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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반려견 5화

  • 승인 2015-08-03 17: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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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반려견

5화 길에서 마주치는 시선들

글·사진 정맑은

가인이와 페이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길을 가다 보면 여러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아기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눈길이나 반려인분들의 반가운 눈빛부터 무서우니 빨리 지나가라는 무언의 눈초리까지 각양각색이다. 또한 운동하는 사람들이나 함께 산책하는 가족들,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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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엄마들

사람들은 나와 페이가 단둘이 산책할 때보다 가인이까지 셋이서 다닐 때 좀 더 호의적이다. 가인이가 태어나기 전 페이와 걷다 보면 종종 험한 말이 들리기도 했는데, 아기와 같이 산책하고부터는 그런 소리를 거의 듣지 못했다. 아기와 큰 개가 함께 있으니 무섭지 않다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어느 날 아기띠를 맨 채 소형견 두 마리를 산책시키는 아기 엄마와 마주친 적이 있다. 육아와 집안일에 지친 모습과 책임감 가득한 작은 어깨. 나와 많이 닮아 있었다. 육아와 육견을 병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라는 생각에 진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녀 또한 그러했으리라.

어떤 날엔 내가 만삭일 때 본 적 있는 아주머니와 코카스파니엘 강아지를 1년만에 다시 만나기도 했다. 배부른 나를 기억하고 계셨던 아주머니. 아기와 페이가 함께인 모습을 보시고 걸음을 돌려 반갑게 인사까지 해 주셨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가인이와 달리 흰 털로 뒤덮인 코카스파니엘의 얼굴은 나이를 짐작하게 해 아픈 곳은 없는지 걱정이 됐다. 그러나 따뜻한 사랑을 듬뿍 받는다는 것을 보여 주듯 표정과 행동에서 행복함과 평온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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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일상이 될 모습

요즘은 가인이가 걷게 되면서 집앞 놀이터와 공원을 자주 찾는데, 가끔 페이도 데려가서 안전한 곳에 묶어 놓는다. 걱정하거나 경계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돌아갈 생각으로 동행한 것이다. 다행히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페이를 좋아해 주었다. 커다란 개 옆에서 아장아장 걷는 아기가 있는 모습이 신기했거나, 그런 행동이 위험하지 않다고 느낀 듯했다. 개를 무서워하던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부추김에 페이와 인사하기도 했다. 반대로 아이가 페이를 정말 좋아해 부모가 경계심을 풀기도 했다.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서 민원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경비아저씨의 말에 놀이터를 떠났지만, 호의적으로 바라봐 준 주민들에게 감사했다.

물론 벌레 보듯 하거나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아기가 불쌍하다고 말하며 지나가기도 하는데, 엄마인 나 때문에 가인이가 좋지 않은 소리를 듣는 것 같아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더 열심히 같이 다니리라 굳게 다짐한다. 함께하는 우리의 모습을 계속 보여 준다면, 아기와 반려견의 동거가 평범한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젠간 특별히 시선 받을 이유가 없는 ‘일상’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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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롭게 대답할 수 있도록

때로는 어린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에 난감한 순간도 있다. 페이를 보자마자 “얼마예요?”라고 묻거나, 큰 개가 정말 좋다고 호들갑을 떨다 “올라탈 수 있을 것 같은데, 등에 타도 돼요?”라고 질문하는 경우이다. 아이들이 순수해서 하는 말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당혹스러움은 어찌할 수가 없다. 가격을 물어본 아이에게는 “페이는 돈으로 살 수 없어. 가족이니까”라고 웃으며 얘기해 주었더니 한참을 땅만 보며 앉아 있었다. 페이를 타도 되냐고 말한 아이에게는 “무거워서 아파해”라고 대답했지만 계속해서 올라타는 시늉을 했다. 결국 그 자리를 황급히 떠나 버렸다. 가인이 또한 커가면서 어려운 질문들을 하게 될 텐데. 현명하게 대답할 수 있는 엄마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이처럼 다양한 시선들을 받게 되는 반려견과의 생활. 앞으로 가인이가 페이와 함께하며 좋은 시선은 사랑으로 발전시키고, 나쁜 시선은 이겨내는 단단한 마음을 갖길 바란다. 그리고 나는 이 둘에게 든든한 방패막이가 될 수 있도록 내면의 힘을 길러야겠다.

글쓴이˙정맑은 (http://blog.naver.com/clear8385)

가인이와 페이는 그녀의 가장 소중한 가족이다. 아기와 반려견이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개를 파양하거나 버리는 일이 줄어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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