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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의 기적, 겨울이의 견생 역전

  • 승인 2016-09-27 17: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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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생 2막

3%의 기적, 겨울이의 견생 역전

파보장염은 강아지들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직접적인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아 수액과 항생제를 주입한 후 스스로 이겨내길 기도해야 한다. 홍역도 끔찍한 저승사자다. 말기에 이르면 바이러스가 뇌 조직에 침투해 신경 발작을 일으키고 많은 경우 안락사로 이어진다. 두 질병 모두 치사율이 80%에 달한다. 생후 6개월 미만 어린 강아지들에게 주로 나타나 새 가족을 찾자마자 별이 되는 경우엔 반려인의 가슴에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이번에 만난 겨울이는 작년 말 파보장염과 홍역을 동시에 앓았다. 그리고 지금은,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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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처럼 신사적인 강아지


경기도 용인의 카페 '달달한 하루'의 아침은 고요했다. 오픈 시간에 맞춰 찾아갔지만 카운터에 아무도 없어 아무도 없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내부에 잠시 시선을 뺏겼다. 취재진을 맞은 건 카운터 안쪽 문을 비집고 나온 점박이 강아지였다. 반가운지 꼬리를 크게 흔들던 녀석은 냉큼 다가오지 않고 2미터쯤 간격을 두고 멈춰 섰다. 처음 만나는 강아지는 거세게 짖으며 경계하거나 늘 보던 양 품에 들어와 핥아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아이는 조금 달랐다. 하지만 과거의 어떤 트라우마 때문이라기보다 스스로 갖추는 어떠한 예절처럼 느껴졌다. 그 간격 속에서 우리는 충분한 인사를 나눴다.

잠시 후 강아지의 반려인이자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윤정 씨가 커피를 들고 나와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쪼르르 달려와 윤정 씨의 무릎 위에 앉은 점박이의 이름은 겨울에 만났다고 하여 '겨울이'. 겨울이는 작년 가을 플리마켓의 수익금으로 도움을 줄 강아지를 찾던 차, '포인핸드'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유기견이었다. "평택 보호소에 있던 아이예요. 그 쪽은 비교적 안락사를 금방 시킨다는 얘기를 듣고 뒤도 안 돌아보고 데리고 왔죠. 일단 목숨부터 살려야 하니까." 처음에는 겨울이를 임시보호만 하려고 했다는 윤정 씨는 이후 글자 그대로 홍역을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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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삶을 향한 험난한 관문

"보호소에 겨울이의 질병 사실을 전하니까 무덤덤하게 다시 데리고 오라고 했어요. 느낌이 좋지 않았죠. 근처 동물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해도 거절당했어요. 결국 아는 분을 통해 병원을 어렵게 구해 치료를 하게 된 거죠." 파보장염과 홍역이 같이 찾아오면 생존율은 좋게 봐야 3% 이내다. 반려인은 병마와 싸우는 아이의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겨울이는 병원에서 한 달 동안 끈질긴 사투를 벌였다. 언제 사망 소식이 전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울려온 한 통의 전화. 윤정 씨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고 전화기 건너편에서 의사 선생님은 환희에 차 말했다. "이제 됐어요.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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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앓았다는 걸 믿을 수 없을 만큼 깨끗하게 완치됐어요. 홍역을 앓고 나면 신경 장애 같은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다는데 그런 증상도 없고요. 저는 온도를 따뜻하게 맞춰주고, 꼬박꼬박 약을 챙겨준 것밖에 없어요." 윤정 씨는 모든 공을 겨울이에게 돌렸지만, 윤정 씨의 품에 푹 안겨 낮잠을 청하는 겨울이의 모습을 보니 겨울이가 그 오랜 기간 병마와 싸워낸 힘이 어디에서 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겨울이의 특징을 묻자 "아무리 사나운 개라도 겨울이와 있으면 순하게 변한다"는 흥미로운 대답이 왔다. 윤정 씨가 겨울이를 데리고 오기 전부터 키우던 '여름이'라는 개는 가족 외에 다른 사람을 보면 격하게 반응해 매장에 들이지도 못할 정도였는데, 겨울이를 만난 후 성격이 바뀌었다고 한다. 음식도 잘 나눠먹고 자기 몸이 다칠지언정 조그만 겨울이에겐 상처 하나 입히지 않을 정도로 애지중지한다고. 겨울이를 보기 위해 카페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니, 겨울이에겐 모두의 마음을 선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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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겨울이들을 위해


겨울이는 근래 '애이미러브즈펫'과 '땡큐 스튜디오'에서 모델견으로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에 간 박람회장에선 겨울이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SNS 상에서 유명한 '철수'와 점무늬가 비슷해 철수 아니냐며 물어오기도 한단다. 어느 쪽이든 윤정 씨에게는 즐거운 일이다. "제 바람은 하나예요. 유기견과 믹스견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는 것. 겨울이를 알아본 사람 중에 믹스견이라는 말을 듣고 바로 등 돌리고 간 분이 있었어요. 겨울이 같은 애들이 옆집에, 동네에, 우리가 지나는 곳마다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거죠." 앞으로도 대외적으로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선뜻 찾아갈 거라는 윤정 씨. 보호소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다가 스타견으로 새 삶을 살게 된 겨울이는 이제 어깨가 좀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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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를 만난 계기가 되었던 플리마켓은 올 가을 다시 한 번 열린다. 카페 입구 쪽엔 근처에 살고 있는 윤정 씨의 지인들과 SNS를 통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기부한 물품이 정리되어 있었다. 작년엔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는데도 의외로 수익금이 많이 났다는데, 이번엔 조금 더 크게 판을 벌일 모양이었다. 수익금이 유기견을 위해 사용되는 이번 행사에 큰 축복이 깃들어, 겨울이와 윤정 씨 같은 아름다운 인연이 더욱 더 맺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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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김기웅

사진 박설화

자료협조 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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