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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데는 보지 마, 터프한 사랑법

  • 승인 2016-02-04 11: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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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데는 보지 마, 터프한 사랑법
중식이 밴드와 불테리어

지유 사진 박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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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 7’에서 친근한 비주얼(!)과 청춘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선보였던 중식이 밴드의 보컬 ‘중식이’의 반려견은 불테리어 두 마리다. 투박한 듯한 외모가 닮았고, 에너지가 폭발하는 듯 혹은 만사 귀찮은 듯 알 수 없는 반전 성격도 어쩐지 닮은 것 같다. 오디션 프로에 참여하던 두 달 동안 집에 있는 두 마리 강아지 춘배와 대구가 너무 보고 싶었다는 그는 오늘도 무거운 몸을 일으켜 숙제 같은 산책을 나선다. 귀찮지만, 강아지가 주는 힐링 게이지가 그렇게 채워진다.

이름이나 색깔이 독특해요, 중식이 밴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사실 계획적인 것보다 되는 대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저는 노래만 만들고 있다가, 드럼 치는 형이 노래 듣고 뭉쳐보자 해서 밴드를 하게 됐죠. 주로 경험이나 생활에서 소재를 얻다 보니 음악에 공감을 많이 해주신 것 같아요. ‘슈퍼스타K 7’ 이후로는 여전히 참치 가게에서 일하고, 공연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오디션 프로 후 ‘강아지 보러 가고 싶다’는 소감을 남기셨죠?
음, 사실… 술 마시러 가고 싶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웃음). 그리고 그때 강아지들이 엄청 보고 싶기도 했어요. 걱정도 많이 됐고요. 불테리어 두 마리 중 춘배는 엄마에게, 대구는 여자친구에게 맡기고 왔는데 애들이 힘이 세다 보니 케어하기도 힘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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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만에 만나니 어땠나요?
대구가 그사이에 성격이 엄청 밝아졌더라고요. 이렇게 변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춘배는 아기 때부터 제가 키우고 있었고 대구는 데려온 지 1년 정도 됐는데, 원래 성격이 굉장히 우울했어요.

대구는 어떻게 함께하게 되셨어요?
레이지본이라는 밴드의 형이 키우고 있었는데, 지하에서 같이 지내는 게 힘들어 보여서 제가 데려오게 됐어요. 춘배랑 같은 종이니까 친구로 지내기에도 좋을 것 같았고요. 근데 애가 외로워 보이고, 예쁨 받는 걸 좀 포기한 것 같았달까? 그래서 씁쓸했거든요. 충분히 멋있고 밝을 수 있는 아이인데. 근데 제가 방송 나가는 동안 여자친구랑 둘이 지내면서, 오히려 사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나 봐요. 요즘엔 몸을 뒤집으면서 ‘나를 귀여워해라’ 오오라를 풍기고 그래요.

대구를 만나기 전 첫 강아지는 춘배였군요.
춘배는 정말 운명처럼 만났어요. 그냥 어느 날 저에게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처음 강아지를 키우기로 결심하게 된 건가요?
제가 원래 밴드와 일을 병행하다 보니 주말도 없고 사실 힘들었어요, 너무 바쁘고. 뭔가 힐링을 주고, 쉬는 시간을 줄 수 있는 존재가 강아지가 될 것 같았어요. 그러다 하루는 별 생각 없이 강아지를 보러 가볼까, 싶어서 돌아봤는데 웬 쥐인가 염소인가 싶은 개가 있는 거예요. 그때는 불테리어 종도 잘 몰랐거든요. 눈이 마주쳤다가 제가 다른 강아지한테 눈길을 돌리려고 했더니 ‘왕!’ 하고 짖었어요. 마치 한눈팔지 말라는 것처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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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아, 얘구나’ 느낌이 오던가요?
일단 나가서 다른 곳도 둘러보고 집에 그냥 가려고 했는데, 마지막으로 얘가 다시 생각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마음이 급해져서 막 뛰어갔어요. 그리고는,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전 재산 털어서 춘배를 데리고 나왔더니 통장에 3만원 남더라고요.

처음에 춘배를 만났을 땐 불테리어에 대해 잘 모르셨던 상황인데, 같이 지내보니 어때요?
애들이 에너지가 넘치기는 해요. 어떻게든 하루에 한 번은 꼭 산책을 시켜야 하거든요. 안 그러면 집이 난장판이 되니, 이게 항상 마음속에 숙제처럼 남아 있죠. 그래도 막상 나가면 애들도 신나하고 저도 좋아요. 제가 알아봤는데, 전쟁 갔다가 온 부상병들에게 불테리어를 지급했대요. 사랑 표현이 넘치는 애들이에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터프해 보이는 아이들인데, 애정 표현은 어떻게?
일단 집에 오면 ‘반가워’를 굉장히 격렬하게 해주죠. 그리고 제가 ‘아빠 간다!’ 하고 숨으면 막 찾기 시작해요. 특히 춘배가 질투가 많아서, 대구를 한 번 안아주기라도 하면 난리가 나요. 산책할 때도 제가 숨으면 대구를 억지로 끌고 저를 찾으러 오고요. 거짓말도 못해서, 사고 쳤을 때 누가 그랬냐고 물어보면 당당한 애는 ‘난 아닙니다’ 하고 있고, 범인은 이미 표정이 주눅 들어 있죠. 아, 예전에 산책할 땐 초록불인데 어떤 차가 돌진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어요. 큰일 날 뻔해서 아저씨한테 막 화를 냈더니 애들도 같이 왕왕 짖는 거예요. 제가 화내니까 옆에서 도와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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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들과 거의 대화하는 느낌인 것 같아요(웃음).
요샌 거의 삶이 개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에요. 강아지를 키우고 나서 제 생활도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요?
사실 슈스케 끝나고 생활도 어느 정도 변하고, 예민해진 것도 있어서 여자친구랑도 자주 싸웠어요. 근데 춘배가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럴 때면 의기소침해지고 장난감을 들고 오기도 하고 그러는 거예요. 보는 데서 싸우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또 생활에 절제하는 부분도 있어요. 몇 시쯤 되면 애들 밥 줘야 된다는 생각이 들고, 책임질 대상이 있다는 게 느껴지죠.

방송 후에 좋은 점도 있지만, 힘든 점도 있나 봐요.
약간 마음이 무거운 것도 있어요. 뭔가 해야 하는데, 하고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학교 갔다가 땡땡이치면 좀 마음이 편한데 아예 안 가면 불편한, 그런 마음?(웃음) 사실 사람들은 사람 때문에 힘든 게 많잖아요, 오히려 어떨 땐 말 못하는 강아지들이 편한 것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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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강아지가 주는 힐링은 어떤 걸까요?
원래 제가 몸을 쓰면서 막일할 때 엄청 혼나고 그랬어요. 그렇잖아요, 좀 거칠게 대해야 말을 듣는다는 생각들이 있거든요. 너무 힘들어서 저희 노래 중에 ‘죽어버려라’라는 노래를 만들 정도로. 그렇게 힘들게 먹고 살며 지내는데, 사실 사람은 저뿐만 아니라 다 위로받고 존중받고 싶잖아요. 하지만 강아지들은 무조건 날아와서 반가워해주고, 내가 몸이 더럽든 손이 까맣든 와서 안아주고. 그 무조건적인 게 힘이 많이 됐어요.

반려견과 함께, 그리고 밴드로서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참치 가게 사장님하고 얘기하고 있는데, 앞으로 애견 놀이터나 수영장 같은 펫타운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음악도 계속 하고, 그리고 차타고 춘배랑 대구랑 많이 놀러 다니고 싶네요. 언젠가는 떠나보낸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 전에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다 누리게 해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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