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부천 백만송이 장미원

  • 승인 2015-08-03 17:25:02
  •  
  • 댓글 0

향기로운 추억을 선사하는 정원

부천 백만송이 장미원

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일러스트레이션 박혜미

여름 햇살이 빛나는 주말, 슈나우저 하하와 호호네 집은 산책 준비로 아침을 시작한다. 조금이라도 시원할 때 반려견에게 콧바람을 쐬어 주고 싶은 건 모든 반려인들의 마음. 게다가 휴일인 만큼 늘 가는 동네 공원 대신 색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그래서 선택한 오늘의 산책 장소, 경기도 부천의 백만송이 장미원이다. 아쉽게도 한발 늦어 장미는 지고 없지만 꽃보다 예쁜 강아지들이 있으니 어딘들 아름답지 않으랴.

756dfb24cace488226a88bdc4f80d099_1438590

꽃은 흔들리며 핀다

백만송이 장미원에는 장미나무 15만 그루가 심겨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넝쿨장미부터 세계적으로 희귀한 장미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여름이 되면 화려한 빛깔을 뽐내며 피는 꽃들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하하호호의 반려인 박영옥 씨와 이인희 씨 모녀 역시 지난 6월 만개한 장미를 구경했다고. 아쉽게도 그때는 강아지들과 동행하지 못했기에 이번에 다 같이 나들이를 왔단다. 하하와 호호는 장미가 있거나 없거나 생전 처음 온 공원을 탐색하느라 분주하다. 까만 코를 벌름벌름 거리자 말라 있던 콧잔등에 반짝반짝 윤이 난다. 건강한 모습일 때 가장 예뻐 보이는 반려견들. 평소보다 멀리 나온 보람이 있다.

백만송이 장미원이 조성된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장미원이 있는 자리는 십여 년 전만 해도 우범 지대였다.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장미나무를 심기 시작했던 게 지금의 백만송이 장미원을 탄생시켰다. 현재는 그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밝고 화사한 분위기. 어두운 과거를 딛고 활짝 피어났다는 점에서, 하하호호는 백만송이 장미원과 닮았다. 두 녀석 역시 주인에게 버려진 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 만개한 꽃처럼 웃는 얼굴에선 슬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소풍을 왔다는 행복감만 보일 뿐이다.

756dfb24cace488226a88bdc4f80d099_1438590

756dfb24cace488226a88bdc4f80d099_1438590




반려견과 함께 포토타임

커다란 공연장의 객석이 장미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이는 공원. 백만송이 장미원은 도당산 자락에 위치하다 보니 살짝 경사져 있다. 하지만 등산하는 기분이 들 정도는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 것. 구석구석에 쓰여 있는 장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숨을 돌릴 수 있다. 꽃밭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들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재미다. 두 모녀와 하하호호 역시 기념촬영을 빼놓지 않는다. 살짝 수줍긴 하지만, 오늘의 가족사진을 위해 커플 아이템까지 맞췄다고. 이렇게 또 한 장 추억이 쌓인다.

더위를 피해 아침 일찍 산책해도 역시 여름은 여름이다. 에너지 넘치는 하하와 호호를 따라 걷다 보니 등줄기를 타고 땀방울이 흐른다. 아니나 다를까, 연신 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두 강아지들도 결국 퍼져 버리고 말았다. 공원 중턱에 마련된 쉼터에서 단비 같은 휴식을 갖기로 했다. 벤치에 앉아 목도 축이고 뜨끈해진 발바닥도 식히는데, 쉼터 위쪽으로 나 있는 오솔길이 눈에 띈다. 백만송이 장미원의 숨겨진 매력, 부천 둘레길 5코스인 ‘누리길’이다. 7km 정도 되는 길을 따라 걸으면 부천시 향토역사관·벚꽃동산·원미산 등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날이 선선해지면 반려견 산책 코스로도 안성맞춤일 듯하다.

756dfb24cace488226a88bdc4f80d099_1438590

756dfb24cace488226a88bdc4f80d099_1438590

756dfb24cace488226a88bdc4f80d099_1438590

매년 열리는 장미 축제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었지만, 역시 장미가 없으니 살짝 아쉽다. 남아 있는 몇 송이를 보니 한아름 피어 있을 땐 얼마나 멋진 모습일지 상상이 간다. 매년 꽃이 만개할 즈음인 5~6월이 되면 이곳에서는 장미 축제가 개최된다. 장미꽃으로 조형물을 만들고 각종 행사도 열어 볼거리가 더욱 많아진다고. 반려견과 함께 오고 싶다면 인파를 피해 저녁때 방문해도 좋겠다. 밤에는 곳곳에 설치된 200여 개의 조명이 불을 밝힌다. 낮과는 또 다른 느낌의 장미를 볼 수 있는 기회다. 땅의 열기도 한층 식어 강아지들도 편안해할 듯싶다.

새까만 호호가 쭉 빼 문 분홍 혀를 보니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인 것 같다. 더위 탓에 오랫동안 산책하진 못했지만 새로운 장소를 발견해 신나는 하루였을 것이다. 다음번엔 만개한 장미꽃밭을 보러 오자고 기약하는 하하호호 가족. 해마다 꽃은 새로 피고 지겠지만 그들은 늘 지금처럼 함께 걷고 있으리라.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