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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람은 분명 따뜻할 거야 제주게스트…

  • 승인 2016-06-20 10: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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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람은 분명 따뜻할 거야

제주게스트하우스
‘바람이 불어오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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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여주는 세상이 온 우주인 줄 아는 우리 강아지에게 황홀한 제주 바다와 드넓은 오름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곳에서 신나게 뛰노는 모습을 떠올리니 당장 떠나고 싶어졌다. 하지만 훌쩍 떠나 발길 닿는 대로 여행의 낭만을 즐기기엔 세상이 우리 작은 꼬마 여행객에게 그리 너그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완벽한 계획을 세워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강아지도 동반 가능하다는 게스트하우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우리의 여행 계획을 완성시켜 주었다. 잘 곳도 구했으니 이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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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할 줄 알았는데…

쭈뼛쭈뼛 어색하게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서자 환한 미소의 부부가 맞아준다. 마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인 것처럼 반겨주는 포근한 인사에 긴장됐던 여행의 피로가 풀린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4인실의 도미토리룸과 2인실로 나누어져 있다. 사실 게스트하우스는 주로 배낭여행족이나 나홀로 여행객이 경제적인 장점 때문에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한 채 찾는 곳으로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고 하니 청결함에 대해서는 충분히 너그러워질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들어선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 이래도 되나 싶다. 고집스러울 만큼 깔끔한 청소 상태와 갓 교체된 깨끗한 침구, 그리고 각 방마다 준비된 개별욕실까지. 마땅히 감수하려 했던 불편함의 여지를 내어주지 않는다. 잘 꾸며진 카페테리아에서는 제공되는 근사한 조식도 놓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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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강아지가 있는걸요

반려견 동반이 허락되는 것이 의아했다. 객실이 이 정도로 깔끔하게 유지되려면 강아지 동반 허가가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터. 그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게스트하우스에서도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니 손님들이 강아지와 함께 오는 것이 문제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만 안전상의 문제로 하루에 한 마리, 7kg미만인 친구만 가능하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있다는 이야기에 2층에 있는 강아지 제주와 고양이 단풍이를 소개받기로 했다. 혹시 개나 고양이를 싫어하는 손님이 방문했다가 불편할까 염려되어 홈페이지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제주와 단풍이 사진을 올려놓았다.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아이들이다. 손님들의 사랑도 많이 받고 경쟁하듯 예쁜 짓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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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아이가 맺어준 인연

“제주도에서 태어나서 이름이 제주인가요?”
가벼운 호기심으로 물었다가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제주라는 이름은 태어난 곳의 이름을 딴 것이 아니라 발견된 곳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제주와 단풍이 모두 보호소 출신이다.

4년 전, 병원에서 생긴 불의의 사고로 쉬라즈라는 이름을 가졌던 예쁜 아이를 먼저 떠나보냈다고 한다. 그때의 상처 때문에 의식적으로 강아지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고. 그러다 몇 년이 지난 후 ‘제주동물친구들’이라는 단체를 알게 되었고 단체를 통해 알게 된 제주와 단풍이의 입양을 고민하게 됐다. 제주는 너무 예쁜 아이였지만 떠나버린 라즈와 똑같이 닮은 외모 때문에 주저했다.

제주를 볼 때마다 라즈가 생각나고, 제주가 아닌 라즈로 보게 될까봐 포기하려 하자 운영자님이 이렇게 말씀해주셨다고 한다. “그 아이가 맺어준 인연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결정적인 한 마디와 제주의 눈망울, 그렇게 제주와 가족이 되었다.

개와 고양이의 동거도 신기했다. 사실 처음부터 제주와 단풍이가 잘 지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단풍이는 방 안에, 제주는 2층 복도나 테라스에서 서로를 지켜보게 하고 조금씩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다보니 이제는 친한 친구이자 가족이 되었다. 제주는 단풍이와 속도를 맞춰 걷는 걸 배우고, 단풍이는 제주를 살살 때리는 법을 배웠다. 함께 장난치며 노는 모습을 보면 힐링이 따로 없다.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왜 버렸을까요?”
“이 아이들이 문제가 있거나 버려질 이유가 있어서 버려지는 게 아니에요. 그 어떤 아이도 버려질 이유는 없어요.”

따뜻한 감동이 전해진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CREDIT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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