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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에게 닿은 손길들

  • 승인 2016-08-23 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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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생 2막

막가에게 닿은 손길들

제주에서 한 달 살이, 마치 유행처럼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 살아보러 내려온다. 꿈꾸던 전원생활을 즐기고 싶다고 내려온 사람들 중 어떤 이들은 오일장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를 2~3만원에 구입한다. 그리고 한 달을 살고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갈 때 그 강아지는 그대로 두고 간다. 아파트에서 키울 수 없어서, 품종 있는 강아지가 아니어서, 너무 커버릴 강아지여서, 다양한 이유를 대며 아직 길에서 버텨낼 수 없는 작은 생명을 그대로 유기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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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울 게 아니면 모르는 척해야 할까


매년 피서 철이 되면 유기동물 수가 급격히 증가한다고 한다. 키우던 동물을 피서지에 버리고 간다는 것이다. 집에 절대 찾아올 수 없는 곳에 버리는 것, 그 치밀함이 참 무섭다. 아무 것도 모른 채 길거리에 버려진 동물들의 운명은 대부분 둘 중 하나다. 길거리 생활을 못 버티고 죽든가, 심장사상충에 걸려 죽든가….

어떤 이들은 키울 게 아니라면 무책임하게 유기견을 집에 데려가지 말라고 한다. 데리고 가서 이미 그 아이가 사람에게 마을을 주었는데 다시 버린다면 얼마나 잔인한 일이냐고 말이다. 그렇다면 길거리에서 먹지도 못하고 비도 피하지 못하는 유기견을 모른 척 하고 지나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그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닐까?


유기견, 막가를 만나다


며칠 전 나는 막가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만나게 되었다. 막가를 데려오신 분은 길에서 돌아다니던 수컷 푸들 한 마리가 계속 따라오고 그 모습이 눈에 밟혀서 집에 들였다고 한다. 목욕을 시키고 미용을 하고 피부병을 치료하며 임시보호를 했고, 그러면서 입양시킬 곳을 찾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입양처가 없었다고 한다. 임보가 점점 힘들어져 강아지 카페에 사연을 올리면 인연이니 잘 키워보라는 얘기만 돌아왔다는 것이다.

거기다 기침을 해서 감기인가 하고 병원에 데려가 검사해보니 심장사상충에 걸려있다고 했다. 아마도 치료비 때문에 유기된 것 같았다. 심장사상충까지 걸려있는 막가를 데려가겠단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임시보호자 역시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데려왔던 곳으로 가서 다시 유기하려고 한다며 SNS에 글을 올린 것. 다행히 내 지인 중 한 명이 임시 보호하겠다며 나섰고 우리는 몇 시간 뒤에 막가를 데리러 갔다.

임시보호를 하던 분이 막가를 데리고 나와 우리에게 몇 번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빨개진 눈시울로 잘 부탁드린다며 무언가를 한가득 건네주었다. 막가를 데리고 있던 한 달간 막가를 위해 샀던 물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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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많은, 그래도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


그동안 차에 태워 여행을 같이 다녔기 때문인지 차에 타자마자 놀러 가는 줄 알고 기분 좋아하는 막가를 보며 마음 한켠이 지끈거렸다. 잠시 뒤 임시보호자였던 분과 점점 멀어지자 막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낑낑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옆에서 ‘막가야, 괜찮아~’ 하며 달래주는 손길에 조금 진정을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표정은 어느새 무표정하게 변해있었다. 한참 동안 창밖을 보면서 막가는 그렇게 소리도 미동도 없이 앉아있었다….

우리는 막가를 데리고 곧바로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정확하게 알고 어떤 치료를 얼마나 해야 하는지 상담을 받기 위해서였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기침이나 재채기 한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진은 아니었을까, 또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상태가 아닐까 기대를 했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심장사상충 3기라는 결과. 거기다가 피 색으로 보니 걸린 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나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 아니고 치료하면 완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1차 접종하고 한 달 후에 2차 접종을 2회 해야 하는데 지금 상태를 보니 잘 치료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리는 우선 막가를 데리고 임보하기로 한 지인의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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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유기견을 위해 나선 적 있나요


새 집에서 막가에게 첫 끼를 챙겨주기 위해 짐을 풀어본 우리는 빼곡하게 무언가가 적혀있는 종이 한 장을 보게 되었다. 심장사상충을 허브로 치료한 것들을 보고 치료해보고자 정리해놓은 것이었다. 막가를 다시 유기하러 간다는 전 임보자의 SNS 반응은 정말 매서웠다. 이렇게 버릴 거라면 데려오지 말았어야 한다는 글들이 특히 많았다.

유기되어버린, 피부병 걸려 힘들어하던 지저분한 강아지를 그냥 모른 척했다면 어땠을까? 임보자는 돈을 들여 병원을 가거나 사료를 살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많은 이들에게 나쁜 말을 듣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책임지지 않을 거라면 데려오지 말라고. 그렇다면 임시보호를 해서라도 그 동물을 살리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 형편이 되지 않아 키울 수 없어도 데려와서 좋은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을 먹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 이 빼곡히 적힌 종이를 보면서도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비난을 하는 것은 너무나 쉽다. 하지만 비난받을 것을 알면서도 실행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매섭게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다.

"당신은 유기된 동물을 위해 무언가 해본 적이 있나요?"

막가는 유기되지 않았다


막가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1차 치료를 시작했다. 씩씩하게 잘 버텨준다면 막가는 완치되고 새로운 가족을 만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이, 처음 손을 내밀어 집으로 데려와 보살펴준 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 아닐까?

유기동물은 지금도 끊임없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길에서 생활하고 있는 유기되어버린 생명들에게 막가와 같은 운조차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 문제는 끊이지 않겠지만 계속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라도 더 나아지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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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사진 우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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