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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 목수 서진호

  • 승인 2017-02-07 1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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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목수 서진호

남자와 반려견. 와일드하거나 오붓하거나, 혹은 전혀 다른 무드로 맺어져 있을지 모른다. 캣타워 장인을 꿈꾸는 수수 아빠, 서진호 씨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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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랑그랑 나무공방 대표 서진호 & 수수

목수 일은 4년 정도 했어요. 작업 창고를 얻은 지는 2달 됐고요. 지금은 강아지 집, 강아지 옷장, 캣타워 등 반려동물을 위한 가구를 제작하고 있어요. 일은 목조주택 목수로 시작했어요. ‘빌더’라는 직업이 있는데요. 건물 기초 설계부터 마감, 인테리어까지 알아서 하는 직업이에요. 콘크리트 작업부터 구조 계산에, 시공도 직접하며 집을 짓는 일을 총괄하는 역이죠.

일 끝나고 취미 삼아 틈틈이 가구를 만들어줬어요. 고양이를 되게 좋아하는데 와이프 알레르기 때문에 키울 수가 없어서 아쉬운 마음에 캣타워를 만든 게 첫 작품이 됐어요. 화학물질 없는 100% 천연 원목으로 제작하고 있고요. 제품엔 자신 있는데 아직 홍보가 좀 안 돼서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판매되고 있어요. 그래도 머지않아 한국의 캣타워 장인이 될 겁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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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 이름은 수수예요, 옥수수의 수수. 아내 성이 옥 씨냐고요? 색깔이 누르스름한 게 꼭 옥수수 같잖아요. 지금은 감기에 걸려서 산책을 못 하고 있는데 괜찮을 때는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나가줘요. 집에는 카이라는 포메라니안이 있어요. 수수는 이태원에서 활동하는 단체 ‘행동사’(행동하는 동물사랑)에서 입양한 아이예요. 와이프가 일 나가면 카이가 혼자 있게 디는데 너무 외로워 보여 둘째를 들였어요. 둘이 사이좋게 놀라니까 항상 자고 있거나 서로 물어뜯고 난리죠.

먼지 안 날리는 작업할 때는 자주 데리고 나와요. 근처에 공원이 있어서 산책시키기도 좋거든요. 정말 사람 아이 키운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둘 다 기관 허탈이라는 선천적인 희귀 질환이 있어요. 폐에 기관이 눌려서 숨을 잘 못 쉬고 심장도 빨리 뛰어요. 한 달에 나가는 병원비가 어디 보자, 대충 20만원은 되네요. 근데 전혀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식 두 명 키운다고 생각하면 돈 쓴다는 개념도 아닌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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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행동사’ 회원들이 애견 카페를 하나 차렸어요. 정확히는 유기견 카페고요. 입양에 관심 있는 분들 상담해주고 입양까지 도와주는 장소예요. 그런데 돈이 부족해 인테리어도 못하고 칙칙한 환경을 그냥 사용하려고 하더라고요. 오픈 전에 잽싸게 가서 페인트도 바르고 벤치도 나무로 깔아주고 도배도 해주고 그랬네요.

앞으로 가구 제작으로 얻는 수익금도 그런 일에 쓰고 싶어요. 당장 나는 수익금은 길고양이들 사료로 많이 나가고요. 수익의 일정 부분은 차곡차곡 모아서 유기견 센터도 운영하고 싶어요. 아시죠. 쉼터들 상황이 다 열악한 거요. 제가 목조 가구는 쉽게 지을 수 있으니 운영하기에도, 도움을 주기에도 좋지 않을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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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김기웅

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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