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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 가구 디자이너 문…

  • 승인 2017-02-07 09: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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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

남자와 반려견. 와일드하거나 오붓하거나, 혹은 전혀 다른 무드로 맺어져 있을지 모른다. 행복을 짓는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의 반려 생활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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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n design studio 대표 문승지 & 볼트

한국에 들어온 지 막 일주일 됐어요. 3년 전에 COS(H&M의 프리미엄 의류 브랜드)와 가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게 인연이 돼서 이번엔 네덜란드 비디오 아티스트와 ‘뮤지컬 체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왔죠. 전 세계 디자이너를 초대해서 스튜디오 안에 각자의 의자를 놓고, 음악이 나오다 멈추면 의자에 앉는 게임 있잖아요. 그걸 테마로 촬영했어요. 아시안 디자이너 중에 운 좋게 한 명으로 뽑혀 소개된 거고요.

여기 사무실에 들어온 지도 얼마 안 됐어요. 볼트를 데리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게 힘들었어요. 쉿~ 볼트! 인터뷰하잖아. 볼트는 두 살 반 정도 됐는데 저렇게 커요. 아메리칸 불리예요. 외국 흑인 래퍼들이 잘 데리고 다니는 근육질 강아지 있잖아요. 예전에 엠펍(m.pup)이라는 강아지 브랜드를 런칭했을 때 삼촌이 입양해 줬어요. ‘아기’ 강아지 한 마리를요. 그때는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어요. 몇 개월 지나더니 확 자라나서 이제는 정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다 큰 거냐고요? 더 커질 거예요. 이젠 옆으로 불어날 차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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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강아지에 맞춰졌어요. 이사를 가게 되도 강아지와 함께 있는 곳, 사무실을 이전해도 이렇게 풀어놓을 수 있는 곳을 찾게 되고요. 그 전까지는 집 옥상에 볼트를 뛰어놀게 했는데 사람들이랑 같이 사는 곳이니까, (월!) 주민 신고도 많이 (월! 월!) 들어왔고요… 저렇게 어디서나 존재감이 커요. 이젠 맨날 같이 다닐 수 있어서 좋아요. 여러모로요.

반려동물 가구를 디자인할 때 볼트만 염두에 두고 제작하진 않아요. 일반적인 강아지의 입장이 될 필요가 있어요. 내가 강아지라면 이런 오브제를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까? (의자 아래를 가리키며) 이런 덴 우리한텐 그저 비어있는 공간인데 저 친구한테는 들어가고 싶은 안락한 장소가 될 수도 있고, 숨을 수 있는 동굴이 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강아지에게 이입하면서 영감을 얻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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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를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스토리텔링이에요. 사람이 쓰는 소파에 강아지 집을 붙여 놓은 작품이 있어요. 이걸 만들었던 시기가 뉴스에서 강아지 목줄을 차에 매달고 달린 사건이 크게 이슈가 됐던 때예요. 아직도 강아지가 반려의 의미가 아니라 소모품처럼, 아주 가볍게 인식되고 있는 거죠.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소파에 강아지 집을 붙인다면 사람들은 분명 이런 말을 하겠지. 정말 개팔자가 상팔자구나!

전 오히려 그런 말들이 계속 나와 주길 바라요. 그 말처럼 이젠 강아지들이 대우를 받아야 하는 시대라는 메시지를, 세상에 던지고 싶었거든요. 제품으로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그런 인식을 고취시키는 게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인에 이야기를 담는 목적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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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지의 디자인을 보고 싶다면

www.munseungji.com

CREDIT

김기웅

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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