한테 착 안기는 거예요. 앞발로 제 팔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어요. 그 동안 돌봐준 동생 친구는 아예 돌아보지도 않더라고요. 사는 방법을 안 걸까요?(웃음) 오래 살라는 뜻으로 도래라는 이름을 지어줬어요. 하얗고 푹신하니 애기 북극곰 같았는데 정말 이만큼 커질 줄 상상도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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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이끌어준 무한한 애정

도래는 생후 4주 만에 어미 개와 떨어진 탓에 애정결핍과 분리불안이 심했다. 혼자 있으면 가족의 체취가 남아있는 신발을 물어뜯었다. 특히 애착이 강한 수민 씨의 신발은 남아나는 것이 없었다. 대형견일수록 서열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고 믿는 가족들이 혼낼 때마다 도래의 편에서 히어로가 되어 주었다.

도래 역시 그런 수민 씨를 가장 따랐다. 수민 씨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도래는 엄마 찾는 새끼 늑대처럼 하울링을 했다. 자신만 졸졸 따라다니는 사고뭉치를 돌보다 보니 심경과 태도에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이따금씩 불쑥불쑥 솟구쳐 쓰나미처럼 덮쳐오는 우울감은 어쩔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죽음의 문턱에 섰을 때 도래의 울부짖음이 또렷하게 들렸다.

“엄마가 자꾸 이러면 도래 데리고 온 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어요. 내가 한 선택인데 사람들이 도래 탓을 해버릴까 봐, 천덕꾸러기가 되버릴까봐 무서웠어요. 더 이상 이렇게 살지 않으려고 양 손목 흉터 위에 타투를 새겼어요. 가린다고 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될 순 없겠지만 옅어는 지겠죠? 그렇게 마음먹자 오늘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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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우주는 도래를 중심으로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자신을 억지로 끌어내 도래와 산책을 다니고 애견 카페도 갔다. 만만치 않은 사료 값과 병원비를 벌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자신만의 공간을 얻어 독립도 했다. 물론 도래도 함께. 불과 2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끈질기게 괴롭히던 과거에서 드디어 벗어난 것이다. 지금은 대형견을 위한 옷 쇼핑몰을 오픈하고 싶다는 꿈까지 생겼다는 수민 씨.

“도래에게 맞는 옷을 찾기가 너무 힘들어요. 소형견 옷만큼 예쁘지도 않고.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좋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 강아지 옷 만드는 기술을 배워서 직접 만들고 싶어요. 도래를 모델로 해서 촬영 다니면서 추억도 많이 만들 거예요. 돈도 많이 벌어서 부족함 없이 다 해주고 싶어요. 이런 생각을 하면 일도 즐겁고 살아갈 힘이 나요.” 도래가 없었다면 지금의 조수민은 없었을 거라 말하며 도래를 쳐다보는 눈에는 꿀이 떨어졌다. 말 그대로 진득하고 달콤한 사랑이 뚝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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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사진 박애진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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