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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도도한 라떼의 맛, 8번가에서 만…

  • 승인 2016-10-07 16: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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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도도한 라떼의 맛

8번가에서 만나요

테이블 하나에 자리를 잡은 뒤, 유리창 너머로 내려오는 햇살을 온전히 받으며 잠시 눈을 감아도 좋고, 사랑스러운 연인과 깍지를 껴도 좋다. 그 여유의 값을 커피 한 잔으로 지불할 수 있다는 건 썩 흡족한 일이다. 커피 한 잔에 우연찮게 마음을 녹이는 다정한 노래 한 곡, 누군가의 영혼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 한 점, 거대하고 몽실몽실한 강아지까지 곁들여져 있다면, 그건 정말 큰 행운일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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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복합 문화 공간


동대문구 회기동에 위치한 8번가는 거대한 선물박스처럼 생겼다. 누군가 한 쪽을 성큼 베어낸 네모난 선물박스. 커다란 3층으로 구성된 카페는 넓은 공간 덕에 갤러리를 따로 꾸밀 수 있었다. 누군가의 손길로 정성껏 탄생한 작품들은 전시용 조명과 함께 만반의 준비를 하고 야심차게 벽에 걸렸다. 8번가의 갤러리는 회화와 사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정기적으로 주제와 기획을 바꾸어 나간다. 갤러리 반대편에는 아담하고 알찬 무대가 고개를 불쑥 내밀고 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일곱 시 반 즈음 8번가 근처를 지난다면 흘러나오는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인디밴드 청년들이 기타 줄을 튕기고, 마이크를 흔든다. 여름이 넘어가고서 쌀쌀함에 옷깃을 만지작거리게 되는 계절엔 어둠이 슬슬 밀려오는 시간이다. 어스름이 내린 길거리에 8번가의 노란 전구 빛이 다정한 노래와 함께 닿는다. 옹기종기 줄지어 모여 있는 선인장들과, 카페 한 편에서 푸른 조명을 받으며 유려하게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들은 어떻게 세상에 고개를 내밀게 되었는지 뜬금없이 궁금해지는 순간, 발치에 거대한 털뭉치가 불쑥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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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관심을 줬으면 해


네 발 달린 털뭉치는 8번가에서 키우는 영민하고 예의 바른 잉글리시 쉽독이다. 몸의 절반은 까맣고, 나머지 반은 거품을 얹은 듯 하얀 강아지라 이름은 '라떼'라고 했다. 8번가의 경영자 원상호 씨가 대형견을 너무나 사랑하여, 손님들에게 위협적이지 않으면서 카페에서 키울 수 있는 강아지를 물색하다 가족으로 맞게 되었다. 간혹 라떼를 무서워하는 손님들도 있지만, 여기서 라떼는 하염없는 인기의 대상이다. 다만 손님들이 이름을 부르며 손을 내밀어도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장난감을 흔들어도 지조 높게 자리를 지킨다. 손님들이 원하는 라떼의 관심은 아빠 원상호 씨에게 집중되어 있다.

"라떼, 아빠 해 봐." "월월!" "쉿, 조용히 아빠." "월월." 라떼는 상호 씨의 말을 흉내 내어 짖기도 하고, 목소리를 줄이기도 했다. 껑충껑충 신나게 뛰며 상호 씨의 뒤를 쫓는 모습은 어쩐지 양이나 염소 같았다. 반려견과 교감을 하는 것은 저런 모습을 두고 말하는 것일 테다. 아빠바라기 라떼의 한 쪽 눈은 맑은 하늘색. 눈을 가리고 있는 털을 들어 올리면 뜻밖의 아름다움과 마주할 수 있다. 라떼와 친해지면 달려가서 환영해준다고 하니, 그 눈을 마주보고 라떼의 사랑을 나눠받고 싶다면 부지런히 방문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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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잠시 쉬었다 가는 테이블


"정체되지 않고 움직이는 공간을 위해서 시작했거든요. 능동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문화 활동을 하고 싶어서요. 사람들이 좀 더 문화를 쉽고 편하게 즐겼으면 좋겠고, 작가 분들 작품도 전시하면서 작가 양성에도 도움이 되고 싶고요. 좋은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어요." 상호 씨의 예술과 공생에 대한 꿈은 만족을 모른 채 반짝이는 욕망이었다. 마음에 드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의자에 몸을 맡겼다가 떠나는 손님들이 유독 생기 있게 느껴지는 것은 8번가가 몽글거리는 낭만으로 키워진 공간이기 때문일 테다. 갤러리의 작품 하나를 바라본다. 작품은 실타래로 엮인 얼굴로 채워졌다. 조막만한 입술 속은 거울이 자리했다. 작품과 눈을 맞추면 입술이 비춰진다. 작품과 키스를 한다는 건 이런 걸까, 마음이 소소하게 간질거린다. 그리고 분명, 이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가지각색의 열망들도 같은 색을 띄고서 꿈틀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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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TION

8번가 |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경희대로3길 8 회기동상가

TEL. 02-969-0003?

CREDIT?

김나연

사진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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