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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물병원 생명사회적협동조합

  • 승인 2017-02-06 09: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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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

우리동물병원 생명사회적협동조합

품앗이는 한 마을 내에서 남자들이 협력하여 농사를 짓거나, 부녀자들이 모여 길쌈을 나누던 풍습에서 비롯되었다. 자칫 동등한 수준의 노동을 상호 교환하는 단순 행위로만 이해되기 쉬우나 실제 품앗이는 주는 만큼 받는다는 식의 이해타산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의리, 이해, 배려 등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서로를 품어 안은 상호 부조(相互扶助)의 따스하고 인간적인 공동체. 우리동생 사회적협동조합은 이 시대 새로운 형태의 품앗이를 떠 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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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 동네 병원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는 2층짜리 일반 단독주택을 개조한 작지만 무게감 있는 동물병원이 있다. 국내 최초로 뜻이 맞는 시민들이 모여 출자해 만들어진 우리동물병원 생명사회적협동조합, 줄여서 ‘우리동생’이다. 드물게 마당이 딸린 1층에는 동물병원, 1.5층에는 미용실, 2층에는 널찍한 야외테라스와 이어지는 카페, 조합사무국 사무실이 위치한다. 누구나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는 가정집 같은 분위기가 독특한 곳이다.

‘우리동생’은 지역 시민단체인 ‘민중의 집’에서 모였던 사람들이 동물병원도 협동조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의견에서부터 출발했다. 사람처럼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 반려동물들은 한 번 중대한 질병을 앓기라도 하면 의료수가가 폐지된 치료비에 부가세까지 붙어 입이 떡 벌어질만한 금액을 지불하기 일쑤다. 수많은 반려인들이 부당함과 의문을 동시에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에 ‘우리동생’은 무엇이 기준인지, 어떤 말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워하는 반려인들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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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참여와 근거 있는 배경

합리적이고 투명한 병원과 반려인 커뮤니티를 목표로 삼아 8명의 인원으로 조촐하게 시작했던 ‘우리동생’은 개원 준비 2~3개월 만에 조합원이 100여 명으로 단숨에 늘어났고, 개원 후 1년 반이 지난 현재 약 1300여 명이 그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참여 계기는 각자 다르지만 모두가 내 반려동물뿐만이 아닌 ‘우리의 반려동물’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사회적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처럼 조합원들이 조금씩 모은 출자금을 기본 바탕으로 조합원들이 병원이나 카페를 이용할 시 할인을 제공한다. 내가 낸 돈이 누군가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 셈이다. 사업계획과 예산을 논하는 총회에도 참여가 가능한데, 이는 ‘우리동생’을 함께 이끌어 가는 조합원들이 구체적이고 명확한 재정상황을 파악하여 보다 더 신뢰감 있는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자, 협동조합 참여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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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동생’을 단순히 값싼 동물병원으로만 인식하면 곤란하다. 김현주 사무국장은 ‘우리동생’에게 비춰지는 잘못된 편견에 우려를 표했다. “무조건 값싼 병원만을 추구할 순 없어요. 다만 조합원들이 모여 합당한 진료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질 좋으면서도 지나치지 않은 치료를 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다른 동물병원과 비교해서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도 않아요. 누구나 부담 없는 진료비가 실현된다면 당연히 너무 좋겠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조합원이 소비자로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조합원의 재정 참여와 경영 참여가 필요한 구조가 협동조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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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공동체의 재조명

‘우리동생’은 궁극적으로 인간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바란다. 강아지가 즐겁게 산책할 수 있는 동네는 사람 역시 지내기 좋은 공간일 것이라 믿고 있는 덕분이다. 때문에‘우리동생’은 동물병원 외에도 강아지 뜨게 옷 만들기 모임, 동물행동 교육 강좌, 산책모임, 재난대피 매뉴얼, 동물권 공부 등 앞장서서 다양한 소모임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거기엔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의 따스한 온정이 스며든다.

모임에 참여하는 반려인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저마다 자기가 가진 지식이나 생각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며 가까워진다. 그 범위는 반드시 강아지나 고양이에 국한되진 않는다. 깔깔깔 웃음을 자아내는 일상의 해프닝부터 진지하게 와인을 논하는 자리까지 지역 친목모임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이렇듯 ‘우리동생’은 반려동물 문화 전반, 나아가 사람과 사람 간에 잊고 지냈던 공동체 의식을 되살리는 데에도 큰 의의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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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은 이름 그대로 사람들이 함께 협동하며 살아간다는 의미예요. 내가 집을 비울 때 우리 집 강아지를 돌봐 줄 수 있는 이웃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서로가 서로를 돕고 의지하며 지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어 ‘우리동생’이 무언가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면 기쁠 거예요.” 이렇듯 ‘우리동생’은 상부상조의 마을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우리동생’이 위치한 마포구 성미산 마을은 이미 공동육아로 유명하다. 협동조합이라는 제도가 생기기 이전부터 비슷한 방식으로 사람들이 함께 어린이집이나 학교가 운영되어 온 이 마을에서 ‘우리동생’은 그 명성을 이어 또 다른 형태의 반려동물 커뮤니티 공동체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적합한 의료를 통한 동물복지의 실현, 반려인들에게 필요한 교육의 제공, 풍요로운 삶을 위한 인간관계의 재정비. 마치 오래된 품앗이를 떠올리게 하는 ‘우리동생’의 활약은 그 언젠가 앞 집, 옆 집 사람들과 ‘공동육견’, ‘공동육묘’를 당연히 나누게 되는 사회를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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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장수연

사진 엄기태

자료협조 김현주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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