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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시바견 코타츠

  • 승인 2016-04-01 15: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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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생2막

빛나는 시바견

코타츠

최근에 일본의 한 시바견 브리더가 한국으로는 더 이상 시바견을 분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으로 보내는 강아지들은 잠정적인 유기견이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시바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유기견이 되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현실. SNS에서 수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인기견 코타츠도, 실은 두 번의 파양을 겪었다. 그런 과거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밝은 표정을 지은 채 통통 튀듯이 걷는 코타츠는, 어떤 시간을 흘려보내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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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키울 수 없대요

한국인 아내 최경미 씨와 일본인 남편 타니후지 타츠야 씨는 국제부부다. 결혼 후 남편이 어릴 때부터 키우고 싶어 했던 로망의 강아지, 시바견을 입양할 요량으로 틈틈이 웹사이트를 둘러보곤 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아기 강아지를 찾아볼 생각이었다. 몇몇 아이들의 사진을 넘겨보면서 매번 ‘귀엽네, 예쁘다’ 하고 말았던 두 사람의 마음이 가닿은 건 의외로 1년 정도 된, 파양을 앞둔 성견이었다. 원래 1년 동안을 키웠던 대학생이 졸업하며 고향 집으로 돌아가는데, 부모님이 너무 반대해서 더 이상 키울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심코 클릭한 글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강아지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마 원래 견주와의 마지막 산책이었을 외출에서, 헤어질 걸 아는지 모르는지 반짝이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뭔가 끌리는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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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을 취해봤지만 이미 일주일 정도 전에 올라온 글이라 이미 다른 집으로 입양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우리와 인연이 아닌가보다… 아쉬운 마음을 접으려는데, 얼마 뒤 다시 연락이 왔다. 입양을 간 집에서 원래 있던 강아지와 잘 적응하지 못해 다시 파양이 결정되었다는 것이었다. 키우시겠냐는 물음에 재빨리 응하고 진주에서 대전으로 강아지를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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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지낼 수 있을까

이미 성견이라 새로운 가족과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했다. 보는 것과 키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터라, 시바견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털 빠짐이 엄청나다는 것이었다. 또 주인이 불러도 잘 오지 않는 독립적인 성격이라는 이야기도 마음에 걸렸다. 1년 동안 같이 지냈던 주인과 헤어지고, 두 번이나 환경이 바뀐 상황인데 우리를 잘 따라주긴 할까… 강아지를 만나러 가는 길에 오만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사진으로만 봤던, 그리고 뭔가 운명적인 끌림을 느꼈던 그 강아지를 실제로 마주하는 순간 마음이 벅찼다. 코타츠라는 이름을 붙이고, 가족으로서의 첫 걸음을 내딛기로 했다. 물론 모든 게 쉽지는 않았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예민해진 코타츠는 거의 3개월 가까이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다. 아마도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상처받았을 것이다. 살포시 잠이 들었다가도, 잘 자고 있는지 들여다보면 으르렁거리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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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완벽해진 우리

더 어릴 때 만났으면 좋았을 걸,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코타츠의 존재가 너무나 소중한 만큼 함께 못 보낸 1년의 시간이 아까워서다. 처음 만난 날 이후, 마음을 열기 위해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했다. 아낌없이 칭찬하고 매일 산책하며 끊임없이 사랑했다. 지금은 각종 훈련도 문제없이 척척 해내며, 고양이 같은 은근한 밀당의 매력도 보여준다.

사실 한국에서는 비교적 흔하지 않은 견종인 만큼 공부도 필요했다. 국제부부답게 시바견을 키우는 일본의 반려인들과도 소통하며 정보를 주고받았다. 활동량이 많은 견종이라 하루에 최소한 한 번은 꼭 산책이 필요하고, 엄청난 털빠짐으로 청소가 소홀해지면 집안이 엉망이 되기도 한다. 고집이 세고 독립심이 강해서 반려견에게 기대하는 만큼의 애교와 붙임성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키울 수 있는지, 시바견을 입양하기 전에는 고민과 각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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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 시간이 쌓이면서 지금은 우리를 신뢰하고 사랑해주는 마음을 느껴요. 우리가 주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받고 있죠. 어린 시절 1년을 놓친 만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어요. 사람과 강아지의 시간은 속도가 다르니까, 우리에게 한 시간이 코타츠에겐 6, 7시간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코타츠와의 매일을 사진으로 남겨 SNS에 올리고 있다. 시간의 기록이 쌓일수록 코타츠는 점점 더 반짝이는 에너지를 쏟아낸다. 마치 처음부터 사랑받기만 한 것처럼, 안타까운 과거 같은 건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INFO
코타츠 인스타그램 @kotatsu0531


CREDIT
지유
사진 박민성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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