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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반려견 10화 개 친구가 아닌,…

  • 승인 2016-06-20 10: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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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반려견

10화 개 친구가 아닌, 사람 친구 사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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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인이의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한 가지 주의사항을 전달받았다. “강아지와 함께 자라는 것은 가인이의 정서에 매우 좋은 일이지만 아이의 사회성을 위해서라면 강아지로는 부족합니다. 가인이는 또래 친구들과 노는 방법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또래와 어울려 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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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처 생각지 못했을까


생각지도 못했던 상담 결과였기에 눈물이 찔끔 날 만큼 가슴이 아팠다. 페이와 잘 지내는 가인이기에 당연히 친구들과도 잘 지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두 달 동안 사회와 부딪치며 시간을 보낸 가인이는 모자란 점이 많았나 보다. 모든 게 엄마, 아빠의 잘못인 것만 같아 우리 부부는 놀란 마음을 다스리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페이 어릴 적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사람과 친근한 개들이라도 동종간의 유대관계는 그와 비교할 수 없는 또 다른 일일 것이다. 페이가 어렸을 적 나는 페이의 친구들과 자주 여행, 산책을 하며 개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해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페이의 사회성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친구들과 노는 법을 터득한 페이는 단 한 번도 다른 개 친구들에게 으르렁거린 적도, 위협을 가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페이의 타고난 성향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아무리 가인이 곁을 페이가 지켜주고 있다고 해도 페이와는 분명히 다른 감정과 정서를 지닌 아이인데, 왜 가인이에게 친구 만들어 주는 것을 게으르게 생각했을까? 어린이집만 가게 되면 저절로 친구가 생겨서 다 해결되리라 생각했던 내 판단이 잘못된 것임을 잘 알게 되었다.

가정에서 노력하지 않으면 어린이집에서도 결과는 좋지 않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가인이에게 친구 만들어 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더불어 페이에게도 사람 친구가 아닌 개 친구들을 만나 놀 수 있게 하기로 했다. 두 아이들 모두에게 친구를 지속적으로 만나게 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블로그 이웃으로 만난 ‘태양이네’를 떠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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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네 집에 놀러가자


경남 거창 어느 시골마을에는 가인이와 동갑인 아인이와 래브라도 리트리버 태양, 도담이가 살고 있다. 태양광 사업을 위해 어쩌다 시골 생활을 하게 된 아인 엄마, 아빠는 한적한 시골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최고의 에너제틱 아이들 셋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가끔 그들의 생활을 엿보던 나는 그곳에 가면 모든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즐겁게 뛰어 놀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아인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흔쾌히 수락해주어 방문하게 되었다.

반려견이 목줄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드넓은 공간의 가장자리에 펜스를 둘러놓았고, 얼마 전엔 아이들이 마음껏 수영할 수 있도록 수영장도 만들어 놨기에 가인이와 페이가 친구들과 함께 놀기에는 최적의 공간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반겨주는 아인이와는 다르게 가인이는 낯을 가리며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해 다시 한 번 더 마음을 아프게 했는데, 급하지 않게 시간을 두고 가인이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주기로 했다. 반면 페이는 도착하자마자 뛰어다니랴 물놀이하랴 친구들과 놀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릴 적엔 하루 종일 미친개처럼 뛰어 다니며 도통 지치지 않던 페이가 이번엔 태양, 도담이의 에너지에 밀려 얌전하다는 소리까지 들었으니, 참 신기한 일이었다. 시골 개의 체력을 따라갈 순 없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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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의 미학을 배우는 첫 걸음


가인이와 아인이는 어느덧 서로 손을 잡고 거닐기도 했고,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사이에 두고 서로 가지겠다며 투닥거리기도 하면서 1박 2일을 보냈다. 큰 개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두 아이들은 수영하며 몰려다니는 개 친구들 옆에서 자기들도 물에 들어가 보겠다고 떼를 써 아빠들을 곤란케 하기도 했다. 근처 염소가 있는 곳으로 놀러 가서는 염소똥도 밟아 보았고, 새끼염소들을 보고서 우리 안에서 나가지 않겠다며 울기도 했다. 태양이는 예민한 어미염소에게 짖다가 한 방 맞았고, 페이는 염소가 무서워 움찔움찔 피해 다니기 바빴다. 그럼에도 재미난지 연신 이리저리 구경하고 뛰어다니는 아이들. 내내 신나고 즐겁게 노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가인이에게는 1박 2일로는 많이 모자랐나 보다. 아인이에게 마음을 완벽히 열지 않은 가인이 때문에 우리는 다시 방문할 것을 약속했다. 그동안 또 다른 또래 친구들을 만나 재미있게 노는 법을 조금 더 배워 아인이를 만나러 갈 수 있도록 도와줄 예정이다. 페이 또한 태양, 도담이와 더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한창 때의 체력으로 돌아갈 만큼 열심히 건강관리를 해 주어야겠다. 다음 번에 왔을 땐 다섯이서 물놀이도 할 수 있는 계절이 되어 있겠지.

기대된다. 한 뼘 자란 아이들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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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놀러 온 친구를 친절히 맞아준 아인이와 태양, 도담이, 그리고 한적한 시골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신 아인엄마, 아빠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CREDIT
글·사진 정맑은 (http://blog.naver.com/clear8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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