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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안락사는 원치 않았지? 오래오래동…

  • 승인 2016-06-13 13: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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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안락사는 원치 않았지?
오래오래동물병원 ‘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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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의 마스코트가 되어 밝게 지내고 있는 강아지들은 어쩌다 병원에서 지내게 되었을까? 동물병원에는 검사나 치료를 받으러 오는 아이들 말고도, 보호자는 없고 사연은 많은 아이들도 여럿 거쳐 간다. 오래오래동물병원의 이종복 원장은 오랜 경험 동안 익숙해질 법도 한 수많은 사연들이 여전히 일일이 안타깝다.


상자 안의 참혹한 강아지

강아지가 들어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상자 하나를 들고 온 보호자는 병원에 상자를 내려놓으며,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자그마한 말티즈 한 마리가 힘없이 누워 있었다. 강아지의 상태를 보고 병원 식구들이 모두 놀란 건 다름 아닌 눈에 잔뜩 생겨 있는 구더기들 때문이었다. 그때를 회상하면, 한마디로 처참한 상황이었다. 실내에서 지내야 하는 말티즈 강아지를 옥상에서 키우며 잘 돌보지 않은 탓에 눈은 눈대로 심각했고, 심장사상충에 심장병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보호자는 애가 비쩍 마르고 밥도 안 먹는다며 안락사를 요청해온 것이다. 말티즈 강아지는 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누워서 숨만 쌕쌕 쉬었다.

경험상 이렇게 버려지듯 처참한 상태가 되는 아이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이 정도 심각한 건 사실 보기 드문 사례였죠. 일단 여기는 병원이니까, 치료를 시작했어요.”

병원에서 구더기가 끓는 눈 한쪽을 아예 제거해야 했고, 그러고도 몸 상태를 회복하는 데에는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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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강아지가 되었다


당시 중성화도 안 한 상태라 영역을 지키려는 욕구도 강하고, 나름대로 까탈스러운 성격 탓에 병원에 들어오는 보호자들을 경계하다 보니 병원 마스코트 강아지로서의 자격요건은 좀 부족한게 사실이지만, 자주 오는 분들은 르르의 안부를 물을 정도로 지금은 오래오래동물병원의 어엿한 한 식구가 됐다.

치료가 되었다고 해도 눈 한쪽이 없고, 평생 심장병 약을 먹어야 하며, 치아 상태가 나빠 발치를 많이 해서 항상 혀를 날름 내밀고 있는 르르. 새로 입양을 가기도 힘든 상황이라 회의를 통해 결국 병원에서 키우기로 결정했다. 원래 이름이 있었지만 병원에서 새로 ‘르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몸집은 조그마한 녀석이 표현은 분명해서, 남자나 머리 짧은 여자를 보면 으르르르 거부감을 보이는 탓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아무래도 전 보호자와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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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수도 있었는데

사실 이렇듯 아이가 아플 때 안락사를 요청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하지만 정말 치료가 잘 될 확률이 높은데, 포기해야 할 때가 아닌데 여러 가지 이유로 안락사를 원하는 경우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물론 경험이나 가치관에 따라 같은 상황에서도 각자 다른 결정을 하게 되는 법이지만,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해야만 할 것이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늘 딜레마가 생기죠. 병원에서도 모든 가엾은 동물을 다 거둘 수는 없는 노릇이고요. 하지만 보호자를 미워할지언정 강아지가 무슨 죄가 있겠어요. 일단 하는 데까지는 해보자, 싶었죠. 근데 르르가 스스로 이겨낸 거나 마찬가지예요. 우린 치료를 하고, 르르는 잘 먹고 살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그걸 지켜보면서 살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고요.”

보호자가 안락사를 요청했고, 또 실제로 상태가 심각했기 때문에 포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보호자도 포기한 강아지를 치료한 건 르르가 보여준 의지 때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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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키워주세요

르르는 그래도 운이 좋았다. 하지만 더 이상 운이 필요한 동물들이 생기지 않기를, 다들 제자리에서 당연한 듯 평범한 견생을 누리기를, 당연한 듯 무거운 바람을 또 한 번 품어본다.

“아직 별 생각 없이 동물을 입양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저희가 보호자 분들을 만나다 보면 건강 부분뿐 아니라 이 아이를 가족의 일환으로서 책임지셔야 한다, 버리시면 안 된다는 것들도 잔소리를 하죠(웃음).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전반적인 과정에 대해서, 정책적이든 의식적이든 반드시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르르 같은 경우가 생기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의 의식이 중요하다고 이종복 원장이 강조했다. 대학병원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두 원장이 운영하는 오래오래동물병원은 치료를 비롯해 보호자에게 충분한 상담을 통한 좋은 가이드가 되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다른 만큼 대형견과 소형견도 다르다는 것, 거기에서도 각각의 건강과 환경에 주의를 기울이는 등 사소한 것에서부터 경험과 연륜이 녹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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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지유

사진 박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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