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스토브 리그의 방해꾼들

  • 승인 2016-12-15 12:52:38
  •  
  • 댓글 0


FROM VET

스토브 리그의 방해꾼들

스토브 리그는 프로야구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추워서 야구를 할 수 없는 겨울에 난롯가에 앉아서 그동안 열심히 뛴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하는 자리다. 우리 병원에도 스토브 리그가 시작됐다. 물론 선수와 구단 사이에서 돈을 더 받거나 덜 주기 위해 하는 야구의 스토브 리그와는 목적이 다르다. 여름 동안 열심히 일한 직원들과 원장이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오면 문틈으로 틀어오는 냉기를 피하기 위해, 난로 곁을 먼저 점령하기 위한 신경전을 벌이는 거다. 그런데 이를 방해하는 놈들이 나타났다.

203ba2ae652fef4907b9b057f74b5aa3_1481773

따뜻한 난로가 옆에 있지만…


동물병원은 여름보다 겨울이 한가하다. 날씨가 추워 반려동물들이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적고, 문도 잘 닫아 놓아 여름보다 사건사고가 덜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동물병원이다. 일반 가정집은 문을 닫아서 집 안에 있는 열과 습도를 보존할 수 있지만 동물병원은 내원하는 분들이 많기에 아늑한 환경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전체 병원을 커버하는 난방기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게 하고 소형 난방기 하나씩을 직원들이 끼고 사는데, 최근 병원에 있는 동물 친구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전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우리 병원에 있는 동물 친구는 둘이다. 이전에 한 번 소개된 닥스훈트 ‘애니’라는 박힌 돌이 있고 두 달 전 병원 간호사가 대로변에서 로드킬 당할 뻔한 어린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와서 굴러온 돌 ‘케이’가 됐다. 난방 문제야 각자 소형 난방기를 주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문제는 이 동물 친구들이 난방기가 아닌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몸에 꼭 붙어 다니는


애니와 케이는 자신들의 난방기 앞에 푹신한 방석을 만들어줘도 기어코 사람의 품으로 파고든다. 진료를 하거나 일이 있어서 자리를 잠깐 비우게 되면 사람의 온기를 좋아해서인지 어느 샌가 조용히 내 자리에 똬리를 틀고 잠들어 있다. 솔직히 조금 귀찮은 적도 있었다. 손님이 오면 가만히 내려놓거나 다른 방석 위에 잠이 깨지 않게 올려놓은 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점점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이놈들의 온기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익숙해지더니, 몸에 붙어있는 이것들을 떼어 놓는 것이 오히려 귀찮아진 거다. 그러다 이것들을 그대로 들고 일하게 되는 단계에 이르렀고, 나나 직원들이 한 마리씩을 몸에 붙이고 원내를 어슬렁어슬렁 다니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203ba2ae652fef4907b9b057f74b5aa3_1481773



조금 추우면 어때


사람이나 동물이나 생명은 모두 외로운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추위도 싫지만 외로움을 더 못 견딘다. 이러한 이치를 우리 병원에 있는 박힌 돌과 굴러온 돌이 나에게 새삼 알려 준다. 여느 때보다 무더웠던 여름을 어렵게 보냈는데, 이번 겨울 역시 혹독한 한파가 예보되고 있다. 하지만 따스한 곳에 혼자 있는 것보다 약간 비좁고 춥더라도 사람들 옆에서 함께 체온을 나누려는 이것들을 보니, 올 겨울은 우리들도 좀 춥게 지낼 각오를 해야겠다. 그래도 좀 어떠냐. 마음은 더 뜨끈하게 날 터인데.


김명섭 원장님이 전하는

반려 동물과 겨울나기 TIP!


반려 동물들은 온도보다 습도가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인 집 안에 있는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 때 습도 문제인 적이 더 많아요. 춥다고 너무 집 안 온도를 올리면 오히려 실내가 건조해져서 호흡기에 문제가 생기고요. 피부가 좋지 않은 아이들은 피부가 말라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습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좋은 건 누구나 알고 있죠. 방법을 숙지해 주세요. 급하게 습도를 좀 올리고 싶을 때는 가습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급적 가습기를 먼 곳에 두어서 서서히 습도를 올리는 게 좋습니다. 호흡기에 문제가 있는 반려 동물과 산다면 초음파 가습기의 물 입자는 오히려 호흡기를 자극하기도 하니까요. 틈틈이 싱크대 등에서 주 전자로 물을 끓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끓으면서 나오는 수증기는 당연히 살균된 상태이니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요. 입자가 아주 작아서 호흡기를 자극하지도 않으며 순간적으로 집 안 전체의 습도를 높일 수 있으니까요.


CREDIT

김명섭 | 애니동물병원 목동점 원장

그림 우서진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