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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동물의 안식처, 양주 쉼터

  • 승인 2015-08-03 16: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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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한복판에서

양주 쉼터

어느새 8월이다. 찜통 같은 더위가 보호소를 덮치고 아지랑이는 풍경을 일그러뜨린다. 올해도 힘든 계절을 맞이한 양주 쉼터. 하지만 따가운 햇볕 아래 개들을 돌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절망의 기색은 없다. 이 여름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힘든 계절이 지나면 비로소 쉼터에도 봄이 올 것임을 굳게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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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동물들의 안식처


경기도에 위치한 양주 쉼터는 비영리 민간단체 ‘동물 학대 방지연합’이 운영하는 유기견 보호소다. 학대 신고로 구조된 개들이 대다수인 양주 쉼터. 이곳의 140여 마리 유기견들이 간직한 사연은 너무나도 안타까워 듣고 있기가 힘들 정도다.

“말을 안 듣는다며 주인이 지하실에 가두고 때려 눈알이 튀어나온 아이도 있고요. 좋다고 매달린 새끼 강아지를 행인이 돌로 찍어 두개골이 깨진 사례도 있습니다. 단지 옷을 더럽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요.”

6년째 쉼터를 돌보고 있는 이영숙 소장은 사람에게 상처받았음에도 사람을 좋아하는 애처로운 존재가 바로 개라고 이야기했다. 애써 학대견을 치료하면 또 다른 학대견이 들어오는 양주 쉼터의 하루하루.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포기하고 싶다가도, 사람에게 예쁨 받으려 노력하는 강아지들의 모습에 여기까지 왔다. 양주 쉼터의 지난 세월은 이 소장과 개들의 애달픈 나날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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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계절, 여름


양주 쉼터는 학대견뿐만 아니라 유기된 개들도 구조한다. 보호소에 날아드는 가슴 아픈 사연은 계절을 가리지 않지만, 휴가철이 한창인 이맘때면 조금 더 많은 생명이 쉼터를 찾아온다. 귀찮아서, 버거워서, 때로는 자유를 준다는 명분으로 낯선 곳에 버려지는 강아지들. 그들은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가족을 찾아 길거리를 헤맨다.

“원래 저희 쉼터엔 CCTV가 없었는데 이번에 설치했어요. 이 앞에 개를 버리고 가는 사람이 정말 많거든요. 사시사철 일어나는 일이지만 아무래도 휴가철에 심한 면이 있죠. 휴가지에서 떠돌다 구조되는 아이들도 늘어나고요. 여러모로 여름은 유기견이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에요.”

이영숙 소장은 여름철 유기견의 증가가 비단 휴가 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단지 계기일 뿐. 예쁜 모습만 보고 입양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아무렇지 않게버리는 책임감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 본다고. 죄책감 없이 개를 버리러 오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화가 나고 어떻게든 마음을 돌려보려 애쓴다. 하지만 적반하장으로 이게 당신의 일이 아니냐며 따져 묻는 사람들에겐 한숨이 나온다. 그런 이에게 돌아갈 개의 운명이란 빤하기 때문이다. 여름은 개들에게 혹독한 계절. 하지만 여름보다 잔인한 건 한 철새 바뀌는 사람들의 가벼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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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계절을 기다리며


열악한 쉼터 생활에 대해 한없이 푸념할 수도 있지만, 인터뷰 내내 이영숙 소장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깔려 있었다. 고된 쉼터 생활 속에서도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양주 쉼터엔 조촐하지만 비와 눈을 피할 지붕이 있다. 또 꾸준히 찾아와주는 봉사자도 생겼다. 내리는 비를 전부 맞으며 이영숙 소장 혼자 운영했던 과거에 비해 커다란 변화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준 고마운 입양자들이 있기에 그녀가 생각하는 쉼터의 미래는 어둡지만은 않다.

“최근엔 입양 릴레이를 시작했어요. 멋진 반려견이 되어 줄 아이들을 홈페이지에 한 마리씩 소개하는 겁니다. 그 외에 개 식용 금지 등 동물 복지에 관한 캠페인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어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유기견 감소를 위해선 무엇보다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가 우선이라는 그녀. 이를 위한 인식 개선 운동 등도 기획해 보려 한다며 결심을 내비쳤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 선 양주 쉼터의 현실은 여전히 힘들고 개들은 버려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어김없이 온정과 도움의 손길을 뻗는 사람들이 있어 이 계절은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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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이수빈

사진 박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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