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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를 향한, 한없이 사실에 기반한 …

  • 승인 2015-12-04 14: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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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를 향한, 한없이 사실에 기반한 사랑
<마루의 사실> 김준 작가

자신의 개를 그릴 때, 김준 작가는 누구보다 집요해진다. 까만 점 세 개를 콕콕 찍은 뒤 무심한 듯, 그러나 정성스럽게 한 땀 한 땀 세심하고 예민한 개 ‘마루’를 그려내 보여준다. 김준 작가와 반려견 마루의 일상을 그린 웹툰 <마루의 사실>은 그런 그녀의 마루를 향한 관찰과 사유의 결과다. ‘개와 산다는 것’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려낸다는 것은 자신의 개와 사랑에 흠뻑 빠진 반려인이라면 제법 어려운 일일 터. 그런 면에서 호들갑스럽지 않고 덤덤하게 반려견의 찰나를 ‘기록’하는 김준 작가는 은근한 자신의 개와도 닮아 보인다.

이수빈 자료협조 애니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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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의 사실>이라는 제목이 만화 내용과 참 잘 어울려요. 말 그대로 마루가 보여주는 객관적인 사실을 기록한 책이잖아요.
제 필명이 ‘의외의 사실’인데 거기서 따왔어요. 큰 의미를 가지고 붙인 이름은 아닌데, 지금 보니 제가 생각해도 참 잘 지어졌다 싶어요(웃음).

마루와 함께 지내게 된 지 5년 정도 되셨죠. 어떻게 만나게 되신 거예요?
강아지를 키울까 말까 예전부터 고민해서 입양한 건 아니고요. 지인이 못 키우게 됐다고 해서 데려왔어요. 동생이 기르고 싶어 한 것도 있었고…. 어쩌다 상황이 맞은 거죠.

마루를 주인공으로 웹툰을 그리게 된 이유가 궁금하네요.
제 직업이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보니까 웹툰은 처음이긴 하지만, 다른 작업할 때도 보통 일상을 많이 그리고 썼었어요. 그런데 강아지를 키우게 된 거죠. 개를 기른다는 게 일상 속에서 되게 큰 변화잖아요. 어렸을 때도 개를 많이 키워봤지만 마루처럼 온전히 혼자 기르게 된 건 처음이라. 또 그렇게 키우다 보니 제게 다가오는 존재감이 훨씬 커서, 강아지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고 그걸 자연스럽게 그림으로 그리게 된 거죠. 그런 와중에 친한 친구가 웹툰 형식으로 마루의 이야기를 연재해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한 게 계기가 되어 시작하게 됐어요. 단행본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 건 아니고요, 한 장 한 장 마루와의 일상을 연재하다보니 어느새 책으로 나오게 됐네요.

마루 전에 반려하시던 강아지들은 어땠어요?
그땐 부모님 집에서 가족들이 함께 강아지를 돌봤거든요. 그런데 그 개들이 모두 마루처럼 애틋하게 기억되지는 않아요. 식구들이 많은 가운데서 정신없이 키우니까 지금처럼 강아지의 성격이나 습관을 오랫동안 관찰할 기회가 없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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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에서 묘사되는 마루의 성격이 보통 개들과는 조금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더욱더 화폭에 옮기고 싶어진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루의 성격이 정말 특이한 게 뭐냐면, 다들 보면 이렇게 조용한 개는 처음 봤다고 한 마디씩 하는 거예요. 데려왔을 때부터 너무 얌전하고. 가만히 앉아서 오랫동안 있고 짖지도 않고 해서 처음에는 어디 아픈 앤가, 혹시 성대수술을 했나 했어요. 그런데 짖을 줄 알더라고요(웃음). 그런 은근한 매력이 있어서 아무래도 더 그리고 싶어진 걸 수도 있겠네요.

작가님과 마루가 참 많이 닮은 것 같아요. 그런 말 들으신 적 있으세요?
네. 사실은 얼굴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웃음). 어디서 저렇게 자기처럼 생긴 애를 데려왔나, 똑같이 생겼다 이런 얘기요. 아… 성격도 비슷한가요? 이런 말 많이 하잖아요. 주인과 개는 서로 닮는다고요.

작중에서 마루의 여러 가지 면을 면밀히 관찰하신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관찰력이 정말 뛰어나신 것 같아요.
<마루의 사실> 작업하면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특별히 제 관찰력이 뛰어나다, 그런 생각을 하진 않아요. 저는 회사도 안 다니고 집에서 일하고요. 사람들도 많이 안 만나고 찾아오는 손님도 별로 없어서, 일상생활을 공유하며 항상 붙어있는 애가 마루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그냥 보이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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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하시네요(웃음). 마루는 다른 강아지보다 얌전하고 표현도 은근하게 해서 더 관심이 가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겠죠. 표현을 소리나 행동으로 많이 하면 얘가 뭘 원하는 건가, 뭘 생각하는 건가 굳이 훑어보지 않을 텐데, 얘는 그런 표현이 되게 없고 원하는 것도 눈빛만으로 전달하니까. 보통 말썽 피운다고 하는 행동을 하나도 안하니까요. 얘가 괜찮긴 한 걸까 그런 생각도 들고 스트레스 받는데 표현을 안 하는 걸까 걱정이 되니까 더 관찰하게 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마루의 행동이 역동적으로 그려졌더라고요. 아무래도 작가님이 애니메이션 감독인 영향도 있는 걸까요?
그런 영향이 되게 큰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은 움직임을 표현하려면 하나하나의 순간을 다 그려야 하잖아요. 촘촘하게 동작을 나눠서요. 습관이 되어있다 보니까 웹툰도 움직임을 쪼개서, 훨씬 자세하게 그리게 되더라고요.

작가님의 세밀한 표현 덕에 마루가 더 생동감 있게 와 닿는 것 같아요. 과장하지 않는 담백한 문체도요.
성격이 덤덤한 편인 것 같아요. 강아지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사실은 다른 사람이 키우는 강아지를 보면서 ‘와 너무 예뻐!’ 같은 표현이 저절로 나오고 그러진 않거든요. 그냥 개구나, 예쁘구나 하지.

그러면 마루에게도 정을 천천히 붙이셨겠네요.
음. 그런데 동물 키우는 사람들은 전부 그럴 거예요. 흔한 개라도 어떤 성격인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디테일하게 알아 가면 알아 갈수록 정이 커지는 것 같아요. 남들은 잘 모르는 내 개의 모습은 오랫동안 관찰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잖아요. 저 아이가 이런 성격을, 습관을 가지고 있구나! 면밀히 관찰하고 알게 되면서 애정도 점점 느는 것 같아요.

작중에서 비 오던 날, 강아지에게 우산을 씌워주지 않고 혼자만 우산을 쓴 작가님께 아버지가 ‘그러면 너도 쓰지 말아야지’ 라고 말씀하신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생각보다 되게 많은 사람들이 아빠와 마루 사이의 에피소드를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아빠가 개를 예뻐한다곤 해도, 막상 마루를 돌보는 건 엄마나 저희거든요. 오히려 개에 대해 거리감이 있어서 아버지가 마루를 사람처럼 대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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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과 마루 사이의 ‘거리감’은 어떤가요?
서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거죠. 애교 많은 다른 개들과 주인처럼 껴안고 무릎에 두거나 그러진 않아요. 마루는 고양이 같은 성격이라 집에서는 정말 잠만 자거든요. 장난감도 별로 안 좋아하고. 날씨가 더울 때는 베란다에서 창틀에 턱을 기대고 있어요. 바깥을 보는 건지 냄새 맡는 건지 소리를 듣는 건지….

조용하고 예민한 마루의 성격이 작가님과 잘 맞네요. 그런 개와 작가님이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인 것 같아요.
제게 와서 얘가 이렇게 심심한 개가 된 건지, 원래 그런 성격이었던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게요. 인연은 인연인 것 같아요. 물론 다른 개가 왔어도 인연이라고 생각했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얘는 어쩐지 특이하고, 이런 애가 나한테 왔구나 하는 느낌이 있어요. 제가 카페에 자주 오는데 하필 카페에 오랫동안 잘 앉아있는 마루 같은 개가 와가지고(웃음).

마루가 오기 전의 생활이 생각날 때도 있나요?
고요했던 생활이죠. 집에 아무도 없고, 동네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그런 생활? 그런데 사실 저는 마루와 함께하는 지금이 되게 좋긴 해도 강아지랑 살게 돼서 전보다 눈에 띄게 행복해졌다 이런 건 아니에요. 인연이 닿아 강아지가 와서 살게 됐으니까 사는 동안에 충분히 애정 나누고 잘해주고 최대한 많은 걸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만약 이전 생활로 돌아가게 된다면 어떨지 상상해 보신 적 있나요?
저는 미래를 지레 상상하지 않아요. 그냥 강아지 수명이 더 짧으니까 저보다 먼저 죽을 가능성이 크지만, 굳이 미리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고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이 오면 잘 받아들이고 살아가야죠. 어쩔 수 없으니까. 물론 사고로 제가 먼저 죽을 수도 있고. 그런데 개가 먼저 죽는 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개가 홀로 남겨지는 건 슬프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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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담담하시네요. 그런데… 작가님 옷에 마루 털이 붙어있어요.
네, 마루 털이네요. 마루가 보통 개보다 훨씬 털이 많이 빠지거든요. 고양이는 개보다 더 심하다고 하잖아요. 마루도 비슷해요. 온 집안 구석구석 자기 털을 다 박아놨어요.

그렇군요. 항상 마루랑 같이 있는 것 같겠네요.
네. 이젠 정말 코트마다 털이(웃음), 감당이 안 돼요. 그런데 개와 산다는 게 이런 거 같기도 하네요. 함께 있지 않은 시간에도 개와 함께 있는 것. 어디에 있든 집에서 개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말예요. 코트에 붙어있는 이 마루 털처럼요.

마루와 같이 사신 지 5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 앞으로도 작가님과 마루는 한결같을까요?
사실 마루가 요즘은 조금 바뀌었어요. 책에도 있는 에피소드지만, 사람에게 무덤덤했던 녀석이 제 품, 사람 품이 편한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바뀐 모습을 보면 오히려 ‘네가 내 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마루는 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내게 익숙해진 나의 개구나, 하는 느낌이요.

앞으로 조금은 달라진 <마루의 사실> 후속작을 기대해 봐도 될까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마루가 나이 들고 행동도 바뀌고 그에 맞춰 저의 감정이나 기분도 변하는 게 인상 깊어요. <마루의 사실>은 저와 마루의 일상을 기록한 개인적인 결과물이니만큼, 앞으로도 <마루의 사실>이라는 이름으로 매일 매일을 기록해 나가려는 마음이 있어요. 시즌 2로 곧 찾아뵙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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