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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데이트 | ① 시바견이 지키는 낭…

  • 승인 2016-12-04 1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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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①

시바견이 지키는 낭만

카페 JUST COFFEE

캠핑, 마블 히어로, 스케이트보드, 농구화, 앱솔루트 보드카, 드립 스테이션, 맛있는 커피. 이들 중 하나라도 좋아한다면 카페 저스트커피를 방문했을 때 반가운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들게 되지 않을까.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에 걸리고 싶다면 저스트커피로 향하자. 시바견 두 마리가 카페 입구에서 수문장마냥 늠름하게 앉아 환영 인사를 건네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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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카페

저스트커피를 함께 경영하는 최윤서 씨와 손진호 씨는 고등학교 때 만난 친구다. 다른 곳에서 커피 만드는 것을 10년 정도 배우다가, 그들만의 가게를 만들고자 범내골역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인테리어부터 소품까지 모두 두 사람의 취향이 반영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 선반에 진열해 놓은 농구화와 보드카 병의 조합만 봐도 그렇다. 마블 히어로들의 가면과 무기 등이 벽에 전시되어 있고 피겨가 곳곳에, 스케이트보드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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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기에도 취향이 일관되고 뚜렷한데, 무엇보다 메뉴판에 쓰인 낯선 메뉴들이 인상 깊다. 헐크라테, 토르라테, 캡틴아메리카노. 마블 히어로의 이름을 딴 메뉴들은 메뉴 개발에 힘쓰고 있다는 윤서 씨와 진호 씨의 합작이다. “헐크라테는 쌉싸름한 말차 맛을 느낄 수 있는 커피고요” 메뉴를 설명하는 윤서 씨 옆에는 감 껍질을 담은 봉지가 놓여 있다. 신메뉴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의 소산이다. 새로운 메뉴에 대한 욕심과 별개로, 기본적으로 저스트커피의 커피들은 기본에 꽤나 충실하다. 깔끔한 라테아트 아래의 부드러운 감촉, 카푸치노의 우유 거품, 짙은 에스프레소까지 시비 걸 틈 없는 깊고 단정한 어른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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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견은 근무 중

“노란 애는 심바고요, 제 강아지예요. 까만 애는 히마라고 하고, 진호 강아지죠. 여기 사는 애들은 아니고 각자 집에서 같이 출퇴근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그냥 애들이 좋아서 데리고 다녔는데 손님들이 어떻게 아셨는지 애들을 보러 오세요. 어찌 보면 홍보를 많이 해 주는 카페의 마스코트인 셈이죠.” 두 사람은 시바견이 국내에 아직 덜 알려졌을 때 심바와 히마를 데려왔다. 털색과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시바견의 상징인 까맣고 촉촉한 코, 반짝거리는 두 눈망울과 뾰족한 귀가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놓는다. 카페 출입구에 앉아 단정히 밖을 내다보는 모습은 꼬박꼬박 출퇴근하는 강아지들의 근무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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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바와 히마는 어릴 때부터 카페를 오간 덕에, 2층에는 손님들이 없을 때만 올라가고 평소엔 1층에만 머무르는 규칙을 나란히 익혔다. 꼬마 손님의 손길에도, 낯선 손님의 소리에도 얌전히 자리를 지키는 젠틀함이야말로 카페견으로서의 필수 자질이 아닐지. 심바와 히마의 관심이 고파애가 타건만 이 녀석들은 자주 본 사람에게만 꼬리를 흔들어 준다. 사랑을 얻으려는 자, 자주 카페에 들러 얼굴 도장을 찍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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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아래로, 화로 앞으로

저스트커피의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빌딩이 잔뜩 들어선 도심 속에서 거짓말처럼 탁 트인 곧게 펼쳐진 하늘을 보는 기분은 새삼 미묘하다. 옥상에는 아주 큰 텐트가 쳐져 있고, 그 안에 캠핑용 테이블과 의 자들이 몇 군데 놓여 있다. 안락한 캠핑용 의자에 몸을 맡기면, 전기화로의 온기 덕인지 몸이 흐물흐물 흘러내려 의자와 하나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화창한 날씨라면 소풍 나온 기분이 들겠다. 하지만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촉촉하게 비가 오는 날이다. 도심 속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야외의 스산함을 즐길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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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밖엔 큰 화로가 놓여 있다. 밤이면 불을 피울 수 있고, 화롯불에 찬 손을 녹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 귀한 불 위에 고기를 못 굽는 것이 안타까울 수도 있겠지만, 괜찮다. 하늘에 투명히 보이는 별과 달 아래, 눈앞의 불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소복히 채워질 테니. 화로를 골똘히 바라보다 보면 불의 시작점은 붉은색이 아니라 푸른색이 라는 것도 새삼 깨달을 수 있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질 땐 그런 사 소하고도 당연한 섭리에 감탄해도 좋다.

모쪼록 화롯불 너머 아른아른 비치는 사람이 그대가 좋아하는 사람, 혹은 좋아하고 싶은 사람이면 좋겠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하며 아래층에 서 만난 시바견에 대해, 피겨와 마블 히어로들에 대해, 술과 농구, 드라이플라워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니까. 그러다 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쯤엔 분명 좀 더 따뜻한 사이가 되어 있을 것이다.

INFO

저스트커피

부산 부산진구 황령대로17번길 25

Tel. 051-633-5088

CREDIT

김나연

사진 김지선?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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