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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반려견

  • 승인 2015-12-14 11: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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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반려견
7화 두 개의 세계, 닮아가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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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말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자주한다. 그렇다면 말을 할 줄 모르는 큰 개 페이와,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 가인이는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다. 두 아이들은 표정, 눈빛, 행동만으로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글?사진 정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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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알아, 가족이니까

전혀 다른 두 존재지만 말(?)이 통하는 가인이와 페이. 가끔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바라볼 때면 재미있고도 신기하다. 항상 둘의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다. 언제나 페이와 함께 놀고 싶어 하는 가인이와 달리, 페이는 가인이를 데면데면하게 대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둘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이다. 그러면서 즐겁고 신나고, 때론 화나고 슬픈 마음까지 공유하며 지낸다.


이제 제법 혼자 중얼중얼 얘기할 줄 아는 가인이는 알 수 없는 말들로 모든 사물과 사람, 그리고 페이와 대화하려 시도한다. 다른 말은 서툴러도 ‘페이야~’는 야무지게 말하는 가인이가 가장 좋아하는 건 페이와 스킨십하며 노는 것이다. 사실 가인이가 신생아였을 때 아기에게 별 관심이 없었던 페이는 아기의 과도한 스킨십을 괴롭힘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페이도 가인이의 넘치는 사랑을 알아차렸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달라졌다. 가인이를 처음 만났을 때 따라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페이가 이제는 가인이를 가족으로 인정하고 함께 지내야 하는 동반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루 종일 곁에서 뒹굴뒹굴하는 가인이 덕분에 피곤할 법도 하건만, 요즘에는 온몸을 내어줄 정도로 가인이의 사랑을 받아준다. 가끔 페이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며 휴식을 취하게 해줘야 할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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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용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나?

맛있는 간식을 좋아하며, 물놀이가 최고로 좋은 페이와 가인이는 참 많이 닮았다. 둘이서 잘 놀다가도 누군가 나에게 오면 나를 차지하기 위한 자리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한 아이를 예뻐하면 한 아이가 질투를 하는데, 페이가 더 심해 야단을 칠 때도 있다. 꼭 둘째를 질투하는 큰 아이 같달까. 그럼에도 간식을 먹을 때는 최고로 친한 사이가 되고, 물을 보면 너나할 것 없이 뛰어들기부터 하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다.


게다가 두 아이들은 사고를 치는 스케일도, 하는 짓도 참 비슷하다. 꼭 볼일 보는 화장실까지 따라와 참견을 해야 하는 껌딱지 같은 아이들. 잠깐 한눈 판 사이에 그림 그리던 크레용을 함께 나누어 먹는 것까지도 똑같다. 가인이가 두루마리 휴지 한 통을 다 뜯어놓거나, 페이의 물그릇으로 물장난을 칠 때면 가끔 페이의 어릴 적 모습이 생각난다. 사람이고 동물이고 아기들이 하는 행동은 어쩜 저리 똑같을까 하며 말이다.


그런데 같은 일을 저질렀던 두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참 달랐다. 가인이에게는 모든 것을 허용하고 포용했던 반면 페이에게는 좀 더 엄격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페이도 천방지축 어린 시절이었고 아기라서 당연한 것이었을 텐데, 페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곤 한다. 이렇게 가인이와 페이의 모습들에서 나 또한 하나씩 깨우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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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지켜봐주는 것

최근에는 가인이가 페이와 뒹구는 시간이 너무 많이 늘었다. 페이의 짧고 억센 털이 가인이를 콕콕 찔러 아프게 할까봐 걱정이 되어 그런 시간을 줄여보려 했는데, 이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가인이는 페이 켄넬을 제 집인 양 들락거리고, 간식을 먹어도 페이부터 챙기며, 거실에서 뒹굴거릴 때도 페이와 함께하고 싶어 하는 일편단심 ‘페이 사랑’ 아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가인이나 페이가 힘들어하거나 아파하지만 않는다면 내가 나서서 그들의 사이를 방해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신 털이 가인이를 아프게 하지 않도록 청소도 자주 하고 빨래도 꼼꼼히 하는 것이 내 몫이겠지.


페이와 함께 하면서 어려운 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어쩌면 좋은 점보다 힘든 점이 더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형제, 자매가 없는 가인이에게 이렇게 멋진 친구가 되어주는 페이 덕분에 그 어떤 어려운 것들에도 견딜 수 있는 힘이 나는 것 같다. 내 딸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주는 페이. 그녀에게 나 또한 평생토록 좋은 친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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