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사람의 올바른 관계란?
프로젝트 ‘굿보이토토’
당신의 강아지는 어디서 왔을까? 지난여름, 강아지 농장의 실체를 담은 TV프로그램이 방송되면서, 오물 범벅의 뜬장에 갇혀 평생을 임신하고 출산해야 하는 강아지들의 삶이 알려졌다. 사람들은 분노로 들끓었고, 강아지 농장 철폐 서명운동이 이어졌다. 동물 복지 개선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농장이 철폐되고 법안이 마련되는 것만으로 강아지 농장이 완전히 사라질까? 농장은 음지로 몸을 숨기지 않을까? 사회적 기업 '크래프트 링크' 대표 고귀현 씨와 수의사 권혁호 씨는 그런 의문을 던졌다. 반려동물의 공급 생태계를 바꾸는 데 발판을 마련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은 떠났다. 윤리적인 켄넬을 찾아서.
여정의 시작, 굿보이토토의 탄생
굿보이토토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귀현 굿보이토토(Goodboy TOTO)는 강아지 공장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함께 굿 브리더와 굿 켄넬을 널리 알리는 프로젝트입니다. 강아지 공장 아시죠? 강아지를 생물이 아니라 단순히 새끼를 만들어 내는 기계로 삼아서, 비윤리적이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강아지들을 사육하는 공장형 사육 시설이잖아요. 강아지 공장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신중히 검토된 동물관련법의 제정이고, 두 번째는 윤리적인 의식을 바탕으로 한 강아지 입양 문화 형성이죠. 저희는 그 두 번째에 힘을 싣고 싶었고요.
권혁호 굿보이토토를 통해 저희가 시작한 일은 실제 강아지 사육장들을 직접 전수 방문 조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강아지 공장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윤리적 과정을 바탕으로 한 브리더와 켄넬에서 강아지를 입양하려는 의식들이 생겨났을 때, 그렇다면 그런 윤리적 브리더와 켄넬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점이 생길 게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브리더와 켄넬. 애견 숍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생소할 수도 있는 단어네요.
고귀현 브리더는 특정 견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유전, 생리, 미용, 훈련 등에 대해 전문 지식을 가지고 강아지를 번식시키는 전문가를 말합니다. 켄넬은 브리더들이 강아지들을 번식시키고 키우는 장소를 이야기하죠. 전문 견사라고도 표현합니다.
프로젝트 이름은 어떻게 ‘굿보이토토’가 되었나요?
고귀현 외국 영화 같은 데서 보면, 강아지가 잘하면 'good boy!' 하고 그 반려인이 칭찬하잖아요. 그게 엄청 친근하고 애정 어린 표현이거든요. 그래서 '굿 보이'라는 이름을 쓰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뒤에 우리가 키웠던 강아지 이름을 붙이고 싶었어요. 제가 어릴 때 집에 함께 있었던 강아지 이름을 따서 이름을 '굿보이토토'라고 짓게 되었죠.
혁호 씨는 수의사이시고, 귀현 씨는 ‘크래프트링크’라는 사회적 기업 대표님이세요. 그리고 한 분은 수의과대학 학생이시구요. 세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고귀현 저랑 혁호는 예전부터 동물 관련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리고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문 지식을 가지고 전면에서 이끌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혁호와 같은 수의사들은 일반인보다 아는 게 많잖아요. 그래서 가끔씩 이야기했어요. 너 같은 사람들이 먼저 나서줘야 한다고요.
권혁호 처음 만났을 때부터 ‘굿보이토토’를 기획한 건 아니었어요. 올해 초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귀현이한테 연락했더니, 기꺼이 같이 하자고 해 주더라구요.
김형규 저는 두 분이 굿보이토토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는 걸 보고 연락드렸어요. 수의학을 공부하는 만큼 평소에도 동물과 그 복지 등에 관심이 많았고요. 그런데 프로젝트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더라구요. 그래도 반갑게 맞아주셔서, 늦었지만 같이 동행하게 됐습니다.
굿 보이(good boy)를 위하여
반려동물에 대한 윤리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왜 우리는 강아지 공장을 없애야 할까요?
김형규 사전적으로 윤리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합니다. 도리란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바른 길이구요. 두 단어 모두 ‘마땅히’라는 표현이 사용됩니다. 어쩌면 윤리란 사람이 졸리면 하품을 하듯이, 슬프면 눈물을 흘리듯이 당연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합니다. 반려동물을 통해 사람이 얻는 심리적, 감정적 영향은 심리학 연구에서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생각하고요. 나에게 충분한 행복을 준 반려동물의 출생이 이렇게 비참한 환경이라면 너무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요? 마땅히, 그들에게도 내가 받은 행복을 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굿보이토토에서 이야기하는 윤리적인 켄넬, 좋은 켄넬은 어떤 견사를 의미하나요?
권혁호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 기준이 제시되어 있지 않죠. 그래서 외국의 경우를 참고했어요. 밤새 외국 서적들과 논문 등 자료들을 일일이 뒤지고, 번역하고, 좋은 견사에 대한 필요조건들을 공부했습니다.
고귀현 영국과 미국의 자료를 토대로 정리했는데요, 견종 사이즈에 따른 개별 켄넬 크기 및 형태인가, 매일 청소를 하고 주기적으로 소독을 하는가, 최소 8주 이후에 분양을 보내는가, 그런 것들에 대한 기준을 나름대로 정하고 켄넬을 둘러보았죠. '와디즈'라는 사이트에서 펀딩을 받고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일단 100일로 잡고 시작했는데, 펀딩 끝나고서도 추가로 50여일 정도 더 돌아봤거든요. 한 70군데쯤 돌아본 것 같아요.
둘러보신 70여 군데의 켄넬 중 '굿 켄넬'로는 일곱 군데가 선정됐어요.
권혁호 사실 방문한 곳도 괜찮다고 이야기 된 곳을 골라 가 본 거예요. 인터넷 상에서 좋은 곳이라고 추천이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 강아지 공장과 다름없는 곳들도 많았습니다. 현재 국내에 존재하고 있는 강아지 사육장은 약 3,000개 정도입니다. 그리고 신고 되지 않은 비밀스러운 사육장도 많겠죠. 그 중 아주 기본적인 절차인 동물생산업과 판매업으로 신고 되어 있는 생산 시설은 대략 100여 곳 미만입니다. 그 중 저희는 일곱 군데를 찾은 거예요. 결국 저희가 찾은 곳은 10%가 아니라 1%도 훨씬 못 된다고 할 수 있어요.
켄넬을 찾아다니실 때는 신분을 밝히고 가셨나요?
고귀현 경우에 따라 좀 달랐습니다. 상대방이 좀 우물쭈물하면 개장수나 아니면 애견 숍을 열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견사를 둘러보기도 했어요. 요새는 젊은 사람들이 애견 숍을 많이 열려고 하더라고요. 몇 마리 팔면 돈이 되니까요. 그래서 저랑 혁호도 그런 사람들을 가장해서 우리도 애견 숍을 열려고 하는데, 경매장에 가지 않고 바로 여기서 강아지들을 데려가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그랬죠.
권혁호 프로젝트 진행 중이라고 신분을 밝히기도 했어요. 당당한 분들은 더 많이 보여주고, 이야기해 주셨죠.
켄넬을 둘러보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으신가요?
고귀현 저희 둘이서 같이 견사를 쭉 둘러보잖아요. 어디 한 곳을 갔는데, 저는 뭔가 애매한 느낌인 거예요. 분명 뭔가 열심히 강아지들을 위해 꾸며놓긴 했는데, 왠지 모르게 좀 헷갈리는 느낌? 그런데 혁호가 나오더니 여긴 아니라고 하는 거예요.
권혁호 사람에게 좋아 보이는 기준이 강아지들에도 좋은 건 아니니까요. 그걸 견사를 운영하시는 분들은 모르죠. 나에게도 좋으니까, 강아지들에게도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강아지를 분양받으러 가는 일반인들도 그걸 모르죠. 좋다고 하니까, 그리고 좋아 보이는 것 같으니까 강아지를 분양받아 오게 되는 거예요. 그렇게 수요가 생기니까 견사가 강아지들한테는 부족한 상태로 유지가 되고요. 악순환인 거죠.
고귀현 브리더 분들이 강아지와 분양에 대해 많이 공부하셨으면 좋겠어요. 가끔 그런 분들이 계세요. 어디선가 표면적이고 사소한 걸 듣고서, 그걸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요. 그게 정말 위험하거든요. 사실 그게 전부가 아닌데, 더 깊게 아셔야 하는데, 그걸로 켄넬을 잘 운영하고 있고 강아지들을 잘 돌보고 있다고 생각해 버리니까요.
직업이 있으신데, 물리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권혁호 저는 수의사고, 귀현이는 아무래도 크래프트링크를 운영하고 있으니까요. 다른 직장에 비해 시간은 좀 자유롭게 조절해서 사용할 수 있었어요.
고귀현 주말에 차 타고 다니거나, 아니면 평일에 시간을 좀 내서 다니고 주말에 쉬거나 하는 식으로요.
한 발자국 더 나은 세상을 지지하며
굿보이토토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고귀현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는데, 프로젝트 진행 후에는 산책길에서 '그 강아지 어디서 데려 왔냐'고 물어보는 게 더 많이 들리는 것 같아요. 보통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다보면 질문을 받게 되잖아요. 이름이 뭐냐, 종은 뭐냐, 몇 살이냐. 거기에 '어디서 데려왔냐'라는 질문이 더해진 것 같아요. 그런 질문은 중요해요. 지난 5월에 한창 강아지 공장이 방송을 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집중됐잖아요? 연이어 고양이 공장이 폭로돼서 사람들이 분노했고. 그런 관심들이 사그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강아지를 굿 켄넬에서 입양하거나 강아지 공장에서 데려오지 않는 방법 이외에도, 강아지 공장을 반대하는 데 힘을 보태는 방법이 있을까요?
?고귀현 앞서 말한 것과 통하는 질문인 것 같아요. 한 번 물어보는 거죠. 이 강아지는 어디서 왔느냐고요. 그걸 한 번 생각해보고 말고의 차이는 꽤 크니까요. 그런 식으로 서로 물어보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에 더 신경 썼으면 해요. 당장 강아지 공장이라고 알려진 곳 하나하나를 폐업시키는 것보다, 그 힘을 강아지 공장이라고 부르는 켄넬 자체를 없앨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바람직한 문화를 만드는 데에 보태는 거죠.
권혁호 스스로 윤리적인 의식을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책과 규제가 아무리 정비되어도, 우리가 계속 작고 예쁜 강아지만 좋아하고 더 싸게 사는 것에만 신경 쓴다면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더 시간이 걸리고, 더 경제적인 비용이 들더라도 함께 살아갈 반려견을 입양한다는 생각으로 강아지를 바라보는 가치관을 가지는 것 자체가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권혁호 윤리적 켄넬을 찾고자 한 것도, 강아지와 사람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거든요. 두 번째로는 집에 혼자 있는 강아지 문제를 위해서, 일터에 강아지를 데리고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뤄 볼까 해요. 그래서 지금은 반려동물과 함께 출퇴근을 할 수 있는 회사들을 찾고 있는 단계에 있습니다.
고귀현 ‘잃어버린 시바를 찾아서’라는 컨퍼런스를 열려고 준비 중이고요. 앞으로도 해야 되고, 또 할 것들은 많아요. 정말 끊임없이 있죠.
김형규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고민하면 아쉬운 점이 많이 보여요. 개라는 종이 가진 본성을 무시한 채 사람 입장에서 ‘이래도 괜찮을 거야’라고 섣불리 행하는 일이 많거든요. 사람과 다른 개라는 종을 이해하고 그들의 본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죽는 순간까지 강아지는 강아지답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수의대를 다닌 6년 동안, 그리고 굿보이 토토와 함께하며 느낀 점이에요. ?
CREDIT
글 김나연
사진 박설화
자료협조 굿보이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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