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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그리다 | ② 개를 그리는 또다른…

  • 승인 2016-10-04 1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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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2

개를 그리는 또 다른 방법

미술관 밖에도 '개 그림'이 있다. 조금 더 쉽게, 더 가까이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애완에서 반려로 개의 수식이 바뀌는 동안 관련 예술의 폭도 부쩍 넓어진 것이다. 덕분에 언제나 반려견과 함께 하고픈 반려인의 헛헛한 마음을 달랠 수 있다. 꼭 반려인이 아니더라도 기념이나 패션, 선물로서 개를 즐기는 시대. 종이와 붓, 물감 없이 저마다의 손재주로 개를 그려내는 세 명의 젊은 아티스트들을 만났다.

01 거품 위에 그리는 강아지, 3D 라테아트

김건우 / 31세 / 라테아트 셰프 / 경력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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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요리 전공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디저트 쪽을 공부하다가 라테아트를 하게 됐어요. 처음부터 라테아트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스타킹>까지 출연하게 됐네요. 매장에서는 강아지와 고양이 모양으로 라테를 만들어 팔고 있어요. 딱히 제품명은 없었는데 손님들이 '멍멍라테', '야옹라테'라는 이름을 지어줬죠. 정식 명칭은 3D 라테아트라고 해요.

조금 생소하실 거예요. 국내에서는 이걸 정식으로 가르치는 기관도 없고요, 독학으로 배우기도 쉽지 않거든요. 카페를 운영하지 않고서야 연습할 공간도 마땅치 않죠. 원리도 모르고 누가 처음에 시작했는지도 모르는 기술이라 정식 메뉴를 내놓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처음에 만들었던 건 지금 보면 민망할 정도로 별로예요. 다른 것 없이 연습량이 쌓여서 이 정도의 작품으로 나오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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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이 났는지 가게에 반려견을 데리고 종종 오세요. 매장이 1층이고 골목에 바로 붙어 있어서 개가 너무 사납지만 않으면 매장 문 앞에 묶어 놓고 개를 지켜보며 커피를 드실 수 있어요. <스타킹>이요? 라테아트 잘하는 사람을 찾고 있다는 연락이 와서 나가게 됐는데요. 저는 소박하게 만드는데 거기선 스케일이 좀 큰 걸 원하더라고요.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뿐 아니라 강호동 씨까지 라테 위에 그려버렸죠. 어려운 걸 너무 많이 시켰어요.(웃음)

프렌차이즈 문의나 내점 제안도 들어오는데 다루는 제품의 특성 상 단골손님이 대부분이셔서 정중히 거절하고 있어요. 가게도 홍대 쪽이 아니라 합정 부근이고, 골목 깊숙한 곳에 있어서 일반 손님들이 쉽게 찾아오기 힘든가 봐요. 일단은 지금 하는 매장을 잘 꾸며나가고 여유가 생기면 다른 쪽으로 확장하는 게 지금의 계획입니다.

카페 la douce

서울 마포구 독막로5길 33 / 평일 13:00~22:00 월요일 휴무

02 몸에 새기는 소중한 기억, 타투

김정민 / 25세 / 타투이스트 / 경력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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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비교적 심플한 타투를 그려요. 사람들에게 타투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많은데 그걸 개선하고 싶거든요. 타투를 좀 더 대중화하는 데 공헌하고 싶죠. 그런 것 치고 제 몸에 무서운(?) 타투가 많죠? 처음엔 이런 쪽을 동경하긴 했어요.(웃음) 요즘 들어 반려견 타투 문의가 부쩍 늘었어요. 근데 제가 미술을 전공한 게 아니라 실사화는 못하고 저만의 느낌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강아지들이 생긴 게 다 다른 거 아시죠? 그 생김새대로 그려요. 반려견 사진을 놓고 스케치를 먼저 하고 그 강아지랑 최대한 똑같이 그리려고 나름 노력은 하고 있죠. 의외로 반려견이 죽었을 때 많이 하러 오시더라고요. 평생 잊지 않고 싶은 마음이신지.

고향이 전라도 여수인데, 거기서 푸들 한 마리를 키우고 있어요. 아, 닉네임이 dogy인 건 아쉽지만 반려견과 관련된 건 아니에요.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도비랑 닮아서 도비라는 별명이 있었는데 그걸 살짝 바꾼 거고요. 어렸을 때 무척 어렵게 살아서 속어지만 '개처럼 열심히 벌자'라는 파이팅이 들어 있는 이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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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얘기는 꼭 하고 싶었는데요. 3개월 전에 애견 숍에서 귀여운 포메라니안 한 마리를 분양받았어요. 요새 강아지 공장이 이슈인데 그 땐 그걸 몰랐거든요. 데리고 왔는데 파보장염이 걸린 상태로 온 거예요. 애견 숍에게 문의하니 연계된 병원이 있다고 거기로 데리고 가라고 해서 그 병원에 입원 조치를 했죠. 나중에 찾아보니 그런 데 맡기는 게 좋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며칠 뒤에 다른 병원에 데리고 가려고 찾아갔는데 애가 그냥 숨만 붙어 있는 상태였어요. 이동하던 도중에 죽어버렸죠. 같이 있던 시간은 고작 5일? 나중에 보니 애견 숍이나 병원에 제대로 남아 있는 진료 기록도 없고 책임만 회피했어요. 양심적인 숍도 많겠지만, 그 때는 너무 힘들어서 제대로 작업도 못했어요.

그래도 조만간 가정 분양으로 건강한 아이를 입양할 계획이에요. 저도 반려견과 살게 되면 강아지 타투를 받을 의향이 있어요. 타투를 하면 어딜 가나 나와 함께 있다는 든든한 기분이 들어요. 이게 타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일이 없을 때는 다음 날 작업할 것들을 미리 도안을 그리면서 준비해놓거나 그림 연습을 해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60000명이 넘었는데 주로 그쪽으로 예약이 들어와요. 타이완 인터넷 뉴스에 한 번 실린 적이 있어서 그 이후엔 해외 손님이 한국인 손님보다 더 많아졌어요.

SNS instagram.com/ttdogy, kakao ID : dogytat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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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그림 하나에 이야기 하나, 캐리커처

민지혜 / 31세 / 캐리커처 화가 / 경력 1년

순수 회화를 전공하고 패션 회사 들어가서 6년 정도 일했어요. 그러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 퇴직한 후 이 일을 하게 됐죠. 반려견을 키우고 있어요. 까미는 세 살짜리 블랙탄 푸들인데 비만한데다 게으르고 매사 느릿느릿하죠. 요크셔테리어는 두 살 로로예요. 애교가 많고 활발한 아이예요. 인스타그램에 애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웹툰을 올리는데 반응이 꽤 좋아요. 중국 웨이보로도 연재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 강아지를 오래 키우다가 하늘나라로 보냈는데 슬픔이 꽤 오래 갔어요. 시간이 한참 지나고 감정이 잠잠해질 때쯤 이 아이들을 키우게 되면서, 이번에는 그림으로 남겨둬야겠다 싶었죠. 제 작업은 파일로 보관이 되니 훼손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상태로 볼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거든요. 그러다 다른 반려인들도 강아지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지 않을까 해서 주변 친구들의 반려견을 그려 SNS에 올렸더니 조금씩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죠. 이제는 폰 케이스, 머그컵, 텀블러에 애들 얼굴을 넣어서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제품을 만들어 드려요. 지금까지 150마리 정도를 작품으로 남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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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자 분들이 참 다양한 사연을 갖고 계셔요. 짝사랑하는 여자한테 고백을 하려는데 고백 선물로 여자 분의 강아지를 그려달라는 분도 계셨고, 남자친구랑 각각 강아지를 키우는 여성 분이 강아지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주문하기도 했죠. 여러 사연을 듣는 색다른 재미가 있어요. SNS에서 '도그커쳐'를 검색하면 제 작품을 쉽게 찾으실 수 있는데요. 아, 원래 있는 장르냐고요? 아뇨, 제가 만든 말이에요.(웃음)

얼마 전엔 땡큐맘 유기견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크라우드 펀딩이었는데 밀양 보호소의 유기견들을 캐릭터로 그려주는 재능 기부였죠. 어렵게 목표 금액을 달성하긴 했는데, 사람들이 유기견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갖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후원금을 받는 건 다른 문제더라고요. 앞으로는 하던 작업을 열심히 하면서 반려 가족들에게 공감을 사는 웹툰에 매진할 생각이에요. 유기견 문제에도 계속해서 도움을 주고 싶고요.

SNS instagram.com/mongle_min, blog.naver.com/mongle_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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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김기웅

사진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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