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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Boy!> 김현성 편…

  • 승인 2015-08-03 17: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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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실천이다

<Oh Boy!> 김현성 편집장

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김현성

반려동물을 키우며 고통받는 동물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는데,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 알면 못 먹어”, “그렇게 치면 할 수 있는 게 없어” 같은 말을 들으면 의지가 사그라들기도 한다. 그럴 때 “어렵게 생각하지 마.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면 돼!”라고 응원을 받으면 기운이 나지 않을까? 동물복지와 환경을 위한 패션문화지 <Oh Boy!>(이하 오보이)는 그런 용기를 준다. 조금 덜 쓰고 덜 먹으면 된다고 얘기해 주어 고맙고 힘이 난다. 오보이의 김현성 편집장 역시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으로 잡지를 시작했기에 더 반갑고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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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는 발행한지 7년째네요. 다음 달이면 60번째 잡지가 나오는데 감회가 어떠신지요?

이렇게 계속 했다는 게 신기하긴 합니다. 주변에서 도움도 많이 받았고 다행히 광고주들도 좋아해 줬어요. 오보이는 무가지이기 때문에 광고 수익이 없으면 지속할 수가 없거든요. 앞으로 몇십 년 동안, 제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발행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1인 잡지라 모든 걸 혼자 하시는데, 잠깐이라도 쉬고 싶으신 적은 없었나요?

원래 무척 게으른 성격이고, 뭘 하는 것 자체를 안 좋아하는데요. 오보이를 발행하고부터 5~6년 동안은 거의 매일 바빴어요. 하지만 쉬어야겠다는 마음은 안 들었습니다. 오보이가 제 인생에 있어서 아주 큰 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던 것 같아요. 무조건 만들어 내야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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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이는 ‘환경과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패션문화지’로 소개되는데요. 그렇게 기획하신 이유가 있나요?

사실 동물이나 환경 관련 잡지는 많이 나와 있어요. 하지만 무관심한 사람은 들춰 보지도 않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패션이나 문화처럼 누구라도 관심 가질 만한 콘텐츠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어요. 패션문화잡지도 얼마든지 동물이나 환경 관련 콘텐츠를 다룰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동물, 환경, 패션을 조화시키는 게 어렵진 않나요?

오보이가 패션 소비를 권장하거나 조장하는 잡지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매달 신상품을 소개해야 하지요. 그리고 모피 사진은 안 싣는 등 특정한 룰은 있지만, 아무리 조절해도 가죽 제품 같은 걸 아예 안 넣는 건 어려워요. 그런 면에서 속상하긴 합니다. 그래도 광고를 실으면서 항상 하는 얘기가 있어요. 매 시즌 유행하는 아이템을 사라는 게 아니라, 좋은 물건을 오랫동안 쓰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잡지를 만드는 거라고요. 독자들은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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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많은 분들이 알아주신다는 점입니다. 물론 아직 서울 지역 위주로 배포하다 보니 잘 모르시는 경우도 많아요. 그렇지만 오보이라는 매체에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게 느껴집니다. 오보이 화보 찍고 싶다는 연예인들이 많고, 독자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가 오보이에 나오면 좋겠다고 말하거든요. ‘오보이 화보’라는 카테고리가 생긴 느낌? 그런 게 좀 변한 듯합니다.

판매를 해도 인기 있을 것 같은데 계속 무가지로 배포하고 계시네요

전문지가 아닌 대중문화를 다루는 잡지는 무료인 게 좋은 것 같습니다. 한 달에 잡지 대여섯 권만 사도 비용이 아주 부담스럽잖아요. 그리고 오보이의 성격을 알고 구매하시는 분들보다, 우연히 오보이를 집어갔다가 동물이나 환경에 대한 글을 읽고 생각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그 바람 때문에라도 무가지를 유지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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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전후로 크게 달라진 점이 또 하나 있네요. 유기견이었던 ‘뭉치’와 ‘유부’를 입양하셨다고요. 일전에 강아지를 기르지 않을 거라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요

당시엔 반려견 먹물이랑 밤식이의 죽음 때문에 너무 마음이 아팠고, 다시는 그런 슬픔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키우지는 말고 관련해서 좋은 일을 하자는 취지로 오보이를 창간한 거죠. 근데 그게 의지대로 되나요. 제가 오죽 동물을 좋아했으면 이런 잡지를 만들었겠어요. 둘 다 믹스견이라 제가 안 데려오면 안락사될 것 같았습니다.

문득 잡지를 창간할 만큼 강아지가 좋은 이유가 궁금해지네요

그건 다른 분들과 다 똑같을 것 같아요. 무조건적인 사랑. 저희 개한텐 저밖에 없잖아요. 기본적으로 개는 자기 가족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절대적이죠. 그걸 배신하기는 쉽지 않아요.

반려동물 문화에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동물을 사는 사람이 너무 많고, 반려동물 문화를 콘텐츠로 다루는 매체들의 대부분이 동물 판매업을 묵인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금전적인 부분 때문에 서로 좋게 좋게 가는 분위기랄까. 동물을 사랑하면 동물 판매업 때문에 고통받는 생명이 얼마나 많은지 분명 알잖아요. 동물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동물을 싫어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 사람보다 동물을 더 많이 괴롭혀요.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사서 키우다가, 늙고 병들면 버리는 거지요. 동물을 ‘제대로’ 좋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동물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보신탕 먹는 걸 비난하다 싸움만 되기도 해요. 비난할 자격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런 식으론 절대 문제가 해결될 수 없어요. 먼저 동물을 싫어하거나 보신탕에 반대하지 않는 사람들이 수긍할 만한 반려동물 문화를 조성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반려견과 산책할 때 앞에 오는 행인이 놀라면 왜 그러냐고 싫은 소리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물지도 않고 귀여운 강아지인데 뭘 겁내냐고요. 이기적이고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인데, 이런 경우가 너무 많아요. 털 달린 동물 자체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습니다. 공포심까지 느끼기도 하고요. 그런 마음을 이해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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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말씀하신 보신탕에 관해 논쟁할 때 자주 나오는 말 중 하나가 ‘개가 불쌍하면 닭이나 소도 먹지 말라’는 이야기인데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순적이라서 그래요. 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개나 고양이가 얼마나 예쁜지 얘기하다가, 저녁때가 되면 돼지고기를 먹지요. 개가 귀여워서 좋은 건지, 정말 생명으로 존중하는 건지 구분해야 합니다. ‘나는 강아지가 사랑스럽지만 소고기도 맛있어서 많이 먹는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면 되는데, 그걸 못해서 논리적으로 공격당하는 거거든요. 대화할 준비가 됐는지 스스로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면 한 번쯤이라도 육식 문제를 고민하게 되죠. 편집장님도 채식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완전 채식주의자이신 건가요?

계란이나 생선은 먹어요. 채식이라는 게 너무 부담스럽게 하면 안 되는데, 주변에서도 시작했다 그만두는 사람들을 많이 봐요. 저는 포기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하다가 고기 먹고 싶으면 먹으면 되는데요. 육식을 줄이는 데 의미를 두어야지, 딱 끊으려고 하면 몸이 힘들어요. 예전보다 고기를 덜 먹자는 마음으로 조금씩 줄여 나가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기 안 먹기도 너무 어렵고요.

채식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이기도 해요. 고기가 들어갔는지 아닌지 묻는 게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진보적이거나 바른 행동을 하면 별종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요. 회식 자리 같은 데서 그런 분들을 좀 배려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채식을 실천하는 분도 너무 티내지는 않았으면 하고요. 저도 제 주변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해서 유별나게 행동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직원들과 식사할 때 고깃집에 가지 말자고 고집부리지 않는 식으로요. 천천히 바꾸려면 서로 답답하겠지만 감수해야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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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에도 목소리를 내고 계시죠

제가 환경을 신경 쓰게 된 이유는 솔직히 동물 때문이에요.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고통받는 동물들도 있지만, 에너지를 과소비해서 생기는 기후 변화 등으로 살기 힘들어진 동물들도 많잖아요. 그런 게 미안해서 환경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겁니다.

지금 같은 여름철에 가장 신경 쓰시는 건 무엇인가요?

전기랑 물인데, 너무 뻔한 이야기겠네요. 에어컨을 켜고 안 켜고 하는 문제보단, 환경을 생각하면서 실천하려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한 듯합니다. 환경에 관한 얘기를 계속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게 실천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매체뿐만 아니라 개인도 SNS를 통해 소통하잖아요. 환경에 대한 이슈를 끊임없이 끌어내는 게 실천 같기도 합니다.

이제 막 동물 복지나 환경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하면 좋을 일은 뭐가 있을까요?

힘 빠지는 얘기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너무 빨리 나빠져 뭘 해도 소용이 없어요. 하루에 도축당하는 동물의 숫자나 지구가 망가지는 속도를 생각하면 한 끼 채식하고 에너지를 아끼는 행동이 아무 의미도 없는 수준입니다. 권유하기가 민망할 정도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의 행동이 수만 년 후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노력해도 우주의 먼지보다 작은 효과뿐이겠지만, 그래도 미래를 위해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에 오보이도 작게나마 좋은 영향을 끼쳤을 듯하네요

나빠지는 속도가 아주 조금 줄었겠죠? 긍정적인 부분은 분명 있습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들의 화보로 오보이를 접하신 분들이 메일이나 SNS 등으로 연락을 많이 주세요. 원래는 동물복지나 환경에 무관심했는데, 오보이를 보고 그런 문제들을 인식하게 됐다고요. 팬 이름으로 기부하는 등 의미있는 일을 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기분이 좋지요. 제가 오보이를 창간한 목적이 달성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보이 독자 중에 학생들이 많으니 교육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네요. 동물단체 관계자분들도 교육을 항상 강조하시더라고요

그럼요. 아무래도 기성세대는 바뀌기 힘들거든요. 어린이들에게 동물이 우리처럼 고통을 느낄 수 있고, 친구로서 같이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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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발행 외에도 계획 중이신 일이 있는지요?

상수동 쪽에 작은 건물을 짓는 중이에요. 제가 살 집인데, 완공되면 거기에 커뮤니케이션 센터를 마련하려고 해요. 동물이나 환경 보호단체 리플렛도 비치하고, 사람들이 오가며 오보이를 가져갈 수 있게요. 동물복지나 환경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로 꾸미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소망은 무엇인가요?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루어질 수 있다 하더라도요

그저 고통받는 동물이 하나라도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생명들이 괴로워하며 죽어가고 있잖아요. 인간의 욕심, 이기심, 무관심 때문에요. 그런 사람들이 자기가 무슨 행동을 하는 건지, 맛있는 햄버거 하나가 어떻게 식탁에 오르는지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오보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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