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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반려견 | 11화 아이들의 아픔…

  • 승인 2016-08-10 14: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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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반려견

11화 아이들의 아픔을 마주하는 자세

페이의 견생 중 입원 경험은 총 세 번이다. 그중 한 번은 중성화 수술이었고, 두 번은 많이 아파서였다. 언젠가 페이만 두고 외출한 적이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켄넬 위에 두었던 물티슈를 패키지까지 물어뜯어 놓았다. 종종 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페이는 저녁부터 아파하기 시작해 밤새도록 힘들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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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이 아플 때, 아이 엄마의 걱정


페이가 아팠던 당시에 너무 겁이 나서 24시 동물병원이 어디 있는지 검색해보고 일어서지 못하는 페이를 어떻게 옮겨야 하나 고민하는 와중에도 계속 들었던 생각은 어이없게도 병원비였다. 지금 가면 병원비 폭탄 맞을 텐데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 속물적인 생각을 하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많이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병원비가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 와중에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이내 잠들어 버렸는데, 반려동물에 무관심한 배우자와 함께 사는 것이 그토록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느꼈다. 하지만 남편과의 결혼도 페이와의 동거도 나의 선택이었으니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는 것이었다. 페이의 건강과 남편의 공존을 위해 내가 노력해야만 했다. 이처럼 급한 상황에서도 고민이 될 만큼 대형견의 병원비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가인데, 그럴 때마다 나는 페이 때문에라도 직장생활을 그만두지 않을 거라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곤 했다. 가인이까지 태어났으니 더 열심히 돈벌이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가인이가 태어나고선 아픔에 대한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는데, 페이로 인해 아기가 아프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었다. 피부가 울긋불긋 조금이라도 이상해지거나 기침을 할 때면 남편과 가족들은 페이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나 몰래 하는 듯했다. 그런데 나조차도 겉으론 태연한 척 절대 그럴 리 없다 했지만 속으론 '페이 때문인가, 페이 털 때문인가…' 라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없더라도 혹시나 나중에 알레르기가 생기면 어떡하나 하고,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페이 때문이 아닐 수도 있고, 또 페이를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나 또한 어쩔 수 없는 엄마인가 보다. 강아지를 키우는 것에 대해 다만 남들보다 걱정의 양이 적을 뿐 아기가 잘못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요즘엔 이런 걱정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직접적인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표현을 아끼지 않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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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쁨은 더 크다


얼마 전 가인이와 함께 애견까페에 들렀다가 가인이 또래의 남자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가인이처럼 개들을 정말 좋아하는 아이인가보다 생각하며 둘이서 신나게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아이가 간지러워 하며 목을 긁기 시작했다. 개와 접촉한 부분이 벌겋게 부풀어 올랐는데 알고 보니 개 알레르기가 있는데도 약까지 먹고선 개들과 함께 놀기 위해 엄마 아빠를 졸라 방문한 것이었다. 남자아이의 부모는 어린 둘째까지 있어 힘들어 보이는데도, 아들의 기쁨을 위해 밖에서 물끄러미 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누군가는 위험할 수 있다며 험담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아이의 부모님과 그 아이의 용기가 너무나도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며칠 전엔 업무 중 한 팀장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페이와 가인이가 한 집에 사는 걸 알게 되었다며 그분의 집에도 아이와 개가 함께 있다고 매우 반가워 하셨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분의 아이도 개 알레르기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가족 모두가 강아지를 너무나도 좋아해 피부병과 반려견에 대해 열심히 공부한 뒤 조그만 강아지를 데려왔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강아지와 함께한 뒤 알레르기 증상이 많이 완화되었고, 정말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선 마치 내 일처럼 매우 기뻤다. 내가 처한 상황에 공감을 할 수 있는 이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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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러보니 반려견에 대한 사랑의 크기가 나보다 훨씬 큰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상황이 어려워도 나름의 방식으로 견디며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나의 걱정들도 많이 줄었다. 가인이가 얼마 전 걸린 두드러기도, 두 번째 걸린 수족구에도 페이가 원인은 아니지 않느냐며 스스로 위안했다. 아무런 죄 없는 페이에게 책임을 돌릴 뻔 했던 것에 너무 미안했다. 페이와 함께하며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들 모두 내가 선택한 것들인데, 괜히 엉뚱하게 페이에게 책임을 돌리려 했던 내가 참 바보 같았다.

그리고 페이가 있고 없고를 떠나 가인이가 건강하게 커주길 바라는 마음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아이의 면역력과 건강을 위해서 사소한 걱정을 하는 것보다 다른 방법으로 건강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페이 또한 이제는 더 이상 입원하는 일 없이 남은 생 편안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투적이지만 가장 옳은 말! 아이들이 건강하게만 지내 주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인생 최대의 행복이리라.

CREDIT

글·사진 정맑은 (http://blog.naver.com/clear8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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