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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화가 김연석 화백

  • 승인 2015-10-02 13: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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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가장 찬란하게 담는 방법
반려동물 화가 김연석 화백

초상화를 그려본 적이 없다. 플리마켓 같은 곳을 다니다 보면 1분 만에 크로키를 그려주기도 하고, 파리 여행 중 화가 앞에서 기념 삼아 한 번쯤 그려볼 법도 했는데 왠지 그림으로 내 모습을 남기는 것이 사진보다 어렵게 느껴졌다. 아마 다른 사람의 눈에 투영된 나를 마주본다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다른 이에게 재해석된 내 모습이 어떨지 겁이 나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내 반려동물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내 눈에 보이는 표정, 지금 이 순간의 빛, 지나가는 바람의 냄새까지 어떤 색깔로 표현될 수 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설레었다. 사랑하는 존재의 모습은 왠지 셔터 한 번보다는 손끝으로 하나하나 세심하게 담아내고 싶은 마음, 나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지유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김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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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작품은 마치 사람의 초상화처럼 사실적이고 강렬한데요, 언제부터 반려동물을 그리신 건가요?
한 5년쯤 된 것 같아요. 원래 주로 그리던 소재는 황소와 소나무였어요. 그러다 보니 필법 자체가 사실적이고 또 거친 느낌으로 출발을 했죠. 시간이 지나면서 황소라는 주제가 다소 진부해져서, 사람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하다가 자연스레 반려동물을 다루게 되었습니다. 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요.

잘 어울린다고 하시는 걸 보면, 실제로도 동물을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
물론이죠. 꼬맹이 때부터 집에 마당이 있어서 개를 수없이 키웠어요. 그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커서 생각해보니 어렴풋이 바둑이들이 뛰어놀고 그런 장면들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오래 전에는 누렁이라는 강아지를 키웠는데, 늘 신발을 훔쳐가서 마루 밑에 두는 바람에 많이 혼났던 녀석이에요. 그 개가 한 15년 살고 나이가 많아 떠났을 때 너무나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누렁이를 떠올리면 그 시절의 제가 떠오르죠. 반려견은 내 어떤 시절의 추억을 대변해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황소를 그리던 것과 지금 개를 그리는 것의 달라진 점은 뭔가요?
황소는 사실 다 비슷하게 생겼는데 개나 고양이는 한 마리 한 마리가 다르죠. 견종도 다양하고 미용도 다르고 또 눈빛이나 분위기를 더욱 짙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예요. 그래서 더 어렵습니다. 특히 반려인이 생각하는 그 이미지와 분위기까지 담아내는 것이 어렵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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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마 다른 소재가 아닌 그림으로만 담아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겠지요?
사진이나 여러 가지 매체가 있지만, 회화는 있는 걸 그대로 재연할 뿐 아니라 작가의 감성도 들어가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다르다고 봐요. 광선이라든지 찰나의 움직임, 순간적인 표정 같은 것 중에서 표현하고 싶은 부분을 농도 짙게 만들어주는 것이 그림이 아닐까 싶어요.

그림은 아무래도 작가의 재해석이 들어가게 되지요. 그런 의미에서, 그릴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건 뭔가요?
아무래도 살아있는 모든 것은 눈동자에서 느낌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충성스러운 느낌인지, 귀엽고 발랄한 느낌인지, 그런 것이 다 눈동자에서 느껴집니다. 또 대형견은 어두운 색조를, 작은 개는 좀 더 밝은 색조를, 그런 식으로 색의 사용에서 전체적인 느낌을 맞추려고 합니다. 첫인상이 어떤지에 따라 어울리는 색깔을 고르게 되죠. 한편 고양이는 섹슈얼한 느낌이 있어서 원색을 쓰는 편이에요. 강아지는 좀 더 부드럽게 표현하고요.

보통 어떤 분들이 반려동물을 그리고 싶어하시나요?
이별을 준비하는 동안에 반려견 초상화를 의뢰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어떤 분은 아이가 죽고 나서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셨대요. 그런데 바로 그 전에 의뢰해둔 초상화를 받고 나서, 아이의 예쁜 시절이 떠오르고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럴 때는 저도 그분들에게 희망을 주고 추억을 느끼도록 해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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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행복했던 시절을 담는 것 같아요
유기견 후원 회화전 같은 것도 많이 참여했는데 저는 유기견 이전의 모습을 주로 그려요. 이 아이의 찬란했던 모습을요. 불쌍한 모습은 동정심을 유발하게 되는데, 그 녀석도 언젠가 찬란했던 시간이 있다는 것을 담고 싶어요.

혹시 제일 애착이 가는 그림이 특별히 있다면?
손가락 열 개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는데요, 좀 더 리얼하고 살아 있는 표현이 된 그림이 좋지요. 그리고 그 품종다운 느낌이 들 때. 차우차우답거나 시골개다운 각 특성이나 성격이 가장 잘 표현되었을 때가 뿌듯하죠.

회화적으로 어떤 기법을 사용하시는 건가요?
만화 스타일로 그리는 건 초상화를 의뢰한 사람의 마음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제 그림은 유화로, 사실적이면서도 거칠죠. 요즘은 화풍이 매우 다양한데 저는 아무래도 광선을 많이 이용해요. 빛이 비쳐서 털이 빛나면 음영과 임팩트가 드러나게 돼요. 그러면 좀 더 생명력이 느껴져요.

원래부터 유화를 그리셨나요?
고등학교 때부터 유화를 했습니다. 일반 물감에는 없는 중첩 효과를 노릴 수 있어서 털 속에 또 털이 있는 표현을 할 수 있죠. 작품이 솟아오른달까, 질감의 입체감을 표현할 수 있어요. 털이 뭉개지지 않는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물 그림에도 적합하지만, 역시 회화의 꽃은 유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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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견을 많이 그리셨던 것 같아요.
유럽에서 활동할 때는 아무래도 대형견을 키우는 사람이 많았고 이런 강렬한 느낌의 그림이 인기가 많았어요. 또 견종마다 각각 특징이 있는데, 제 그림이 조금 육중하다 보니 아무래도 대형견 느낌이 잘 어울리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보통 집이 작은 편이고 그러다 보면 그림도 작아지게 되죠. 작은 프레임에는 소형견이 더 잘 어울려요. 그러고 보니 아직 믹스견을 의뢰받은 적은 한 번도 없네요. 다만 토종견의 그림은 어디서나 무난하게 인기가 많아요. 우리 정서에 맞는 것 같아요.

보통 사진을 보고 작업하시는 건가요?
움직이는 동물이기 때문에 사진을 보고 작업하게 되는데요, 견주가 여러 장을 보내주면 제가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견종만의 특징을 부합시켜 진행합니다. 또 아이의 첫인상, 성격, 이미지 같은 것을 종합하여 작업하게 되죠.

작업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유화의 성질상 말리는 시간이 있어서 한 점에 15일 정도는 걸려요(10호 정도 기준). 말리면서 3, 4회 정도 작업을 하게 되죠. 초상화 의뢰 후 보름에서 3주 정도 걸려 결과물을 받아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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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 주세요.
반려동물에 대한 작업은 계속할 예정입니다. 10월에는 성남에서 오픈하는 ‘다독다독’이라는 카페에서 유화 강의도 할 예정이에요. 그곳에 아트갤러리를 열게 되어서, 많은 분들이 작품도 보고 커피도 마시러 찾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아트갤러리 펫파크 다독다독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552-2 (운중저수지 주변)
일반 031-8016-6103 | 점장 010-8913-1853


유화 강의 문의. 어린이 체험교실, 문화체험 공간, 작품 전시를 비롯해 반려동물이 뛰어놀 수 있는 천 평의 운동장이 마련된다.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10월 초 오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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