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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족이 된다

  • 승인 2016-02-04 11: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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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더 키울 생각은 없었다. 유기견이었던 까망이를 입양한 민형 씨는 17년 간 키운 민이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평소 유기견에게도 관심이 있었지만, 입양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우연히 동물자유연대 블로그에서 까망이를 발견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평생 흉터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강아지였다. 민형 씨는 까망이의 사진을 보자마자 입양을 결심했고, 주말에 까망이를 만나러 갔다. 까망이는 민형 씨를 보자마자 품에 쏙 안겼다.

평소 사람을 몹시 경계하던 아이였다. 그렇게 그들은 가족이 되었다.

금교희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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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널 그렇게 만들었니


까망이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발견됐다. 맑은 눈망울과 쫑긋한 귀를 지닌, 슈나우저 중에서도 예쁜 얼굴의 아이였다. 하지만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까망이의 작은 입에는 노끈이 칭칭 감겨있었다. 어찌나 세게 묶었던지 노끈이 살을 파고 들어가 피딱지가 생긴 상태였다. 까망이를 구조했던 분은 집에 나이 든 강아지가 있어 입양이 어렵다며 동물자유연대에 찾아왔다. 까망이의 치료를 시작했지만 흉터가 남은 자리엔 평생 털이 자라지 않을 거라고 했다. 민형 씨는 그 대목을 읽고 마음이 아팠다. 대체 이 작은 강아지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입을 꽁꽁 묶어 내다 버린 걸까?


입양 신청을 한 뒤 주말에 동물자유연대를 방문했을 때까지도, 유기견이다 보니 사람을 경계하진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넣어두라는 듯, 까망이는 민형 씨의 품에 망설임 없이 꼭 안겼다. 원래 까망이는 학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람을 경계했다고 한다. 민형 씨만 특별 대우를 해줄 만큼 뭔가 느꼈던 걸까? 민형 씨 집에 놀러온 친구들에게도 대우가 박해, 잘 놀러올 수도 없었다. 까망이를 위한 입양 파티를 해주고 싶었지만 집으로 온 까망이는 밥도 먹지 않고 계속 구토를 했다. 원인은 동물 보호소에서 옮았던 전염병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그 시기, 그 보호소에 있던 모든 아이들이 같은 증세를 보였다. 결국 까망이의 입양 파티는 해주지 못했지만, 치료 끝에 건강하게 나아 민형 씨의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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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아물면 새살이 돋아난다


처음엔 입에 난 상처를 만지지도 못하게 했다. 만지면 무언가 생각나는 듯, 화들짝 놀라곤 했다. 민형 씨는 요즘도 가끔 까망이의 옛날 사진을 찾아본다. 포털 사이트에 ‘까망이’를 검색하면 구조 당시 까망이의 이야기를 담은 동물자유연대 블로그 글이 나온다. 민형 씨는 당시 모습을 ‘처참한 몰골’이라고 묘사했다. 그 사진을 보고 있으면 울컥하기도 한다. 그때의 까망이는 겨우 1살. 다른 반려인을 만났다면 신나게 산책을 다니고, 예쁨을 받으며 행복하게 지냈을 나이다. 차라리 그냥 신경을 쓰지 말지, 왜 그렇게 괴롭혀야 했을까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지금은 흉터를 아무리 만져도 그런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민형 씨는 까망이의 아팠던 기억을 행복한 시간으로 덮어주고 있었다.


“아직도 그 부분에 털이 나지 않는 걸 보면 마음이 아파요. 수염이 길 때는 잘 안 보이는데, 수염을 깎고 나면 흉터가 드러나거든요. 그래도 아무렇지 않게 쓰다듬어 주고, 너무 마음 아파하거나 미안해하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잘 해주면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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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빨리 만났으면 좋았을 걸


까망이는 누구보다 활달한 강아지다. 17살 노령견인 민이 언니는 그런 까망이가 귀찮기만 하다. 둘에게 똑같이 생긴 집을 사주고 똑같은 음식을 주지만, 까망이는 늘 민이 언니가 앉았던 자리에 앉고 싶어 한다. 둘은 성격도 달라서, 민형 씨가 작업을 하고 있으면 민이는 작업물을 피해서 조심스럽게 민형 씨에게 온다. 그러나 까망이는 직진이다. ‘저 좀 예뻐해 주세요’ 하며 작업물을 밟고 돌진하는 아이다. 물론 둘 모두 민형 씨에게는 소중한 아이들이지만, 까망이에게 마음이 더 가는 것이 사실이다. 왠지 까망이에겐 더 예쁜 걸 해줘야 할 것 같고, 더 좋은 걸 먹여야 할 것 같다. 외출하더라도 까망이는 꼭 데리고 나가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 주변에선 민이 좀 챙겨주라지만,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민이는 제가 어릴 때부터 관리해줘서, 나이에 비해 굉장히 건강한 편이에요. 물론 노환이 오고 있지만 이빨 같은 건 굉장히 튼튼해요. 그런데 까망이는 방치되어 있어서인지, 원래 이빨이 하얘야 하는 나이인데 치석이 끼고 그래요. 발톱 사이사이에 생긴 만성 습진도 낫질 않고요. 이런 부분이 까망이에게 더 마음 쓰이게 하는 것 같아요. 더 어렸을 때 돌봐줬으면 좋았을 걸 싶기도 하고요.”

까망이는 심한 분리불안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까망이의 분리불안이 시작되면, 민형 씨나 남편 중 한 명은 회사를 조퇴하고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아파트에서 민원이 들어온 것도 여러 번. 민형 씨는 직접 핸드메이드 비누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사과를 하러 다니기도 했다. 분리불안 증상은 약 3~4개월일 때 치료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민형 씨는 심한 분리불안을 해결하지 못한 예전 주인이 까망이를 내다 버린 건 아닐까 싶다.


어렸을 때 해결해주면 좋았을 문제들이 빠끔히 고개를 들 때, 민형 씨는 시기를 놓친 게 안타깝다. 조금 더 빨리 만났으면 좋았을 걸, 그럼 아마 흉터도 남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괜찮다. 이제라도 서로를 만났으니까. 우리에게는 대신 남은 시간들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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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없어선 안 될 존재


민형 씨에게 ‘까망이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을 물었더니, ‘까망이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상상조차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도 이렇게 예쁜데, 아기 땐 얼마나 더 예뻤을까요?”


민형 씨는 유기견 입양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강아지에게도 좋지만, 자신에게도 즐겁고 행복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유기되었던 아이다 보니 입양 전 고민해야 할 사항도 많다. 비용적인 부분, 건강상의 문제, 그리고 평생 함께할 수 있는지. 하지만 입양 전 그런 고민을 진지하게 해보는 것은 앞으로의 동거에 큰 도움이 된다.


우연히 읽게 된 유기견의 사연을 통해 가족이 된 민형 씨와 까망이처럼, 인연은 언제든 찾아온다. 너무 부담가지지 않고 마음의 빗장을 풀어둔다면, 새로운 가족이 찾아와 문을 두드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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