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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케어 동물병원과 펫러브가 함께한 봉…

  • 승인 2015-12-04 1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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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케어 동물병원과 펫러브가 함께한 봉사
일산 유기동물 보호소‘천사들의 보금자리’

길 잃은 천사들이 다시 자기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각자 사연을 품고 있는 아이들, 또 마음 어딘가를 다치기도 한 아이들을 품어주는 보금자리인 이곳이, 그러나 너무 오랜 보금자리가 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다만 그저 보호소에 머무는 동안에는, 조금이라도 많은 이들이 그들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주었으면 좋겠다. 관심은 더 큰 관심을 만들고, 무관심은 더 많은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 이들의 세상인 것이다.
애니케어 동물병원 수의사 선생님들과 펫러브 다온 봉사단이 함께, 일산에 있는 ‘천사들의 보금자리’ 보호소를 찾았다.

지유 사진 박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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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으면, 어쩔 수 없으니까
대문 사이로 빼꼼, 낯선 사람들을 발견한 까만 눈동자가 부지런히 움직인다. 경계심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는 눈빛을 느끼며 우리도 ‘천사들의 보금자리’ 안으로 살금 발을 들였다. 봉사단과 애니케어 수의사 선생님들을 향해 수십 개의 눈빛이 또 쏟아져 내렸다.
‘천사들의 보금자리’ 보호소는 원래 비닐하우스 같은 임시 거처에서 열악한 상태로 시작했다가, 봉사자들과 카페 회원들의 모금과 도움으로 지금의 자리로 이사한 지 2년 반 정도가 됐다고 한다. 한 마리 두 마리, 가엾어서 돕기 시작한 일이 어느새 집 없는 아이들의 보금자리로 커졌다.


소형견 위주로 수용하는 보호소지만 골든 리트리버나 사모예드 같은 대형견들도 눈에 띈다. 식용으로 팔리기 직전에 구조되거나, 종견으로 새끼만 낳다가 가엾어서 구조한 경우들이란다.
보호소 동물들의 숫자는 그래서 좀처럼 줄지 않는다. 입양 가는 수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또 갈 길을 잃고 이곳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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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걱정되는 건 건강과 전염병
보호소 동물들이 의료 봉사를 받을 기회가 아무래도 많지는 않다. 혹 누구 한 마리가 병에 걸리면 번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또 큰일이기 때문에, 평소에 최대한 관리해주고 있지만 아무래도 손길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애니케어 동물병원 수의사 선생님들이 의료 봉사를 위해서 찾은 이번 기회에, 미처 심장사상충 검사를 하지 못하고 입소한 아이들의 검진도 하고 가장 문제인 귀 검사와 스케일링도 진행하기로 했다. 90여 마리의 이름과 건강 상태를 다 외우고 있는 ‘소라맘’ 부소장님의 도움을 받아 한 마리씩 차례차례 순서를 기다렸다. 다행히 심장사상충이 있는 아이도 없고, 혹 복막염일까 걱정했던 배가 빵빵한 녀석도 그냥 뱃살이라는 판명이 났다. 슈나우저 콜라의 귓병이 가장 심각한 상태였는데, 수의사 선생님이 앞으로 관리해주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약을 건네며 설명을 곁들였다. 부소장님은 이렇게 오래 머무른 수의사 선생님들이 없었다며 죄송해하면서도, 그래도 아이들의 건강관리 상태가 다른 보호소에 비해 가장 좋다는 칭찬에 표정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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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친 아이들의 악순환
보호소에 처음 온 개들이 사람을 경계하는 이유는 짐작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다만 확실한 건 그들의 다친 마음에는 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으며, 상처에 따뜻한 체온으로 반창고를 붙여줄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인연들이리라는 것. 하지만 경계가 심한 아이들은 사람을 만나려 하지 않고, 사람을 피하는 아이들은 좀처럼 입양의 기회가 없다.
반대로 보호소에서 다른 개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사람만 보면 매달리고, 따라 나가고 싶어만 하는 아이들도 있다. 보호자가 잠시 맡기듯 두고간 경우지만 다시 데려가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눈도 안 마주치더니, 조금씩 경계를 푼 아이들도 많아요. 이 아이도 지금은 이렇게 품에 안겨 있지만 처음에는 이런 스킨십은 상상도 할 수 없었거든요. 근데 언제부턴가 제가 외출하면 돌아올 때까지 5시간이 넘게 대문 앞에 앉아만 있기도 하고… 이렇게 또 진심을 알아주고, 마음을 열어주는 걸 보면 고마우면서도 마음이 아프죠.”


애써 마음을 열어준 아이들이 또 상처받지 않도록, 카페를 통한 입양 절차는 꽤 까다롭다. 한 번 버려졌던 아이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되는 인연은 또 올 것이다. 천사들의 보금자리에는 물론 희망이 깔려 있다. 그저 올 겨울이 너무 매섭지 않기를, 우리들의 마음을 한 뼘이라도 더 나눠줄 수 있기를, 이들이 하루빨리 가족을 만나기를 바라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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